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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이틀째…'60년 생이별 한 풀어'


북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이 21일 남한에서 온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상봉 장소인 금강산 리조트에 도착하고 있다.
북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이 21일 남한에서 온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상봉 장소인 금강산 리조트에 도착하고 있다.
어제(20일) 첫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60년 만에 혈육의 정을 나눈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오늘(21일) 이틀째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상봉 첫날 꿈같은 하루를 보낸 이산가족들은 오전 9시부터 두 시간 가량 남측 상봉단 숙소인 외금강호텔에서 가족끼리 다시 만나 못다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개별 만남에서 이산가족들은 첫날 보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정성껏 준비해온 선물을 주고 받았습니다.

대형 짐 가방 두 개에 꾹꾹 눌러 담아온 남측 가족들의 선물 보따리에는 주로 영양제와 혈압약 같은 의약품과 겨울용 점퍼와 내의, 초코파이, 그리고 생활용품 등이 많았습니다.

더 주지 못한 게 아쉬워 신고 온 겨울용 신발이나 차고 있던 시계를 내주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북측 가족들은 북한 당국이 준비해준 대평 곡주 등이 담긴 3종 술 세트와 식탁보를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남측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은 모두 평양으로 보내진 뒤 북측 가족들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

이어 정오부터 이어진 점심 식사 시간 때도 서로에게 음식을 먹여주며 애틋한 정을 나눴습니다.

42년 만에 만난 오대양호 선원 박양수 씨와 동생 박양곤 씨는 서로 팔을 낀 채 술을 먹여주며, 못다한 형제애를 나눴습니다.

박양곤 씨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형님을 보게 돼 너무나 좋다며 몸이 아파 같이 오지 못한 누님을 위해 형님 사진을 많이 찍어달라고 취재진들에게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60년이 넘는 분단의 세월은 혈육의 정이 어색할 정도로 장벽이 높았습니다.

일부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이 만남에서 북한의 체제선전 얘기를 많이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남측의 한 이산가족은 북측 가족이 만남 내내 사회주의가 얼마나 좋은 체제인지 자랑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며, 정치 얘기는 그만하자며 말을 끊어야 했다고 씁쓸해했습니다.

건강 악화로 상봉을 중도에 포기하는 안타까운 이들도 있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해 구급차를 타고 방북한 91살 김섬경 할아버지와 84살 홍신자 할머니는 건강이 더 나빠져 개별 상봉까지만 한 뒤, 오후 1시쯤 남측으로 돌아왔습니다.

홍신자 할머니의 북측 여동생인 홍영옥 씨는 구급차 안에서 작별의 시간을 가지며 통일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홍신자 할머니는 동생을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면서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헤어짐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김섬경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60여 년 동안 쌓인 한을 풀어줘서 고맙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0명과 북측 가족 170여 명은 상봉 둘째 날 개별 상봉과 점심, 단체 상봉 등 세 차례에 걸쳐 모두 6시간을 만났습니다.

과거에는 상봉 둘째 날 '야외상봉'이 있었지만, 금강산에 폭설이 내린 탓에 실내 단체 상봉으로 대체됐습니다.

이산가족들은 내일 오전 1시간의 작별 상봉을 끝으로, 2박 3일 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오후 1시쯤 남측으로 돌아옵니다.

23일부터 25일까지는 상봉을 신청한 북측 가족 88명이 남측 가족 360여 명을 만나는 2차 상봉 행사가 진행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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