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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시간·속도 제한 없는 북핵 협상, 장기화·동력 상실 가능성


지난 201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7' 탄도미사일.
지난 201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7' 탄도미사일.

북한의 비핵화 시한과 방식 등에 관한 미국의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어 주목됩니다. 협상이 장기화 하고, 동력도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국이 입장을 바꾼 쟁점들이 어떤 건가요?

기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북한 핵 문제를 일괄타결 한다는 방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 그리고 단계적 비핵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등입니다. 북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사실상 거의 모든 쟁점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우선, 일괄타결 방침이 어떻게 변한 건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던 일괄타결은 속전속결식 빠른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체 비핵화 과정과 미국의 체제 안전보장 방안들을 한 바구니에 담아 한 번에 담판을 짓는 것을 말하는데요, 북 핵 협상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일괄타결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 비핵화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려 한다는 관측과 맞물려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여겨졌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지난달 말에 `칠면조 요리론’을 언급하면서 입장이 바뀌었지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과정을 '칠면조 요리'에 빗대어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며 입장 변화를 내비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주요 비핵화를 완료하겠다던 폼페오 국무장관도 이 무렵 말을 바꿔,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대북 협상에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제(17일) 발언으로 공식화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CVID란 용어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FFVD)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CVID 중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인 데 따른 겁니다. 용어는 중요하지 않으며, FFVD와 CVID는 같은 의미라는 게 미 국무부의 설명이지만, 미묘한 변화가 엿보입니다.

진행자) 가장 중요한 변화는 북한이 줄곧 주장해 온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 아닌가요?

기자) 북한의 비핵화는 처음부터 단계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설사 일괄타결식 해법에 합의한다 해도 실행은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따라 미국이 체제 안전보장 조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폼페오 장관은 결국 3차 방북 직후 “비핵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보장과 관계 개선이 함께 이뤄지도록 하는 게 절대 중요하다”는 말로, 입장 변화를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입장이 이처럼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무엇보다 현실을 인정한 겁니다. 폼페오 장관은 30년 넘게 지속돼 온 북 핵 문제를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 없다고 새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된 뒤에 보상을 제공한다는 방침으로는 협상에서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비핵화 과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건,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접은 건가요?

기자) 그런 건 아닙니다. `속도 제한이 없다’는 건, 속도를 늦출 수도 있지만, 더 낼 수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북한이 서두르면 미국도 상응한 조치를 서두를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조급하게 굴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사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시간에 쫓기는 쪽은 북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조속히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개발에서 성과를 얻는 게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다 해도, 미국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동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비핵화가 장기과제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신뢰 조성을 위한 미-북 양측의 적극적인 선제 조치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후속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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