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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미 국무장관, 한-일 관계 개선 촉구


13일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한국 대통령을 접견해 대화하고 있다.
13일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한국 대통령을 접견해 대화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아시아 지역 순방 중 북한 문제 외에 역내 국가들 간 갈등, 특히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결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제 (13일) 첫 방문국인 한국에서 가진 박근혜 대통령 면담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했는데요, 케리 장관의 발언과 그 의미를 백성원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케리 장관의 방한, 물론 최대 관심사는 북한 이슈가 틀림없죠?

기자) 맞습니다. 미-한 협의의 절대 분량이 북 핵 문제 해결에 집중돼 있었으니까요.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여기에 대한 완벽한 공조를 거듭 다짐했습니다. 케리 장관이 재확인한 북 핵 불용 원칙, 들어보시죠.

미국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인정하지 않겠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겁니다.

진행자) 거기에 대해선 미-한 양국 간에 견해차가 없죠? 케리 장관, 또 한-일 관계 개선도 주문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게 특히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한-일 관계에 대해 많은 얘길 했는데요.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는 좀 극복하고 관계를 진전시켜 달라, 이게 핵심입니다.

진행자) 한-일 갈등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을 테니까요.

답) 물론입니다. 미-한 동맹과 미-일 동맹은 미국이 펼치는 대중국 전략의 두 축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북한 문제 해결에도 미-한-일 3각 협력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경색된 한-일 관계가 이런 삼각공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지금 미국의 고민입니다.
케리 장관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한국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들과의 연쇄 접촉에서 이 문제를 계속 거론했습니다.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같은 당부를 했구요.

진행자)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습니까?

기자) 위기 의식까지 느껴집니다. 한국이 일본 등 주변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미국의 이익과 부합한다, 케리 장관은 여기에 강조점을 뒀습니다. 오는 4월 한국을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악화일로에 있는 한-일 관계를 직접 중재할 뜻이 있느냐,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는데요. 케리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정도로 기다려서는 안된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한-일 관계에 뭔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어야 할까요?

기자) 케리 장관이 그런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관련 발언입니다.

[녹취: 존 케리 장관]

미국은 두 동맹국이 과거 문제를 젖혀두고 3자간, 양자간 협력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울 것이다, 그런 얘긴데요. 케리 장관은 또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나 다른 이들이 이 문제 해결에 관여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적극적인 중재 의지를 밝힌 셈입니다.

진행자) 그래도 당장 해결 방법을 제시한 건 아니군요.

기자) 거기에 대해선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동북아 지역의 핵심 동맹국들인 한-일 가운데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양자 회담에서 제3자인 일본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양쪽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접근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어떻게 들으면 상당히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한 겁니다.

진행자) 그 부분에선 한국 정부 입장과 다소 온도 차가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 얘길 들어보면 그런 차이가 느껴집니다.

[녹취: 윤병세 장관] “역사를 직시하면서 주변국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겠다.”

진행자) 한-일 관계 개선이 일본에 달려있다는 쪽이죠?

기자) 예. 달리 말하면 역사 왜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일본과 관계 개선을 논할 수 없다는 게 한국 정부 입장입니다. 미국이 한-일 간 이런 민감한 주제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두고봐야 할 부분입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한-일 관계의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문은 비켜갔는데요. 독도와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한국 취재진의 예민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이 정도 선에서 말을 아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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