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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경제 발전의 관문은 투명한 경제 통계와 IMF 가입”


지난해 4월 평양 순안공항에 고려항공 여객기가 서 있다.

북한이 제대로 경제 성장을 하려면 국제통화기금(IMF)과 협력해 국가 통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미 전문가들이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경제가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이라고 선전해 온 북한 정권 입장에서 통계 공개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1997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의 마거릿 켈리 선임고문 등 3명이 사상 처음으로 평양을 일주일간 방문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당시 IMF 관리들은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 IMF의 역할과 회원국 가입 조건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고 북한으로부터 일부 국가 통계와 정보를 받았습니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관리들은 당시 4년 동안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경제가 매우 열악하다며 IMF와 세계은행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금융 지원을 받는 방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IMF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베이징에서 일주일 일정으로 북한 관리들에게 IMF 가입에 필요한 기술 지원 회의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가 갑자기 연기 요청을 하며 모든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당시 세계은행에 근무하며 이 사안을 관심 있게 지켜봤던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25일 VOA에 북한 정부가 세계은행이 요구하는 정보 제공을 꺼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y were very interested in the technical assistance and money, but they were very unwilling to open the books and they didn’t want…”

북한이 기술적 지원과 돈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국가 통계 등 IMF가 요구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설명입니다.

이후 IMF와 북한은 공식적인 회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평양의 한 버스정류장에 우주 기술 개발을 선전하는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다.
지난해 7월 평양의 한 버스정류장에 우주 기술 개발을 선전하는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다.

최근 들어 IMF가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IMF 가입이 사실상 국제사회의 금융지원과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관문이기 때문이라고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동연 한국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라디오 방송에서 “남북이 북핵 문제를 넘어 경제협력까지 가려면 여러 국제사회의 협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IMF 가입을 언급했습니다.

최근 세계은행과 IMF, 아시아개발은행 등이 전화를 걸어와 북한이 개방 또는 개혁을 하면 노하우를 갖고 참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으려면 선행 조건이 IMF 가입이란 겁니다.

실제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들은 금융과 기술·개발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투명한 통계 확보를 위해 IMF 가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IMF 관계자는 25일 VOA에 통계는 “당사국의 경제적 취약성과 위험 등 경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보다 나은 정책을 구현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투명성 보장은 정부의 정책 신뢰로 이어져 외국의 투자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국의 랜달 존스 일본·한국 담당관도 25일 VOA에 국가 경제에 관한 이해 차원에서 IMF 가입에 통계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존스 담당관] “That requires statistics, require more understanding of the economy. So North Korea, we don’t really have any national…”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몇 대인지조차 모르는 등 경제 통계가 없고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통계도 추정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 경제에 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존스 담당관은 또 북한의 경제 발전에는 국제 원조보다 투자가 핵심이라며 거듭 투자 위험을 낮추는 데 필요한 국가 통계의 투명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아직까지 자세한 경제 통계는 물론 IMF 가입 의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의 경제 통계는 최고인민회의가 4월에 아주 제한적으로 발표하는 국가 예산 증액 비율 정도가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통계 발표를 꺼리는 주요 이유로 객관적 사실보다 정치적 목표에 따라 경제 정책이 세워지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y don’t really want to disclose reality of what they’re doing and what their money, how much they have and where it is…”

북한 정권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얼마나 많은 돈을 어디에 보유하고 있는지 등 현실을 공개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경제 악화의 원인이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이라고 선전하는 북한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도 이런 투명한 통계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7월 북한이 외국 언론에 공개한 평양 서남부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지난해 7월 북한이 외국 언론에 공개한 평양 서남부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한국 국책연구기관의 북한 출신 전문가도 24일 VOA에 북한 관리들 입장에서 수령에게 “당신이 책임지고 영도하는 나라 살림살이가 이 정도라고 눈치 없이 투명하게 보고하고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산주의 체제는 제도적으로 투명성을 거부하고 비밀, 대결, 국익 등을 이유로 경직된 통제사회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협력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IMF 가입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우선 IMF와 통계 작성에 관한 기술 협력 작업이 필요하고 IMF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과 일본, 유럽 나라들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뱁슨 전 고문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와 IMF 가입은 별개이지만, IMF 지분을 보유한 주요국들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but it requires, basically, a political decision….”

하지만 이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함께 북한 정권이 정치 체제에 관계없이 국제사회 편입에 진지하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가능할 것이라고 뱁슨 전 고문은 지적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박경애 교수는 그러나 일단 제재가 풀리면 IMF 등 국제금융기구들과의 협력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박경애 교수] “제일 시급한 게 국제기구. 제재 때문에 IMF 등 경제 관련 국제기구들이 투자 등 관여를 못 하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제재가 풀리면 국제기구들에서 많은 프로젝트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존스 담당관도 핵심 사안에 진전이 이뤄지면 IMF 회원국 가입 등을 위한 속도에 빠른 진전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존스 담당관] “I think if we can make progress on the key issue, I think there will be a chance to have a rapid progress.”

여러 전문가 역시 IMF 회원국 가입에 통계와 심의, 표결 절차 때문에 통상 2~3년이 걸리지만, 확실한 비핵화 진전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로 가입 과정이 속성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대학(UC San Diego)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IMF 가입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투명성과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they are not just there yet in terms of level of transparency and if you notice…”

북한은 중국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조차 투명성 부족으로 가입하지 못 하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실질적인 투명성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이번 주에 발표한 보고서(AIIB의 대 북한 인프라 투자 가능성과 시사점)에서 정치적·제도적·수익성 위험 때문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대북 인프라 투자는 위험 평가 등이 충분히 이뤄진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자 장기간 폐쇄형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에 위험이 매우 높고 관리도 어렵다며 이런 배경이 계속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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