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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정치장교 처형은 부패와 정치 개입 막으려는 의도"


지난 2013년 12월 평양 기차역에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처형 소식이 실린 신문을 주민들이 읽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평양 기차역에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처형 소식이 실린 신문을 주민들이 읽고 있다.

북한에서 군 정치 장교들에 대한 처형이 늘고 있다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은 군부의 심각한 부패와 정치 개입을 막으려는 북한 수뇌부의 고민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미 전문가들이 풀이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여러 처형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 (이중) 대부분이 군대에 있는 정치장교로서 부패 혐의 때문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북한에서 관리들에 대한 처형이 새삼스러운 게 아니지만, 대상이 군 장교들, 특히 수령에 대한 군의 충성심을 담당하는 정치장교들이어서 브룩스 사령관의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30일 ‘VOA’에 브룩스 사령관의 발언 근거와 배경을 더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부패한 군인들의 정치 개입을 막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at you’ve probably seen crack down on this to try to keep the military from getting too much involve….”

군 간부들의 부패 수위가 높아져 국가 방어란 본연의 임무보다 정치에 너무 개입하는 위험을 막기 위해 이런 처형과 단속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북한 수뇌부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고스 국장은 군대가 주요 기업을 운영하며 부패도 확산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의 부패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김정은 위원장이 군대, 특히 총정치국에 부패가 만연했다는 당의 보고를 받은 뒤 분노해 처형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As the workers’ party has been investigate that organization…”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군 장교들이 정부로부터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해 부정부패가 만연돼 있다며, 권력 편집증이 강한 김 위원장이 군의 완전한 충성과 완전한 통제를 위해 처형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20년 만에 최룡해 당 부위원장 주도로 군 총정치국에 관한 검열을 진행했다고 밝혔었습니다.

당시 정보 보고를 받은 국회의원들은 황병서 당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제1부국장 등이 처벌을 받았다는 첩보가 있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한동안 조용했던 간부들에 대한 숙청과 처형을 재개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적어도 간부 수백 명을 처형하거나 숙청하는 등 공포 정치를 강화해 왔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2016년 발표한 ‘김정은 집권 5년 실정 백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 등 고위 간부와 주민 340명을 공개 총살하거나 숙청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가 북한의 부패와 처형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지난달 ‘VOA’에 북한의 주요 수출이 막히면서 핵심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군대와 권력층, 김정은 위원장의 돈줄에 상당한 타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북한이 중국과 거래할 때, 중국 기업은 상대방 북한 기업이나 기관에 킥백(kickback-부정하게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해 계속 도와달라는 뇌물 형식의 돈)을 줍니다. 그런 킥백 중 상당수는 북한 권력층, 무역권을 갖고 있는 권력층에 들어가는 거죠. 따라서 무역이 막히면 북한 정권으로 들어가는 돈과 권력층으로 들어가는 돈이 막히는 거죠”

이런 돈줄이 막히면서 권력층에서도 핵·미사일에 올인하는 김정은 위원장에 불만이 커지고 있고 김 위원장도 이런 위기감을 인식해 숙청과 처형을 다시 강화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달 초 ‘VOA’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핵·미사일 추구가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녹취: 맥매스터 보좌관] “These are the people who have to conclude that it is not in their interest to continue on this path.”

북한의 엘리트들 가운데 대북 제재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에게는 그것이 “막다른 길”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한미연구소(ICAS)의 래리 닉시 연구원도 이런 상황이 악화하면 북한의 총정치국 등 엘리트들 사이에서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닉시 박사] “You could get the potential for real discontent….”

닉시 박사는 그러나 이런 북한 정치장교들에 대한 처형이 실제로 증가하고 있다는 브룩스 사령관은 지적은 조금 과장됐거나 앞서간 분석일 수 있다며 추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도 북한에 관한 정보는 한국이나 미국에서 정치적 논쟁이나 목적 때문에 나오는 게 적지 않았다며 좀 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시기에 처형 같은 민감한 정보가 나왔기 때문에 정보 출처가 어디인지, 정말 북한에서 나온 것인지, 정치적 이유는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 국방정보국(DIA) 정보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브룩스 사령관의 발언이 상당히 신뢰 있는 보고를 통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It sounds like he got that somebody gave him a classified briefing..

브룩스 사령관은 이런 민감한 주제를 가볍게 말하는 인물이 아닌데다 처형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우리가 보고 있다”란 표현을 볼 때 신뢰 있는 정보 보고를 통해 받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벡톨 교수는 그러면서 단순한 부패가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가장 충성스러운 정치 장교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아직 어리고 권력 편집증이 강한 김정은 위원장의 행태로 볼 때 간부들에 대한 처형과 숙청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북한 수뇌부를 분석하는 인터넷 매체인 ‘노스코리아 리더십 워치’의 마이클 매든 대표는 30일 ‘VOA’에 군 총정치국 간부들에 대한 처형과 검열이 모두 끝났다면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이 조만간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든 대표는 그러면서 다음달 8일 북한이 준비하는 열병식 단상에 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황병서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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