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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오일 쇼크' 15개월째 계속


지난해 평양에서 연료를 실은 트럭이 주차돼 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에서 기름값 급등세가 15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겨울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지난해 봄 보다 여전히 2배 높은 상태입니다. 북한 기름값 급등세의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기름값 폭등세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 중순부터였습니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평양 시내 연유판매소(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은 kg당 6천원 선이었습니다.

그런데 4월 들어서면서 가격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평양발 `AP' 통신에 따르면 휘발유 값은 전 달에 비해 14% 올랐습니다. 또 4월 19일부터는 외교관에게만 기름을 파는 등 공급을 제한했습니다. 아예 문을 닫은 연유판매소도 나타났습니다.

평양의 기름값이 지난해 4월 중순에 갑자기 오른 건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언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등으로 미뤄보면, 당시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 태양절을 맞아 6차 핵실험을 실시하려 했습니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4월 14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한성렬 부상] “최고 지도부에서 결심하는 때에, 또 결심하는 장소에서 핵실험이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전에 이를 파악한 중국 수뇌부는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중 국경을 장기간 봉쇄하겠다”고 경고해 이를 포기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렸습니다. 그러자 4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2-3시간 동안 아주 이례적인 움직임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Some very unusual moves have been made over the last two or three hours…”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당시 중국이 북한으로 가는 송유관 밸브를 잠갔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중국의 압박이 있지 않았겠나, 국경봉쇄라는 게 단지 단둥대교 화물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송유관 밸브를 닫을 수 있다, 그 외 여러 강도 높은 압박이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이 저렇게 손을 내려놓고, 일단 4월설을 잠재운 것은 중국의 압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름값은 9월 9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다시 한번 올랐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유엔 안보리는 석유 공급 제한 등을 담은 대북 결의 2375호를 통과시켰습니다.

중국은 또 10월부터 항공유와 휘발유 등 정제유의 대북 수출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기름값은 11월29일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올랐습니다. 북한이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화성 15형을 시험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당일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북한 핵 개발의 주 동력은 석유라며 중국에 공급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Major supplier of that oil is China. In 2003, China actually stopped the oil to North Korea, soon after North Korea came to the table.”

북한이 사실상 핵 무력을 완성하자 중국도 대북 석유 공급 제한에 찬성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12월 채택한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에서 원유 공급을 연간 400만 배럴로 제한하고, 휘발유 등 정제품 공급 상한선을 50만 배럴로 묶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올1월 kg당 2만7천원까지 올랐던 휘발유 가격이 2월 들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북한 내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3월에 1만5천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이 5월에는 1만원, 그리고 7월 17일에는 8천900원으로 1만원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제재는 한층 강화됐는데 기름값은 하락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지난달 29일 북한 국적 유조선 안산 1호와 국적 불명의 선박 옆에 나란히 서서 호스로 석유 등 물품을 옮기는 장면. 일본 방위성 사진제공.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지난달 29일 북한 국적 유조선 안산 1호와 국적 불명의 선박 옆에 나란히 서서 호스로 석유 등 물품을 옮기는 장면. 일본 방위성 사진제공.

전문가들은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으로 인해 기름값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환적이란 남의 눈을 피해 해상에서 몰래 기름을 옮겨 싣는 것을 말하는데, 북한이 이를 통해 1백만 배럴 이상을 들여와 기름값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경술 박사입니다.

[녹취: 김경술] ”아무래도 환적의 영향이 클 겁니다. 물량이, 북-중 간에 석유 밀수라고 하는 것이 압록강. 두만강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는 밀수라서, 물량이 크게 이뤄지기 어렵고, 역시 환적을 통한 밀수가 물량이 크고, 시장에 풀릴 때 영향이 클 겁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에서 5월까지 모두 89 차례에 걸쳐 해상 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환적에 관련된 선박들이 용량의 90% 정도만 채웠더라도, 유엔이 규정한 상한선의 3배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해상 환적으로 몰래 기름을 들여왔어도 북한의 정제유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다시 김경술 박사입니다.

[녹취: 김경술] “여전히 모자랍니다. 북한이 원유를 정제한 것도 있고 밀수로 도입한 것도 시장에 풀린 것인데,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볼 수는 없죠, 유엔 제재위원회에서 본 것은 북한의 연간 수요량은 연간 5백만 배럴 된 것으로 본 것이죠.”

북한에서는 기름값 급등세가 1년 이상 계속되면서 여기저기서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통난이 가중된 것은 물론 물가가 오르고 장마당 경제도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육군과 해군 훈련은 물론 공군 비행훈련도 원활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북한의 환적과 정제유 문제는 유엔 안보리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불법 환적을 통해 확보한 정제유 규모가 이미 상한선을 초과했다며 대북 정제품 판매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추가 관련 정보를 요청하며 “검토할 시간을 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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