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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 한 달...숙청 여파 계속


북한은 지난달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장성택을 사형에 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사진은 13일자 로동신문에 실린 장성택 재판 현장.
북한은 지난달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장성택을 사형에 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사진은 13일자 로동신문에 실린 장성택 재판 현장.
북한 정권의 실세 장성택이 처형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숙청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동당과 내각 간부들이 속속 교체되고 있고, 나선 경제특구에도 후속 숙청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장성택 숙청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겪는 곳은 함경북도의 ‘나진선봉 경제특구’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민간채널인 ‘채널 A’ 방송입니다.

[녹취: 채널A] “카지노를 비롯해 나진선봉에서 외화벌이에 관여한 인사들이 줄줄이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카지노는 장성택이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 방송의 보도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도 정황상 나선 지역에서 후속 숙청이 진행되고 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강인덕] “나진선봉처럼 중국과 무역에 종사하던 사람들에 대해 대대적인 숙청이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장성택의 처형을 발표하면서 그가 나선특구의 토지사용권을 헐값에 팔았다는 죄목을 명시했습니다.

<ONE1/17WKC-ACT3>[녹취:조선중앙TV] "(장성택이)나선 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내각의 장관급 (상급) 인사들도 하나둘씩 교체되고 있습니다. 채취공업상이 최근 강민철에서 리학철로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고, 앞서 한효연 금속공업상과 림남수 석탄공업상도 교체됐습니다.

석탄공업상과 채취공업상을 교체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자리가 석탄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장성택 처형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장성택의 죄목을 발표하면서 그가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팔아먹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노동당에서도 장성택 세력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춘홍, 량청송 부부장이 숙청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 실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 기록에서 이들의 이름이 수행자 명단에서 모두 삭제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11월 말 처형된 장성택의 측근 리룡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의 이름 역시 수행자 명단에서 사라졌습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은 이들이 처형됐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ONE1/17WKC-ACT4> [녹취: 안찬일 박사] “인사교체기를 앞두고 그렇게 하는 것은 다 장성택과 연계된 거지요. 함경북도 화성수용소로 많이 데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장성택의 친인척에 대해서도 조사와 숙청 등 후속 조치가 진행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광철 스웨덴 대사 부부가 지난 달 27일 베이징을 통해 평양으로 소환됐습니다. 또 장성택의 조카인 장용철 말레이시아주재 대사와 장성택의 누나인 장계순과 그의 남편인 전영진 쿠바주재 대사도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정영태 박사는 평양으로 소환된 장성택의 친인척들이 해임되거나 각종 조치를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정영태 박사]“구체적인 결과는 공개된 바 없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철직이 되거나 조치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밖에 북한 당국은 북-중 접경도시인 혜산 등에 대규모 검열대를 파견해 장성택과 연줄이 있는 지방 간부들을 조사하거나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장성택 숙청 여파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강인덕] “1967-68년도 갑산파 숙청할 때 1년이 지냈는데 지방당 간부 3분의 2가 빈자리였는데, 장성택은 당 정 군에 많은 사람을 심어놨기 때문에 상당기간 숙청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공포 분위기와 당 간부들의 `면종복배' 현상이 한층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면종복배란 권력자 앞에서는 순종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강인덕 전 장관입니다.

[녹취:강인덕] “장성택이 숙청되는 장면을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TV로 보여줬는데, 이게 공포정치거든요. 특히 당 간부들은 공포심을 느끼고 면종복배 할 겁니다.”

한국의 남재준 국정원장도 지난 달 23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 권력층의 면종복배로 정치난맥상이 심화하고, 이로 인해 민심이반이 증폭되면 내부균열이 가속화될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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