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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인권단체·탈북민들 “추석 명절, 남북한 이동의 자유 차이 극명하게 드러내”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체크인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체크인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이번 추석 연휴에 해외를 여행한 한국인이 112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 내 인권단체들과 탈북민들은 남북한의 대조적인 이동의 자유 현실을 극명하게 엿볼 수 있는 때가 추석 연휴라고 지적합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7일 올 추석 연휴(21~26) 기간에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를 오간 여행객이 112만 2천 66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평균 18만 명이 넘는 여행객이 해외로 출국 혹은 입국했다는 겁니다.

특히 지난 22일은 출국 여행객이 11만 8천 명으로, 2001년 공항 개항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공항 측은 이달 25일을 기준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누적 여객이 5천만 명을 넘어섰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6천 800만 명이 공항을 이용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외국을 여행한 한국 국민은 2백 51만 9천 명,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9만 명에 달합니다.

경비만 있으면 이렇게 자유롭게 나라 안팎을 여행하는 것은 유엔이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입니다.

하지만 한국 내 탈북민과 인권단체들은 추석 연휴가 이동의 자유를 북한 정권이 얼마나 억압하는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기회라고 지적합니다.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입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추석 명절, 설 명절이 되면 남한에서는 전 국민이 이동하고 가족이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사례도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굳이 한국 같은 자유로운 사회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중국만 해도 춘절이나 이런 명절이 되면 전국적으로 국민이 이동합니다. 가족들을 찾아가고 친척을 방문하는 게 너무 자유로운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나라 가운데 북한처럼 국민이 국내에서 다른 친척을 방문할 때 여행허가증을 끊고 뇌물을 고여야 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북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 국민이 이렇게 거대한 감옥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올해 미국을 두 번 방문하고 이스라엘과 일본에 이어 다음주 이집트를 방문하는 탈북민 지현아 씨는 북한에서 이런 해외여행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지현아 씨] “(상상도) 못했죠. 사실 해외보다도 제가 만약 청진에 산다고 치고 그래서 평성이나 신의주, 평양 이런 곳을 가는 것이 정말 해외보다도 눈앞의 우리나라에 있는 다른 지역에 가는 것만 해도 어려운데 해외여행은 상상도 못 하죠. 북한에 살 때 평양에 가 보는 게 저의 정말 소원이었는데(웃음) 결국 못 갔습니다.”

지 씨는 해외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세계관을 넓히고 있다며, 명절이면 북한 주민들이 생각나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씨] “이동의 자유를 비롯해서 표현의 자유 등 여러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잖아요. 그런 거 보면 참 안타까워요. 자유가 없으니까 저런 세상에서 살아도 저런 갇혀있는 곳에 살아도 그 나라가 제일인 줄만 알았던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서울의 한 대학원에 재학 중인 탈북민 소명 씨는 추석 연휴 때 처가인 강원도를 다녀왔습니다.

[녹취: 소명 씨] “돈만 있으면 어떤 고장도 내가 선택해서 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쪽은 그게 없어요. 선택의 권한이 없어요. 내가 태어났으면 국가에서 지시가 없는 한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아야 하니까요.”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자국을 자유롭게 떠나고 돌아오는 이동의 자유는 인간의 고유 권리라고 강조합니다.

[녹취: 로버트슨 부국장] “Freedom of movement is an absolute right that people have the right to leave the country and return to their county as they wish…”

정부가 이런 인간의 고유 권한을 억압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란 겁니다.

유엔이 모든 인류가 다 함께 달성해야 할 공통 기준으로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13조는 “모든 사람이 자기 나라 영토 안에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다. 또 자기 나라를 떠날 권리가 있고, 다시 돌아갈 권리도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역시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수뇌부가 북한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 전반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윤여상 소장은 이동의 자유를 막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인간은 이동하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과 관계된 겁니다. 이동하는 존재인데 이동을 통제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거죠. 북한 정부는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이동하는 거죠”

이런 심각성 때문에 유엔 인권이사회가 모든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4년마다 실시하는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여러 나라는 이동의 자유 보장을 북한 정부에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다시 이영환 대표입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13개 나라 정도에서 미국이나 서방 나라가 아니라 아시아나 아프리카 나라들이 이런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했었고요. 특히 공통적으로 많이 지적한 게 국경을 넘어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을 제발 좀 처벌하지 마라. 감옥에 그렇게 잡아넣고 못살게 하지 말라 그런 권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별다른 개선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유엔 인권이사회가 올해 채택한 북한인권 결의는 지적합니다.

윤여상 소장은 북한에 장마당이 확산되면서 국내에서 이동이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면 물자나 정보도 이동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사회통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지금 장마당이 많이 형성되면서 과거보다는 물자나 상품, 사람의 이동이 일정 부문 가능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 의미의 이동의 자유와 다른 겁니다. 기본적인 이동의 자유 통제는 변한 게 없어요. 제한적으로 좀 느슨해진 거죠.”

최근 북한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경제정책도 이동의 자유가 개선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탈북민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이동의 자유 없이 경제 번영과 발전을 말하는 것은 사실 허구에, 거짓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활발한 상거래나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이동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신속하게 물가 변동을 확인하며 현장을 확인해 적용할 수 있는데 그게 불가능해집니다.”

탈북민 지현아 씨는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하고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사실을 지적하며, 주민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씨] “저는 말하고 싶은 게 김정은(위원장)은 해외유학을 갔다 와서 세계를 좀 알고 북한 주민들은 그런 자유 박탈로 인해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인만 나가지 말고 싱가포르도 갔다오고 했는데 북한 주민들도 자유롭게 이동의 자유를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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