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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김정은, 시장경제 인정하고 경제 통계 발표해야”


지난달 20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농업과학원 연구시설을 둘러봤다.

북한 정부가 경제 번영을 이루려면 시장경제를 정책 노선의 일부로 채택하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협력해 경제 통계를 먼저 발표해야 한다고 미 경제 전문가가 제안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과거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의 조언을 경청하며 자신들에 맞는 개혁을 추진했던 베트남처럼 국제사회와 경제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세계은행에서 26년간 근무하며 1990년대 초 세계은행의 첫 베트남 사무소 개설 전반에 관여했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최고수뇌부에 비핵화와 함께 경제 번영을 위한 결단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까지 언급했지만, 북한은 아직 잠잠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뱁슨) 북한은 이미 오랫동안 베트남의 경제 발전을 공부했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베트남을 방문했죠. 베트남 모델이 북한에 새삼스러운 게 아닙니다. 저는 과거에 이런 움직임에 관해 기고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과 북한의 경제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경제 구조나 인구, 대외 관계 등 많은 게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식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뭐가 크게 다른 건가요?

밴슨) 시장경제에 관한 입장입니다. 시장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베트남이 앞서 도이머이(쇄신) 노력을 통해 국가 정책으로 채택한 겁니다. 베트남은 이런 개혁 노선에 따라 국제사회와 투자·지원에 관해 협상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많이 낮췄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장마당에 관해서는 관용을 베풀고 있지만, 시장 경제로 나아가겠다는 어떤 공개적인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나 경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시장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시장경제로 나아가겠다는 정책 노선을 대외적으로 모색한다면 투자 유치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길이 트일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기자) 세계은행에 계실 때 베트남의 개방에 직접 관여하신 것으로 압니다. 당시 어떤 변화 과정들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뱁슨) 베트남은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외부에 개방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초기 과정에 모두 개입했습니다. 제가 1990년대 초에 세계은행의 베트남 사무소를 열었고 사업 전반에 관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과 베트남은 아주 조용히 양자 협상을 통해 베트남 군대의 캄보디아 철수 등 변화의 청사진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분야에 관해서는 미국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죠. 세계은행과 다른 나라들이 베트남과 양자 협상 등을 통해 경제 협력을 논의했지만,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미국이 당시 경제 협력에는 소극적이었지만, 국제기구나 다른 나라의 금융 지원을 막지 않은 게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설명하시는 건가요?

뱁슨) 그렇습니다. 우리 세계은행도 (그 때문에 베트남과의 협력에) 꽤 진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베트남과 북한의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베트남과 사업할 수 있도록 제재와 법적 규제를 풀어달라고 매우 적극적으로 로비를 했습니다. 베트남이 개방하면서 한국, 일본, 타이완, 호주, 영국이 앞다퉈 무역 관계를 트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워싱턴의 상공회의소가 이런 로비를 적극 주도했죠. 하지만 북한은 이런 게 없습니다. 소수 한국계 미국인들을 제외하면 워싱턴에서 북한과 사업하게 해 달라며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하는 미 기업인들은 거의 없습니다.

기자) 아직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앞서 말씀하신 대로 시장 경제에 대한 북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런가요?

뱁슨)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북한이 경제 성장을 위해 미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북한은 바로 옆에 한국과 일본, 중국이 있습니다. 또 북한은 (베트남에 비해) 큰 나라가 아닙니다. 따라서 정치적 환경만 지원이 된다면 대북 지원에 관심을 가질 많은 투자가와 개발 업체들이 있습니다. 미국도 비핵화 등 정치적 문제 해결이 전제된다면 이런 기류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매우 성공적인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는 걸까요?

뱁슨) 그게 큰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아직 경제에 관한 금융(재정)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개혁 초기부터 국제통화기금(IMF)에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심지어 하노이에 IMF 사무소가 개설되기 오래전부터 이미 IMF 요원들이 베트남에 들어가서 정부가 정확한 국가 통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따라서 북한 정부가 정말로 경제 번영을 이루고 싶다면 이런 국가 경제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합니다. 그 게 북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겠죠. 보세요. 북한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나라가 이런 통계를 발표합니다. 당신이 투자가라면 당장 이런 통계부터 볼 것입니다. 그게 없다는 것은 대북 투자에 아주 중대한 장애물인 거죠.

기자) 북한도 그런 통계의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을까요?

뱁슨) 북한도 알고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는 그것을 20여 년 전에 말했습니다. 북한은 21년 전인 1997년에 IMF와 이에 관해 대화했습니다. 북한의 경제 전문가 등 일부는 이런 통계를 만들어 발표하길 정말로 원하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걸림돌은 항상 노동당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선을 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한국의 일부 학자들은 해외 유학파 출신인 김 위원장이 그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뱁슨) 저도 김정은이 이에 관해 더 현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당을 젊은 인물로 교체하고 내각의 고위 관리들을 승진시켜 당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책 결정 과정에 전문 지식을 가진 관리들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준비는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북 관계가 앞으로 긍정적으로 발전한다면 통계 등 여러 사안에 빠른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그럼 대북 협상을 주도하는 폼페오 장관이 베트남 모델을 언급한 게 적절했다고 보십니까?

뱁슨)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폼페오 장관의 행보를 지지합니다. 폼페오 장관이 하노이에서 한 발언도 유익했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인들은 경제를 성공적으로 일궜고 미국과의 관계도 재건했습니다. 북한도 이를 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게 불가능한 게 아니라 북한에 가능한 목표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상기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북한에 딱 맞는 경제 모델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뱁슨) 저도 그들의 시각에 동의합니다. 북한에 딱 맞는 모델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베트남이 그것을 잘했습니다. 모든 이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배운 뒤에 자신들에게 맞는 노선을 결정했습니다.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호주, 미국, 세계은행, 독일 등 여러 선진국이 베트남과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하길 원했고 베트남도 이런 교류와 대화를 원했고 때로는 논쟁도 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하지 않고 있는 게 바로 이겁니다. 북한은 누구와도 자신들에 경제에 관해 진지하게 대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화의 문을 닫는 것은 실책입니다.

북한의 경제 발전 방안에 관해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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