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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논란


이낙연 한국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반도 전술핵 배치 반대 입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낙연 한국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반도 전술핵 배치 반대 입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전술 핵무기 재배치 주장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에 맞서려면 한국에도 핵무기를 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전술 핵무기가 무엇이며, 왜 이것이 문제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전술핵은 말 그대로 전투기나 대포로 발사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를 말합니다.

한국에는 과거 북한의 남침 위협에 맞서고 중국과 소련을 견제할 목적으로 1950년대부터 100-900발의 전술 핵무기가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끝나자 1991년 9월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전술 핵무기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녹취: 부시]”The US will withdraw all tactical weapons…”

이 결정에 따라 남한에서도 미국의 전술핵이 철수됐습니다. 이어 남북한은 그 해 12월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이 선언은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핵무기의 시험, 생산, 제조, 배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26년 전 한반도에서 철수된 전술 핵무기를 다시 한국에 배치해야 한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때문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조선로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

북한이 원자폭탄보다 강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자 한국도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술 핵무기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가고 있는 겁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국민의 안보 불안감이 있다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가 부각된 배경에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 미국 핵우산에 대한 불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5일 대구에서 열린 전술핵 배치 대구·경북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5일 대구에서 열린 전술핵 배치 대구·경북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논란은 한층 커졌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녹취: 홍준표] ”공기총을 아무리 성능 개량을 해도 대포는 당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살 길은 이제 핵무장을 통해서 남북 핵 균형을 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기 위해 미국에 특사단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보도와 발언이 잇따랐습니다.

미국 `NBC' 방송은 지난 8일 백악관과 국방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대북 군사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술 핵무기 한반도 재배치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 국방당국은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워싱턴을 방문해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전술핵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티스 장관도 송 장관과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전술핵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입니다. 크리스토퍼 로건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의 질문에, 핵 관련 사안은 비공개 논의로 제한한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굳이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한국은 이미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가 한국에 있느냐, 또는 미국에 있느냐 여부는 중요치 않다는 겁니다.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이 미군의 작전 능력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핵무기 전문가인 베넷 램버그 전 국무부 정책분석관은 유사시 북한이 전술핵 기지를 먼저 공격할 수 있다며, 전술핵이 오히려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램버그 전 정책분석관] “There are some people that would say that it might not may South Korea safer…”

전술핵 문제가 커지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습니다. 문 대통령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맞아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체 핵무장이 동북아시아의 핵무장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전술핵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낙연] “전술핵 재배치가 된다면 (한반도) 비핵화가 무너질 뿐 아니라 한국이 과연 세계 경제 제재를 감당해낼 수 있겠는가 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워싱턴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전술핵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여러 정책 대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스나이더]”We have to see how debate evolve…

한편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찬성 여론은 계속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민 53.5%가 재배치에 찬성해, 반대 35%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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