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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거리두기' 하며 대미 신경전...미 대북정책 발표 전 추가 도발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연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연설했다.

북한은 지난달 대외 비난성명과 무력시위 이후 추가적인 도발 없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전격적인 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양상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를 기다리는 중에 북한이 또 다른 무력시위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열흘 넘게 물리적 적대행위를 삼가고 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을 앞세웠던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담화 공세도 주춤한 상황입니다.

다만 6일 체육성을 통해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을 이유로 불참 결정을 이례적으로 조기에 공개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일 내치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가 6일 평양에서 열렸고 김 위원장이 대회를 지도했다고 7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대회 개회사에서 8차 당 대회 결정의 집행 여부가 당의 최말단인 세포비서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회는 당 세포가 반사회주의 현상을 뿌리 뽑는 핵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면서 내부 사상통제에 주력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위원장은 대외 메시지 발신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대미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즈음한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 단계에서 북한이 저강도 무력 도발의 대미 압박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수 있다며, 자위력 강화 차원이라고 강조했던 리병철 부위원장의 최근 담화도 추가 도발의 여지를 숨기지 않은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의 어려운 내부사정을 감안할 때 주민 결속 차원에서도 태양절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만큼 국내 불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그것을 챙길 수 있다라고 판단이 되거든요. 더구나 4월15일 김일성 생일과 맞물리면서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면서 4월15일을 기념하고 자기의 정통성을 세울 수 있는 방법으로 일종의 도발이나 군사적 시위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전략무기를 포함한 다양한 신형 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는 북한으로선 기술적 필요 때문에라도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도발 행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대외 메시지 측면에서 도발의 시점을 정밀하게 따질테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나오기 전까진 한국이나 일본을 겨냥한 저강도 도발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예상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이미 북한은 무기 다종화를 시작했고 ICBM이나 핵 뿐만 아니라 신형 무기체계를 계속 개발하려는 그런 수순이라는 말이에요. 그래서 기술발전의 시간표가 쫙 서 있기 때문에 그런 무기체계의 시험발사나 도발을 안 할 수 없어요, 지금 상황에선.”

북한이 좀 더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했고 추가 도발에 대한 상응 조치 의지를 분명히 한 때문에 북한도 무력 도발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차관] “일단은 미국이 추가적인, 예를 들어서 3월에 있었던 한-미 합동군사훈련처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4월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를 기다리는 그런 기간으로 삼지 않겠나 싶습니다.”

김 차관은 북한이 미국과의 신경전은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도쿄올림픽 불참 결정을 이례적으로 이른 시점에 공개한 것도 간접적인 대미 압박의 노림수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 차관은 북한이 불참의 이유로 신종 코로나 상황을 꼽았기 때문에 상황이 호전되면 번복될 여지도 남겨놓은 것이라며, 올림픽이 고위급 대화의 계기가 되길 내심 기대했던 한국이나 일본 정부를 흔들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아 북한군사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내치 일변도 행보가 일종의 대미 심리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발표를 전제로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라는 겁니다.

[녹취: 김진아 실장] “제가 보기엔 대북정책이 굉장히 강경하게 나올 수 있다고 미리 판단하고 오히려 내부적인 일에 미리 신경을 쓰고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를 좀 더 강화하는 쪽으로 붙어가겠다라는 전략적인 메시지를 담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김 실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나오기까지 압박 차원에서 중국이 용인하는 수준에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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