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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미궁에 빠진 김정남 암살 사건

  • 최원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왼쪽)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이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샤알람 법원을 나서고 있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말레이시아 법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김정남은 지난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화학무기로 살해됐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동남아 출신 여성들에 대한 재판이 지난 2일 시작됐습니다.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이날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2월 13일 오전 9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성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에 대한 기소장에서 이들이 김정남을 살해할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두 피고인은 유죄를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모두 고개를 저였습니다.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은 자신들이 리얼리티 TV쇼 촬영을 위한 `몰래카메라'라는 북한인 용의자들의 말에 속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습니다.

두 여성 체포에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설치된 폐쇄회로 TV 영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청바지에 양복 차림의 김정남이 배낭을 메고 출국장으로 들어가 무인발권기 앞에 섭니다. 이어 도안 티 흐엉과 시티 아이샤가 김정남의 얼굴을 두 팔로 감싸는 장면이 나오고, 이들은 곧바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사라집니다.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공항직원에게 다가가 눈을 비비며 뭔가 말을 합니다. 그 후 김정남은 공항의무실로 옮겨졌으나 30분 만에 사망했습니다.

사건 당시 김정남은 ‘김철’이라는 이름으로 된 북한 여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직후 한국 정부는 피살된 인물이 김정남이라고 밝혀 이 사건은 전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습니다. 당시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정부는 살해된 인물이 김정남이 확실시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 국가정보원은 국회 보고를 통해 북한 당국이 5년 전부터 김정남 암살을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입니다.

[녹취: 김병기 의원] “김정남의 암살은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스탠딩 오더, 즉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이었다고 합니다. 2012년 본격적인 시도가 한 번 있었고, 이후 2012년 4월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저와 제 가족을 살려달라는 서신을 발송하기도 한 바 있다고 합니다.”

수사에 착수한 말레이시아 경찰은 15일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자인 시티 아이샤를 체포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시신을 부검하는 한편 17일에는 쿠알라룸푸르 아파트에 있던 북한 국적의 리정철을 체포했습니다.

이어 북한 외교관 1명을 포함해 북한 국적자 8명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입니다.

[녹취[녹취: 칼리드 청장] “…one attaché to the North Korean Embassy and the other one, a staff of North Korean airline…”
말레이시아 경찰은 리정철 외에 북한 국적의 리지현, 홍송학, 오종길, 리재남도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북한 공무여권을 소지한 이들 4명은 올 1월 31일부터 2월7일까지 차례로 말레이시아에 입국합니다. 그리고 김정남이 살해된 13일 일제히 출국해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어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24일 김정남이 맹독성 화학물질인 VX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말레이시아 보건당국] "We just identified.."

김정남이 VX로 암살된 것이 알려지자 전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VX는 살상력이 워낙 강해 국제사회가 전쟁에서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맹독성 화학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미 국무부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공격은 화학무기금지협정에 대한 끔직한 위반이라며,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국무부 대변인실] "The United States is deeply concerned by any use of chemicals in attacks, which is an egregious violation of the tenets of the Chemical Weapons Convention (CWC)…"

미국 정부는 김정남 암살 직후 미국 민간 전문가들과의 비공식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던 북한 당국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또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 후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에 용의자 송환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평양주재 말레이시아 외교관 등 9명의 출국을 금지했습니다. 결국 3월 말 북한은 말레이시아인들의 출국을 허용하고,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던 용의자 리지우 등을 출국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처럼 모든 정황 증거는 김정은 정권이 김정남을 암살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암살을 주도한 용의자들 대부분이 이미 북한으로 도피한 상황이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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