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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거드 교수] “북한 선별적으로라도 개방해야 빠른 경제 성장 가능”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공개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 건설 현장.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시찰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공개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 건설 현장.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시찰했다.

북한이 선별적으로라도 개방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빠른 경제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대학(UC San Diego)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16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법 개혁과 투명성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전반적인 경제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각종 국내 거래에 장마당 가격을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해거드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마이크 폼페오 국무부 장관이 북한에 베트남식 변화의 길을 권고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북한은 잠잠합니다. 베트남식 모델에 관심이 없는 걸까요?

스테판 해거드 UCSD 교수
스테판 해거드 UCSD 교수

해거드 교수) “북한은 그 누구의 모델도 절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겁니다. 북한은 투철한 민족주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권은 항상 자신의 모델을 강조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베트남 모델이 중국보다 북한에 더 현실적입니다. 중국은 아주 큰 나라이기 때문에 북한이 모방하기 쉽지 않은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북한이 어떤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무슨 모델을 따르는지가 중요합니다.

기자) 북한 정부는 계속 관영 매체를 통해 “자립적이고 현대적인 강력한 사회주의 경제 발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할까요?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먼저 해야 할까요?

해거드 교수) “두 가지 핵심적인 일들이 일어나야 합니다. 이것은 점진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나타나지는 않을 겁니다. 우선 핵 문제에 관해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리지 않는 한 북한 정권이 교역과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 외국에 개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을 제외한 외국의 무역과 투자 관계자들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핵 문제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서야 움직일 겁니다. 따라서 핵과 경제 발전은 서로 연관이 있고 북한의 개혁은 핵에 진전이 없으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두 번째 핵심 요소는 뭔가요?

해거드 교수) “두 번째는 북한처럼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는 대외 개방이 아주 중요하다는 겁니다. 과거 중국에도 이런 대외 개방이 중요했지만, 베트남에는 훨씬 더 중요했었죠. 무슨 의미냐 하면 (투자)법제 개혁을 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겁니다. 외국 투자가들에게 자신들의 자산이 북한에서 빼앗기지 않고 보호될 것이란 법적 보증을 하는 게 아주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우리는 북한 정부가 외부의 투자가들에게 했던 약속을 쉽게 깨는 것을 오랫동안 봐 왔습니다. 따라서 이런 투자 안전에 관한 법적 보호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경제 발전이 진전되기는 힘듭니다.

기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북한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경제 개혁 조치들이 어떤 게 있을까요? 가령 일부 전문가는 국정 가격과 장마당 가격부터 통합하는 조치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해거드 교수) “알다시피 북한의 많은 경제가 이미 장마당 물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든 장마당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점진적으로 팽창할 겁니다.”

기자) 하지만, 정부가 국가 일꾼에게 주는 월급은 여전히 수 천 원에 불과해 장마당 물가와 큰 격차가 있습니다.

해거드 교수) “맞습니다. 하지만 북한인들은 그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물가는 사실상 장마당 가격으로 더 확산하는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작은 규모의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령 협동농장의 농장원 규모를 줄여서 사실상 가족농 형식으로 전환해 생산량을 늘리도록 하고 농민이 생산량을 더 갖도록 하는 포전제 같은 개혁을 더 진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의 생산과 거래 역량을 더 강화하는 이런 소규모의 개혁을 연쇄적으로 지속하는 거죠. 또 국영기업소 간 거래를 장마당 가격으로 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소매뿐 아니라 도매가격도 장마당 물가로 대체해 기업소와 공장이 장마당 물가를 도입하도록 하는 겁니다.

기자) 북한의 도매가격은 주로 국가 기관과 기업소가 서로 생산물을 주고받을 때 적용하는 가격인데, 이를 실질적인 장마당 가격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군요.

해거드 교수) “그렇습니다. 이런 조치는 기업소 사장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할 겁니다. 사장은 이를 통해 어디에 더 투자해야 돈을 모을지 더 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사실 제가 말씀 드린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것들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외국인 직접 투자 같은 대외적 요소가 극도로 중요합니다. 외국의 투자와 이에 대한 보호 조치가 없으면,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협동농장과 기업소에 일부 개혁 조치가 있지만, 북한처럼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의 발전은 결국 외국의 투자와 무역에 달려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하면 미국 민간 기업들의 투자로 북한의 경제 발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김 위원장이 정말 그런 미 기업들의 투자를 간절히 바랄까요?

해거드 교수) “북한은 미국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북한에 필요한 것은 무역망을 중국을 넘어 국제사회로 확대·구축하는 겁니다. 북한 경제의 중국 쏠림 현상이 심각합니다. 이런 과도한 중국 의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사실 큽니다. 물론 북-중 경제 교류가 더 강화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경제 교류를 밖으로 더 확대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다른 세계 개발국에 대한 노동집약과 제조 분야에 대한 요구가 계속 있기 때문에 북한이 더 많은 나라로 교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과거 중국과 베트남처럼 시장 경제를 어느 정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십니까?

해거드 교수) “저는 사실 김 위원장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개혁 조치를 위에서부터 지시했고 그 결과 민간 경제 부문이 북한에서 발전했다는 분명한 여러 증거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김 위원장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시장 친화적인 개혁 조치들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하지만 중국과 베트남처럼 공식적으로 시장경제 도입을 정책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는데요. 게다가 중국은 마오쩌둥에서 덩샤오핑으로 독재가 좀 더 연성화될 때 개혁했고 베트남도 지도부가 개혁적인 인물로 교체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절대권력을 갖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개혁을 할 수 있을까요?

해거드 교수) “중국과 베트남을 비교하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분명히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덩샤오핑이 권력에 오를 때까지 개혁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지도부가 바뀌지 않은 채 개혁을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시장 개혁을 위해 반드시 지도부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도부의 마음 자세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기자) 북한이 국제통화기금 IMF와 협력해 국가 통계부터 투명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해거드 교수) “미국과 한국, 중국 혹은 일본과 러시아도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IMF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가입을 장려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투명성 차원에서 볼 때 북한이 아직 그런 수준에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심지어 북한이 중국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데도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도 IMF나 세계은행 같은 투명성을 북한으로부터 보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스스로 그런 투명성 신뢰를 위한 개혁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런 국제기구 가입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끝으로 해거드 교수님이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 고문이라면 가장 먼저 어떤 권고를 하시고 싶으신가요?

해거드 교수) “어느 정도 선별적으로 개방하지 않으면 북한은 장기적으로 볼 때 빠르게 성장할 수 없다고 김 위원장에게 말할 것입니다. 북한이 홍콩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려면 개방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 문제 해결이 필요합니다.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대학(UC San Diego)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로부터 북한의 경제 발전 방안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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