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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남북 경협, 주민 친화적 소규모 사업부터 시작해야”


지난 2013년 12월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자료사진)

남북 경제협력은 여전히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주민 친화적인 작은 사업부터 시작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미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한국이 중국·러시아 기업과 공동 투자를 해야 한다는 한국 내 목소리에 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북한의 부채를 한국 정부가 보장하는 경협 방식이 과연 옳은지 한국 정부에 반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남북 경제협력을 서두르지 않으면 중국이나 일본, 미국에 북한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 북한이 뒤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남북경협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필요가 있다.”

지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 정부와 민간에서는 남북 경협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여러 전문가는 그런 대규모 경제 협력을 추진하기에는 투자 위험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합니다.

미 워싱턴 대학의 경제 전문가인 신용석 교수는 개성공단 모델을 선호한다면서도 대북 투자에 여전히 여러 걸림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용석 교수] “권력이 집중화된 사회에서는 당연히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 논리나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보여주기 infrastructure(사회기반시설)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부정부패와 관련해 아프리카에서 많이 경험했듯이 들어가는데 중간에 렌트라고 하지요. 중간에서 렌트를 건져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중간에 다 빼먹기 때문에 실제로 좋은 사업조차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는 등 여러 우려가 있습니다.”

옛 소련이 개방할 때 권력에 있던 사람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국유재산을 헐값에 파는 등 부정부패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았듯이 북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국가별 연례 부패인식지수에서 해마다 세계에서 부정부패가 가장 만연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도 13일 VOA에 대북 투자는 여전히 위험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외국 투자가가 북한 내 협력 업체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공정한 사법제도가 북한에 존재하는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In North Korea, it is not clear of the independence of the judge to protect…”

게다가 북한 내 협력업체가 외국의 투자 업체 자산 보호를 위해 북한 당국 혹은 군대와 맞서는 상황도 여전히 상상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투자자산에 대한 보호 장치와 공정한 분쟁 해결 방식 없어 외국의 대북 투자 업체들이 대부분 돈을 잃고 북한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대북 투자 위험이 낮은 나라 업체를 통해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과거 언론 기고와 회견에서 남북경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 등을 끌어들여 공동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사업은 국제사회와 함께 공동 개발한 뒤 소유권을 나중에 북한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습니다.

워싱턴 대학의 신용석 교수도 중국 등 외국과 컨소시엄 방식의 투자와 개발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용석 교수] “만약 남한만 단독으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사업이란 게 처음에는 자본과 기술이 먼저 들어가고 나중에 수익성이 돌아오면 차관을 갚는 식으로 할 텐데 그때 가서 안 갚는다고 하면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적지요. 그 때문에 아마 중국이 가장 유리한 입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이 만약 안 갚는다고 하면 중국은 북한을 힘들게 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남한과 미국은 힘은 있지만, 그것을 과연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객원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그런 공동 투자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just don’t see how Chinese is going to help you with the risk. Chinses won’t invest much…”

경제 셈법에 밝은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처럼 대규모 대북 투자에 당장은 관심이 적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남북 경협 움직임을 경제 이익이 아닌 위험을 감수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런 위험을 한국과 함께 감수하겠다는 어떤 이유도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이런 접근보다 투자 기업의 재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등 제도 개선 없이 남북 경협을 재개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북한 정부에 전달하고 합의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또 북한을 자산은 많지만 이를 팔 수 없어 부도가 난 기업에 비유하며 한국 기업이 이런 도산한 북한 내 토지나 광산 등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회생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will treat North Korea like an illiquid bankruptcy. They have a lot of assets…”

부도가 난 기업은 신뢰가 힘들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통해 이익을 점진적으로 창출하며 신뢰구축을 쌓아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그러나 문제는 영리한 한국 기업이 아니라 북한에 너무 유약하게 대응하는 한국 정부에 있다며 한국인들은 문재인 정부에 경협 보험에 관해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한국의 납세자라면 북한의 부채를 한국 정부가 보장하는 경협 방식이 과연 옳은지, 도덕적 해이 문제라며 따졌을 것이란 겁니다.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도 투자 안전을 위해 중국·러시아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I disagree completely. Why would the Chinese government or Russian government have more…”

많은 중국인 투자가들이 과거 북한에서 돈을 잃었어도 중국 정부가 북한을 통제하지 못했는데 왜 컨소시엄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단독으로 투자해 모든 것을 잃는 것보다 외자 유치를 통해 분산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접근이라면 수긍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투자 위험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의도나 보여주기 식 대규모 경협이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 친화적인 작은 사업부터 경협과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가령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전력을 공급한다면 평양이나 대형 댐보다 지방의 주민들에게 먼저 전기를 보내 주민의 삶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북한 정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남북 경협과 외국인들의 투자에 대한 법적인 보장과 제도 개선, 주민들에 대한 일부 사유재산 인정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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