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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전직 외교관들, 문재인 대통령 유엔 외교 긍정 평가...속도 조절 주문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26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회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유엔 외교 등 방미 활동에 관해 서울의 전직 외교관들은 미-북 협상의 동력을 높이는 성과를 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을 너무 대변하고 우려 부분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전해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 외교에 관해 서울에서는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이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바람직한 외교를 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영국과 일본 주재 대사를 지낸 라종일 전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 `VOA'에, 다 잘 된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라종일 전 대사] “대체로 발언이 괜찮지 않았나, 좋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디테일에 관해서는 이견들이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주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겠다. 북한과 인게이지먼트를 통해서 핵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그런 취지는 좋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도 아마 좋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

라 전 대사는 “평화가 지금 한반도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희생하며 평화를 추구할 수 없고 북한의 특성상 낙관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란 확신도 없기 때문에 대화와 접촉을 유지하며 신중하게 이런 평화외교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준 전 유엔대사는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유엔에서 전파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준 전 대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그렇게 연설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는 국제사회가 현재 북한에 대해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모든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은 거의 다 제재에 차단돼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27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오 전 대사는 북한이 비핵화하면 국제사회가 화답할 차례라는 의미로 보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며, 이를 국제사회가 북한에 권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준 전 대사] “다만 북한으로 하여금 이렇게 여러 긍정적인 변화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비핵화를 해서 미국과도 대화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도 하고 해서 빨리 비핵화를 통한 제재 완화나 해제 이런 쪽으로 움직이는 게 북한에 좋다라는 것을 세계 각국이 북한에 권고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죠”

과거 6자회담 수석대표로 북 핵 마지막 합의인 2·29 합의를 이끌었던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위성락 전 대사] “대화 쪽으로 다시 선회하고 미-북 정상회담도 가능성이 많이 커진 것 같습니다. 그런 게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벌써 폼페오와 리용호 회담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미-북 간 본격적인 협상도 예상이 됩니다. 그래서 비핵화의 협상 과정이 추동돼 나가는 것 같이 보이는데, 관건은 내용이죠. 서로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 그 부분은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협상이 이어지기 때문에 약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주재 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미-북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평가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신각수 전 차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해 이번에 미-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브리핑 롤을 했다는 것은 평가합니다. 그러나 균형도 필요합니다. 너무 앞서 나가지 말아야 합니다. 있는 대로 보고 있는 대로 하자. 속도 조절과 함께 사회 공론화도 하고 한계가 있다는 것도 국민에게 알리고.”

신 전 차관은 “자동차는 바퀴가 고장 나면 대체 타이어로 교체하면 되지만 안보는 끝”이라며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과정에서도 안보는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전직 고위 관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고 싶은 것만을 중심으로 보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한다고 했지 한 번도 자체 핵을 포기하겠다고 한 적이 없고, 영변 핵 시설도 상응 조치로 폐기하겠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갖고 있는 핵무기이지 영변 시설을 핵 폐기의 일부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이 전직 관리는 “종전 선언을 하면 당연히 따라오는 게 북한의 핵 신고인데, 종전 선언을 해도 핵 신고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핵 신고는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인데 핵 보유 선언과 종전 선언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아울러 종전 선언을 되돌릴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아주 위험하다며 “전쟁이 끝났다고 선포했다가 되돌리면 다시 휴전이 아닌 전쟁으로 가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 다른 전직 고위 관리는 “문 대통령이 너무 북한을 대변하는 것 같다. 북한 정부 스스로 말하면 안 되냐”고 반문했습니다.

남북회담에서 선의로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유엔이란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외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두 전직 고위 관리는 자세한 한계와 우려에 대한 설명 없이 북한이 그저 비핵화하겠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홍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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