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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 “트럼프, 완화된 대북 수사…전략적 선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한국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한국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방문에서 공격적 대북 수사를 자제하는 대신 북한에 직설적 경고를 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한 의회 연설은 북한은 물론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방문에서 절제된 어조를 보여줬다고 보도했습니다.

“화염과 분노”, “리틀 로캣맨” 등 북한을 위협하고 조롱하는 표현을 삼갔다는 겁니다.대신 핵 대결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북한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궁극적으로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말하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외교적 노력에 진전을 보여줬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과거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시간 낭비라고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테이블로 돌아와 협상하는 것”이 북한에 이익이라고 말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과의 직접대화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절제된 어조를 보인 것은 대북 기조를 놓고 미국과 한국 간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을 피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70년 된 미한 동맹의 균열을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대북 정책에 반대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과 직접 대면해야 했던 한국 방문이 아시아 순방 중 가장 큰 외교적 도전이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의회 연설에서 김정은 정권의 중심부를 강타하는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을 “로캣맨’으로 부르지는 않았지만, “폭군, 파시즘, 사악”이라는 표현을 쓰며 김정은 정권의 잔혹함과 인권 유린 실태를 구체적으로 꼬집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며 “이것이 북한 인권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원한다”는 탈북자의 바람을 소개했습니다.

또 북한 인권 문제를 꼬집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과거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지에 관한 구체적 구상은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방문에서 북한을 향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었다고 비유했습니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말하면서도 “미 해군 항공모함 3척이 한반도 주변에 있다”고 강조했다는 겁니다.

이것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게 손을 내밀면서도 핵무기 개발이 가져올 잠재적 결과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의회 연설이 중국 방문을 앞두고 진행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열거한 뒤 “그런데 왜 중국은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느냐?”라고 반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공영방송 PBS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의회 연설은 동맹국들에게 대북 억지력과 함께 대북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회를 잘 활용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고 전했습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과격한 수사를 자제하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인권 문제를 분명하게 지적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동참을 용이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한국 의회에서 굳이 한국과 북한을 비교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 등에게 보내는 메시지 성격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다음 대화 상대인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 방문 동안 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악독한 정권이라고 비판한 뒤, 그런 정권과의 협상 여지를 언급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밖에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화된 어조가 대북 정책이나 외교 전략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수사가 누그러진 점을 주목하며 “이것은 한반도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우방국들을 고려한 백악관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해석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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