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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김정은의 경제 질타 비효율적, 탈집단화부터 시도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 9월 1일 기계공장을 시찰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집중적인 북부 지역 경제 시찰을 통해 관리들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회의적이라고 미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개혁 언급 없이 옛 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이 체제 유지 핑계로 자주 사용하던 현대화·기술화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협동농장과 기업소에서 전통적인 집단체제를 좀 더 개인화하는 노력과 선별적 개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조지타운대학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객원교수는 19일 VOA에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관리들을 질타하며 집중적인 경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 새로운 게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그런 현지지도를 통해 관리들을 질타하거나 격려했는데, 이를 관영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것만 다를 뿐 그리 새삼스럽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기업의 자립적 현대화와 기술 개선을 강조하는 것은 옛 공산권 국가들이 공산주의 조직 체계를 고수하기 위한 핑계로 자주 강조했던 선전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at’s what the communist governments always say, even Khrushchev hammered….”

옛 소련의 니키타 후루쇼프(후르시초프)와 중국의 마오쩌둥도 현대적 기술이 없기 때문에 빈곤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어리석은 발상이었다는 게 역사를 통해 확인됐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현대적 기술화는 방법적인 문제로 조직 체계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진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덩샤오핑처럼 협동농장이나 기업소의 집단화를 기존 시범적 포전제에서 개인화로 바꾸고 정부 할당량을 크게 줄이는 등 집단적 조직체계를 개혁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볼 때 북한 인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비핵화(denuclearization)보다 비집단화(decollectivization)”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도 이런 민간경제 영역을 보장하면 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이 집중적인 경제 시찰을 통해 담당 관리들을 강하게 질타하거나 격려하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방문했던 중국·싱가포르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낙후된 북한 기업들에 대한 실망과 분발을 촉구하려는 의도, 경제 발전에 큰 기대를 하는 북한 인민들에게 자신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선전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말과 동선을 보면 진정한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브레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총재는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농장에 포전제를 시범 운영하고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에 따른 자율권을 확대하며 장마당에 관용을 베풀고 있지만, 시장 경제로 나아가겠다는 어떤 공개적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교수] “They never say publicly that they really brace the idea of becoming a market economy…”

북한이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시장경제로 나아가겠다는 신호를 정책으로 보이지 않는 한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기존의 집단적 사상교양과 체제 결속 시도를 계속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것도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박영자 북한연구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이 공장 시찰에서 계속 ‘혁명사적 교양실’을 가장 먼저 둘러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의 과거 현지지도 위대성을 논하는 등 새로운 정책이나 시스템 개혁이 아니라 “사상 강화를 여전히 현지지도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의 대북 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19일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각지에서 ‘군중심판’(공개재판)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등 김정은이 비사회주의 통제와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상 통제에 따른 독재정권 유지와 개방은 서로 상충되기 때문에 결국 개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경제를 개방하면 정치적 통제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북한 정권은 늘 약간 틀어서 조정하는 경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This is just what I call tweaking system. Little bit of change here…”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사유 재산을 일부 인정하거나 국영 기업소에 정상적인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는 한 북한의 경제가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란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대학(UC San Diego)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빠른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선별적으로라도 개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 “North Korea cannot grow rapidly over the long run unless it undertakes some kind of selective opening.”

북한같이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는 궁극적으로 통계 등 국가의 투명성 재고와 투자법 개혁을 기반으로 대외 개방을 통해 해외 투자와 교역국을 다양화할 때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중적인 경제 현장 시찰이 내각의 전문가들을 당으로 끌어들이는 기존 변화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세대교체 등 인적 쇄신을 극적으로 단행하기 위한 ‘명분 쌓기’ 수순일 수 있다는 겁니다.

조지타운대학의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의 움직임이 더 큰 정책 변화를 위한 준비 과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he is setting things up for some bigger changes, some policy changes. For example, he might…”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이 2~3달 뒤에 경제현장 시찰 결과 많은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새 정책을 시도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아직 희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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