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뉴스 동서남북] 폼페오 3차 방북 "아직 비관할 필요 없어"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왼쪽)이 지난 7일 평양을 떠나기 전 순안국제공항에서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작별인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왼쪽)이 지난 7일 평양을 떠나기 전 순안국제공항에서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작별인사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지난 6-7일 평양에서 이뤄진 미-북 고위급 회담을 둘러싸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이번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반면 북한은 미국에 대해 ‘강도 같았다’며 비난했습니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무엇이며 과제는 무엇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영빈관인 백화원에서 1박2일에 걸친 미-북 고위급 회담이 끝난 7일 오후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괜찮았습니다. 북한의 실세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3차례에 걸쳐 9시간 동안 만난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순안공항을 떠나기 직전 회담에서 여러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We made progress.."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무 것도 내놓지 않고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를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이 담화는 미국과 한국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8일 도쿄에서 열린 미-한-일 외무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강도적’이라는 북한의 담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폼페오 장관은 “미국이 강도라면 전세계가 강도인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If requester as gangster world is gangster…"

미국 언론은 대부분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이번 회담이 비핵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데 실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CNN' 방송은 회담이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됐다고 평가했습니다. `NBC' 방송도 폼페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못 만난 것을 두고 ‘김정은이 폼페오 장관 대신 감자를 선택했다’고 비꼬았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폼페오 장관의 이번 방북을 그렇게까지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No, I don’t think you can draw such hard conclusion…”

2차 3차 후속 회담을 통해 검증 등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가 드러나야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폼페오 장관은 이번 방북을 통해 세 가지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폼페오 장관은 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재확인을 넘어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Commitment made by chairman Kim… "

둘째로 미-북은 3개의 후속 회담에도 합의했습니다. 워킹그룹 즉,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과 미-북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겁니다. 또 한국전쟁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실무회의를 판문점에서 열고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를 위한 실무회의도 열기로 했습니다.

이밖에 미국과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비핵화와 안전보장 등 핵심 관심사를 놓고 장시간 머리를 맞댄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6일 정오께 평양에 도착한 폼페오 장관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3시간에 걸쳐 만났습니다. 이튿날인 7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에 걸쳐 오찬과 회담을 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외교 당국자가 1박2일 간 총 9시간에 걸쳐 밀도 있는 협상을 진행한 셈입니다.

미-북 양측은 이 자리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검증, 폐기는 물론 종전 선언, 제재, 관계 개선 등 모든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고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1박2일인데, 잠자는 시간을 빼고 회의만 했다는 얘기입니다. 어차피 미-북 정상이 큰 합의, 틀을 정했기 때문에 나머지 남는 것은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이기 때문에 이행을 상당히 진지하게 얘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고위급 회담을 ‘미국을 길들이는’ 기회로 삼으려 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당초 자신들이 공언했던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를 실무회의로 미뤘습니다. 미군 유해 송환도 실무회의로 넘겼습니다.

또 북한은 처음부터 폼페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게 해 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측은 폼페오 장관이 도착한 6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폼페오 장관에서 전달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폼페오 장관의 도착 전부터 평양을 떠나 2주가량 신의주와 삼지연 등 지방을 돌아다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북을 통해 양측의 입장이 분명해진 만큼 조만간 열릴 미-북 실무회의에서 이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미국은 비핵화를 우선시 하고 북한은 체제보장을 우선시 하는 만큼 동시 행동의 원칙에 따라 이를 병행 추진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조한범 박사입니다.

[조한범] “남는 것은 미-북 공동성명 후속 비핵화 부속 이행 합의죠. 어떻게 비핵화를 한 것인가, 어떤 범위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절차로, 어떤 시간표대로 할 것인가 하는 4가지를 합의 해야죠. 또 거기에 상응해서 제재 해제와 체제보장이 들어가야죠.”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북 관계 정상화, 대북 에너지 지원, 그리고 행동 대 행동 원칙 등을 담고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한 달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제목만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세부 내용을 하나씩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