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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동완 교수] 북-중 접경 지역 사진집 출간 “외형은 변화, 실체는 계속 열악”


강동완 한국 동아대 교수. 사진출처=동아대
강동완 한국 동아대 교수. 사진출처=동아대

북-중 접경 지역의 외형적인 북한 모습은 많이 바뀌고 있지만, 실체는 여전히 열악하고 시간이 멈춰버린 듯하다고 최근 접경 지역 사진집을 출간한 한국의 전문가가 말했습니다. 북-중 접경지역을 거의 매달 방문해 연구·조사 활동을 하는 한국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를 서울의 김영권 특파원이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북-중 접경 지역 북한 사람들의 사진을 담은 책을 새롭게 내셨습니다.

강 교수) 책 제목이 ‘평양 밖 북조선’ 입니다. 북한은 평양과 지방으로 나눠진다고 얘기할 만큼 평양과 지방의 경제적 격차나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다릅니다. 흔히 평양공화국이라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평양공화국이 아닌 정말 일반적인 북조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평양 밖 북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주제를 갖고 국경 지역의 사진을 담아 출간하게 됐습니다.

기자) 사진이 999장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강 교수) 1천이라는 숫자, 천 번을 세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1천을 이루지 못한 숫자가 999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나가 모자라서 1천이 되지 못하는 슬픔처럼 우리도 하나가 모자라서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함께 하나가 되자는 의미로 999장의 접경 지역 사진을 담았습니다.

기자) 최근 북-중 국경 지역을 방문한 전직 관리와 일부 전문가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접경 지역이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합니다. 한 전직 관리는 “확 달라졌다”며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강 교수) 예를 들어 이동 수단과 관련해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떤 사진은 여전히 노인이 소달구지를 타고 가는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또 다른 한 장은 아주 세련된 트럭이 접경을 달리는 모습을 봅니다. 결국 어떤 모습으로 접경을 바라보냐에 따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접경 지역에서 잘 꾸려진 형형색색의 페인트가 칠해진 아파트를 보면 북한의 경제가 굉장히 나아지고 있고 살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 쓰러져가는 판자집을 보면 북한의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어떤 어떤 시각과 관점으로 그것을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전혀 달라지는 게 접경 지역의 현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거의 매달 북-중 접경 지역을 방문하신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느낌을 받으십니까?

강 교수) 2천km에 달하는 북-중 국경 지역을 달리면서 받는 느낌은 여전히 시간이 멈춰버린 곳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경제적인 모습들, 산에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조그만 자투리 밭을 만들어 경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소달구지를 끌며 지나가는 모습들,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건설장이 보이지만, 그 아파트를 짓는 기본적인 골재는 철근이 아니라 여전히 나무로 꾸려져 있습니다. 또 안전장비나 대형 크레인이 아니라 사람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하는 모습을 보면 외형은 많이 바뀌고 있지만, 실체적인 모습은 여전히 북한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게 선전 구호입니다. 접경 지역에 가면 많은 선전 구호를 볼 수 있는데 자력갱생이나 자력자강의 위력 등의 구호를 보면 여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대북 제재를 피해가고자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변화란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여전히 시간이 멈춰 버린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자) 북한과 구호정치는 한 몸이란 지적인데, 구호에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군요

강 교수) 예를 들면 미-북 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반미구호가 사라졌다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철천지 원쑤인 미국을 섬멸하자”는 구호가 여전히 있습니다. 또 “혁명적 총공세로 사회주의 강국건설에 모든 힘을 동원하자”든지, 또 북한이 강조하는 투지전, 속도전, 기술전 이런 구호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선전 구호를 보면 아직은 북한의 완전한 정치적 변화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999장의 사진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겠지요?

강 교수) 접경 지역이니까 아무래도 철조망이 다 놓여 있습니다. 그 철조망 사이로 제가 주제를 잡은 게 ‘철조망과 사람들’입니다. 거기에 10살 정도 되는 아이가 자기보다 더 어린 동생을 데리고 가면서 머리에는 빨래를 이고 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일까?’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그 아이의 무심한 표정, 예전에 우리 어머님들이 그렇게 다녔던 빨래를 머리에 이고 가는 모습, 이제 10살 정도밖에 안 된 아이가 자기 동생을 보살피며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다고 할까요? 또 저희가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이쪽 지역을 가는데 없던 변화 중의 하나가 철조망이나 감시초소가 굉장히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 경비를 더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강 교수) 한 달에 한 번씩 가 보면 어떤 초소가 다시 생겨나고 철조망이 새롭게 놓여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국경 경비가 강화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뿐 아니라 중국 쪽에서도 한국 여권을 갖고 접경 지역에 접근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굉장히 삼엄합니다. 예를 들어 두만강에서 회령을 볼 수 있는 삼합(싼허)이라든지 이쪽은 아예 접근조차 안 됩니다. 2년 전만 해도 갈 수 있는 지역이었는데 최근에는 중국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어서 이제는 접경을 통해 북한을 보는 게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기자) 최근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이 계속 감소 추세에 있는데, 이런 경비 상황이 탈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군요.

강 교수) 네, 접경에서 보면 그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 여권을 갖고도 접경 지역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중국 공안들에 의해 굉장히 제재를 받는 상황입니다. 접경을 달리다 보면 계속 늘어나는 철조망과 감시초소 이런 게 탈북을 막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총을 들고 있는 국경경비대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몇십 미터 지나면 또 군인들이 보이고 이런 부분들이 탈북이라든지 국경 지역을 경비하고 통제하는 것을 강화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이 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강 교수) 평양을 다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평양에 가는 게 제한돼 있고 그들만의 리그라고 얘기할 만큼 평양에 가는 게 북한 주민들에게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평양의 문수놀이장, 여명거리 아파트, 평양의 택시, 미래과학자거리, 류경호텔 등을 보면서 마치 북한이 최근에 상당히 많은 변화를 하고 있고 거기에 사는 시민들이 굉장히 행복한 것처럼 그렇게 왜곡돼 있는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마치 그런 번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평양 사진 몇 장이 북한이라고 본다면, 마치 눈을 가리고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접경 지역을 달리고 걸으며 갈 수 없는 그 땅을 허락된 곳만 가서 보면서 망원렌즈를 당겨서 보며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어쨌듯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고 여전히 그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현실을 이 999장의 사진 속에 담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게 하나가 더 필요하고 같이 하나가 되어 통일을 이루자는 마음을 999장의 사진에 담은 겁니다.”

북-중 국경 지역 북한 사람들의 최근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출간한 한국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를 통해 북-중 접근 지역 동향에 관해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서울 특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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