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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UNDP 평양사무소장 “북한, 경제보다 앞선 정치 때문에 개혁에 한계”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

북한이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정치와 정권 중심의 경제를 인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직 유엔 관리가 말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1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의 경제 정책은 김정일 정권의 연장선에 있을 뿐 근본적인 정책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식 개혁 모델을 제안한 것은 북한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소바쥬 전 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유엔개발계획(UNDP)의 평양사무소장으로 2009년에서 2013년 1월까지 근무하셨습니다. 그 때와 비교해서 김정은 정권의 경제 정책에 뚜렷한 변화나 그런 조짐이 있다고 보십니까?

소바쥬 전 소장)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을 잠시 만났습니다. 우리 UNDP 팀은 당시 새롭게 출범한 김정은 정권에 개혁 의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국제사회와 비정부기구, 유엔이 모두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6개월 뒤 우리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경제를 ‘조정(tweaking) 체제’라고 부릅니다. 실질적인 개혁을 하는 게 아니라 약간 수정하고 일부를 개선하는 것에 그치는 거죠. 6개월 뒤에 우리는 김정은 정권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혁 노선을 밟지 않을 것이란 것을 빠르게 깨달았습니다. 제가 2013년 1월에 떠난 뒤 김정은 정권은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기자) 그럼 실질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경제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의미인가요?

소바쥬 전 소장) 김정일 시대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 개발을 계속하고 국제사회에서 핵을 보유한 정상국가로 인정받은 후 체제가 안팎으로 공고화됐을 때 비로소 경제 발전에 진정으로 관심을 두는 정책입니다. 이런 기조는 김정일이나 김정은이나 정책이 거의 같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안전과 국경의 안전을 우선으로 한 뒤에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제 정책 변화 가능성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소바쥬 전 소장) 바로 그렇습니다. 그게 저의 생각입니다.

기자) 김 위원장이 최근 함경북도 경제현장을 방문해 이례적으로 담당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전했습니다. 또 사회주의 경제 강국 건설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소바쥬 전 소장) 김정은 위원장은 정권 출범 직후인 2012년에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지금까지 경제 발전보다 핵·미사일 발전에 집중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은 약속을 지켜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인민의 더 나은 삶을 성취해야 하는 과제를 계속 안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 지원에 대한 바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모든 이들에게 압박을 가할 겁니다. 그게 현재 김정은이 처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상황이죠.

기자) 말씀을 들어보니 김 위원장이 아직 국제사회가 바라는 시장 경제를 수용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바쥬 전 소장)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시장경제 노선을 채택하는 것은 김정은에게는 아주 복잡할 겁니다. 북한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령 베트남은 국경의 안전이 확보된 뒤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개혁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인들은 자주 경제 발전을 위해 베트남처럼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공정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답합니다. 북한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지정학적으로 국경을 개방해 경제를 발전하는 데 대해서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경제 발전과 관련해 김정은 정권이 누구의 모델도 따르지 않을 것이란 여러 전문가의 전망도 그런 배경에서 나오는 건가요?

소바쥬 전 소장)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를 강조하는 거죠. 저도 북한에 있을 때 북한 관리들에게 베트남이나 중국식 모델을 따를 것을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저런 구실을 다 대며 부정적으로 답변했습니다. ‘중국에 얼마나 많은 시위가 있는지 아느냐? 중국인들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 이런 식이죠.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방식의 사회주의 경제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다시 말씀 드리지만, 경제를 개방하면 정치적 통제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기자)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식 개혁 모델을 따를 가능성은 없다는 말씀이군요

소바쥬 전 소장)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북한이 베트남식 모델을 따르는 데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 정권에는 인민을 통제하는 정치적 프로젝트가 아직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럼 폼페오 국무부 장관이 베트남식 모델을 따를 것을 북한에 제안한 것은 실책일까요?

소바쥬 전 소장)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개혁하는 상황을 바라는 모든 이들처럼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그런 접근은 정확한 분석에 기초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는 북한이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불행히도 북한 정권은 여전히 경제 원조를 우선적으로 원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개혁을 말할 때 그 주체는 시장경제가 아니라 앞서 말씀 드렸듯이 약간 틀어서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농장과 기업소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좀 더 효율적으로 방식으로 약간 수정하는 데 그치는 겁니다.

기자) 정부가 할당량을 가져가고 나머지를 갖게 하는 소규모 개혁은 했지만, 개인에게 소유에 대한 재량권이나 기업소 사장에게 완전한 자치권을 부여하는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건가요?

소바쥬 전 소장) 그렇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주민에게 사유 재산을 보장하거나 자율권을 허용할 의도와 가능성은 현시점에서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마당에서 곡류와 물건을 매매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사적 소유권과 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시장 경제 노선으로 가겠다는 것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기자) 어쨌든 김 위원장은 인민의 생활을 약속대로 개선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에 있습니다. 소바쥬 전 소장님이 김 위원장의 경제 고문이라면 어떤 권고를 하고 싶으십니까?

소바쥬 전 소장) 제가 김 위원장의 경제 고문이라면 더 나은 경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아직 실질적인 전략과 데이터가 없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통계에 대해 잘 모르고 정확한 통계와 정보도 없습니다. 완전히 혼란스럽죠.

기자) 다음은요?

소바쥬 전 소장) “그 다음은 북한의 ‘전시 경제’를 평화 경제로 전환하는 겁니다. 가령 북한은 지금 식량이 있지만, 많이 먹지 마라. 국가 방위를 위해 써야 한다고 합니다. 많은 양질의 생산품은 주민이 아니라 외환 확보를 위해 (수출용으로) 사용됩니다. 이런 전시 경제는 평화 경제와 다릅니다. 오늘의 북한 경제는 평화 경제보다 전시 경제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북한 경제의 우선순위는 아직 인민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국가와 정권입니다. 따라서 저는 김 위원장에게 결국 목표는 평화다. 그러니까 그 목표를 위해 경제도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기자) 결국 경제 목표의 중심을 정권에서 인민으로 돌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인민대중중심’이란 구호는 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실행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소바쥬 전 소장) 흥미롭게도 제가 북한에서 경험한 경제는 아주 집요하고 고집스럽다는 겁니다. 항상 돌아가고 돌아가고 또 돌아갑니다. 김정은이 정치적 비전을 가지면 경제는 늘 그 뒤로 돌아갑니다. 북한의 시각에서 보면 정치는 항상 경제보다 중요합니다. 그게 그들이 정말로 믿는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그렇게 많은 고통을 계속 겪는 겁니다.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북한의 경제 발전 방안에 관해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의 견해를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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