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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지금] 북 핵 개발 핵심 리홍섭·홍승무

  • 최원기

지난 10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리홍섭 핵무기연구소 소장(왼쪽)의 손을 맞잡고 6차 핵실험을 자축하는 축하연회에 참석했다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입니다. 6차 핵실험 이후 평양에서는 각종 축하 연회와 공연이 열렸습니다. 이들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 개발 책임자인 리홍섭 핵무기연구소장을 깍듯이 대우하는 장면을 연출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자축 행사에서 눈길을 끈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 개발 책임자인 리홍섭과 홍승무를 깍듯이 모시는 장면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연회에 리홍섭 핵무기연구소장과 팔짱을 낀 채 입장했습니다. 그러자 연회장 입구에 서 있던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차수)이 리홍섭에게 경례를 붙이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회에서 리홍섭 소장과 홍승무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을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 앉혀 두고 크게치하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부문별 과업을 제일 당당하게 현실적으로 관철한 핵 개발자들의 위훈을 높이 평가하시고 그들에게 당과 국가를 대표하여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고 뜨겁게 말씀하셨습니다.”

핵 과학자들을 위한 경축 공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양인민극장에서 열린 이 공연에 리홍섭 소장의 손을 잡고 입장했습니다. 이어 리홍섭 소장의 안내로 장내를 한 바퀴 돌면서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날 공개된 영상을 보면 홍승무는 별4개가 달린 대장, 그리고 리홍섭은 별3개인 상장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과거에도 큰 업적을 세운 과학자에게 장군 칭호를 준 적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리홍섭에게 장군 칭호를 부여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비날론을 만든)이승기 박사에게도 그 때 왕별을 주었는데, 최고 계급인 장령, 장군, 민간인이지만 핵무기를 개발했으니까 군에서도 존경 받게끔 스리 스타 계급을 준 것이 아닌가.”

리홍섭이 핵 개발의 주역이라는 것은 북한이 지난 3일 공개한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시찰한 소식을 전하면서 수소탄의 실물 형태를 공개했습니다.

사진에서는 리홍섭이 김정은 위원장의 바로 옆에서 은색 수소탄 모형에 대해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정황을 볼 때 리홍섭이 6차 핵실험의 전 과정을 총괄했을 것이라고 한국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진무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핵 개발은 기본적으로 연계돼 있습니다. 일단 분열핵폭탄을 만들고 융합기술을 적용해증폭핵폭탄을 만들고 수소폭탄 기술로 옮겨가는 것인데, 일련의 과정인데, 리홍섭이 이런 과정을 총책임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장관도 김정은 위원장이 리홍섭을 극진히 대하는 것을 볼 때 그를 ‘수소폭탄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이미 원자폭탄을 만들었고 여기에 원폭에 중수소를 결합시켜 수소폭탄을 만들었고, 거기까지 발전시킨 것은 핵무기연구소장이고 그런 의미에서 (리홍섭)을 수소폭탄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겠죠.”

전문가들은 리홍섭과 홍승무가 핵 개발의 `쌍두마차’이긴 하지만 그 역할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리홍섭은 과학자인 반면 홍승무는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으로 있으면서 당 차원에서 핵 개발을 주도한 간부라고 김진무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북한은 당이 정부를 지배하는 체제입니다. 홍승무가 당에서 핵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로 봐야죠.”

홍승무는 일찌감치 출세가도를 달렸습니다. 지난 2010년에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 된 데 이어 2013년에는 당 기계공업부 부부장이 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담당해 왔습니다.

2013년에는 광명성 3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김정일 훈장을 받았고, 지난해 5월에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됐습니다.

핵 개발의 총책임자인 리홍섭이 처음 서방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1994년입니다. 당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제네바 기본합의가 체결돼 그 해 11월 미국 당국자들이 영변 핵 시설을 방문했는데, 현장에서 이들을 맞이한 것이 바로 리홍섭 영변 핵시설 소장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측 전문가들을 이끌고 영변을 방문했던 케네스 퀴노네스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은 리홍섭이 자신을 ‘수석 기술자(Chief Engineer)’로 소개하며 5MW원자로 현황을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He call himself chief engineer…”

북한에서 리홍섭을 비롯해 여러 명의 핵 과학자를 만나 본 퀴노네스 박사는 이들의 수준이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상당한 핵물리학 지식을 갖췄다는 겁니다.

2000년대 초 미-북 제네바합의가 파기되자 리홍섭은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했습니다.

2004년 1월 리홍섭은 핵 프로그램이 재개됐음을 보여주기 위해 영변을 방문한 미국의 핵과학자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에게 추출한 플루토늄을 보여줬습니다.

또 2010년 11월에는 헤커 박사에게 영변에 새로 건설된 우라늄 농축시설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돌아온 해커 박사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 백기를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커] “My jaw just drop I was stunned…”

리홍섭은 2010년에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 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위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6차 핵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북한의 핵 개발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습니다.

현재 리홍섭과 홍승무는 모두 유엔 안보리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홍승무는 2013년 6월, 그리고 리홍섭은 2009년 7월에 각각 제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미국과 한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도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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