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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무부 보좌관 “대북제재 최고수위 아냐...개성공단, 압박 공조 저해”


지난 8월 평양 거리에서 군인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화성-12 발사 성공을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자료사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아직 최고 수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에드워드 피시맨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 제재담당 보좌관이 지적했습니다. 피시맨 전 보좌관은 23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재 자체가 실패한 게 아니라 충분한 강도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개성공단 재가동이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 압박 분위기를 저해할 것이라고도 진단했습니다. 피시맨 전 보좌관은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도와 북한과 이란 제재에 참여했고, 유럽 각국과의 러시아 제재 협상에도 참여했으며, 미 합참의장과 재무부 대테러 담당 차관의 특별 보좌관을 지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북한을 겨냥한 조치들이 유엔 안보리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와 의회 등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현 대북 제재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피시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에 서명한 행정명령만 보더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전 세계 어떤 기관도 제재할 수 있는 힘을 재무부에 부여했습니다. 또 북한의 모든 항만을 제재할 정도로 막강합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채택된 결의 2371호와 2375호 역시 중요한 진전입니다. 하지만 제재의 효과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에드워드 피시맨 전 보좌관.
에드워드 피시맨 전 보좌관.

기자)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등은 최근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375호가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처를 담고 있다고 했는데요. 동의하시는지요?

피시맨) 역사상 가장 강력하진 않습니다. 1990년대 사담 후세인을 겨냥한 대이라크 제재는 사실상 무역과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전면중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현 대북 제재 결의보다 훨씬 셉니다. 물론 서류상으론 대북 제재 조치가 지난 몇 개월 사이 굉장히 강력해진 건 사실입니다만, 세부적으론 실제 이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들입니다. 즉 중국과 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어떻게 이행을 하는지에 따라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채택까지 약 한 달, 2375호는 단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문제에 좀 더 협조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피시맨) 중국과 러시아가 바라보는 북한 문제는 여전히 미국과 한국, 일본이 인식하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을 통해 얻는 (전략적) 이익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물론 빨라진 대북 결의 채택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결의를 빨리 채택하면서 일종의 이득도 얻기 때문인데요. 이행 여부가 불확실한 결의를 빨리 채택하면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단순히 수사(rhetoric)가 아니라, 실제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행동을 변화시키는 지 지켜봐야 합니다. 북한과 거래한 중국과 러시아의 기업이 얼마나 되는 지 파악을 한 뒤, 이 숫자에 변화가 없다면 이들 두 나라에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많은 시간이 지나진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이행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피시맨) 중국을 봐선 어느 정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언젠가 자신들의 목을 조여올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러시아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문제를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지렛대로 사용하고자 하고 있죠. 이는 김정은 정권에게 생명줄을 제공하면서 가능한 일인데요. 물론 경제규모나 대북 사업체 수를 볼 때, 러시아가 중국을 대체할 것이라곤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서 서서히 발을 빼는 상황을 러시아가 기회로 삼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기자) 실제로 최근 북한 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요. 이게 새로운 건가요?

피시맨) 새로운 움직임입니다. 푸틴 정권이 북한 문제를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경제 부문에 있어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90%입니다. 그렇다 보니 중국이 사실상 유일한 지렛대를 가진 국가로 인식이 됐던 건데요. 제 생각에는 러시아가 북한 문제와 관련한 테이블에서 자리를 하나 얻고자 하는 걸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에 경제적 생명줄을 건네고 있는 겁니다.

기자) 최근 채택된 안보리 결의가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피시맨) 제재 결의 2375호가 북한의 셈법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 북한이 경제적 압박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김정은 정권에 심각한 경제적 제재를 가하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중국은 서서히 북한에 대한 나사를 조이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정부가 대북 정책에 있어 중대한 변화 결정을 내려야만 이번 제재가 실제로 김정은의 셈법을 바꿀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대북 제재의 패러다임(중심)이 유엔에서 미국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최근 안보리 제재가 강화됐는데, 여전히 미국 중심의 제재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피시맨)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제재는 다자(multilateral)적으로 가해져야 합니다. 대북 제재가 작동하기 위해선 많은 나라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유엔 제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미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동맹들의 압박입니다. 미국만의 독자 제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전 세계적으로 북한과의 사업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중국이 어느 날 갑자기 유엔을 통해 대북 전면 금수조치를 선언할 것으로 보진 않습니다. 만약 중국이 북한 경제를 대대적으로 옥죄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중국 정부의 독자적 결정일 겁니다. 이런 결정은 조용히 이뤄질 것이고요. 이 때문에 미-한 정부 당국자들은 우선적으로 대북 사업에 대한 금기 분위기를 전 세계적으로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완전하게 참여하도록 중국 측과 조용히 협력할 수 있습니다.

기자) 미국의 제재에서 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피시맨) 네, 미 의회가 중요한 건 ‘세컨더리 보이콧’ 때문입니다. 종종 ‘세컨더리 보이콧’은 의회가 행정부를 강압하는 방식이 아니면 ‘신뢰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보면, 압박을 높이는 데 있어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건강한 협조 관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협조관계가 대북 제재의 잠재성을 극대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란과 북한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란은 국제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북한보다 더 많지 않습니까?

피시맨) 이란과 북한의 상황은 매우 다릅니다. 그런데 이건 국제사회와의 연결고리 때문은 아닙니다. 북한의 무역양은 2010년도를 기준으로 이란보다 더 많았습니다. 이 땐 미국 정부가 북한에 본격적인 제재를 시작하던 때였죠. 그래서 국제사회와의 연결고리가 이란과 북한의 차이점을 설명하진 못합니다. 북한의 상황이 이란과 다른 건 김정은 정권이 핵 프로그램을 헌법에 명시했다는 점입니다. 북한을 방문하고 온 미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북한 어디를 가도 하나 같이 핵 프로그램을 축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그래서 김정은은 공개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되돌리는 문제에 대한 협상의 폭을 매우 좁게 만들어놨습니다. 반면 이란의 경우 물론 핵 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시도했었다는 분석이 있긴 했지만, 이런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출구를 만들어 놓은 거죠. 그러나 평양이 이런 출구를 만들어 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자) 최근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약 10년 전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를 겪으면서, 은행 제재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 놓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피시맨) 물론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 사태를 통해 많은 걸 배웠을 겁니다. 이후론 자금을 단일 계좌에 집중해 놓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북한이 외부 제재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여전히 북한은 중국을 통해 수십 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고, 만약 이 자금을 끊을 수 있다면 대북 제재는 진정한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 일각에선 제재가 북한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며, 제재의 효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재가 아닌 대화를 주장하는 의견도 많은데요.

피시맨) 제재가 실패한 건 사실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최근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핵과 미사일) 실험 횟수만을 늘려왔을 뿐이죠. 하지만 제재가 가할 수 있는 최대 압박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제재 자체가 실패했다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제재가 실패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또 북한과의 대화가 모든 것의 목적이라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재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수단인 거죠. 그러나 손에 아무 것도 쥔 게 없이 대화에 나설 순 없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아무런 지렛대 없이 대화에 나설 때 얻을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할 겁니다. 제재의 주 목적은 그런 지렛대를 갖추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최종 목적은 북한과의 대화입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의미 있는 경제적 제재를 통해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게끔 만들지 않으면, 거기까지 가지 못할 겁니다.

기자) 한국에선 개성공단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피시맨) 개성공단을 다시 여는 건 국제사회 모든 제재 조치를 약화시킬 게 분명합니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한국 정부의 주권적 권한이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한국 정부와 함께 행한 제재 조치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와 현 한국 정부의 모든 노력을 무력화시킬 겁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그 외 다른 나라들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인 게 약 1년 반 정도 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다시 연다는 건 (링 위로) 타월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국무부에서 제재를 담당했던 피시맨 전 보좌관으로부터 현 대북 제재에 대해 자세한 내용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함지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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