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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코로나로 달라진 쇼핑 문화...온라인으로 옮긴 연극 무대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코로나로 달라진 쇼핑 문화...온라인으로 옮긴 연극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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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내려진 여러 봉쇄정책으로 인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한 사업체들이 늘어나는 반면, 차츰 경제 정상화가 시행되면서, 다시 사업장의 문을 열고 재개의 기지개를 켜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 사태로 한동안 현장 쇼핑이 힘들었던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쇼핑의 즐거움을 주면서도, 코로나 방역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손님과 직원이 마스크를 쓴 채 구매한 제품 결제를 하고 있다.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손님과 직원이 마스크를 쓴 채 구매한 제품 결제를 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로 달라진 쇼핑 문화”

수많은 상점이 몰려있는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 몇 달 동안 굳게 닫혀있던 상점과 백화점들이 다시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고 있습니다. 늘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던 이전과 달리, 상점들은 한산하고, 직원들은 물론 손님들도 거의 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요. 판매전문가인 멜리사 곤잘레스 씨는 코로나 사태 기간에도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했지만, 현장 쇼핑과 온라인 쇼핑은 같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것은 ‘거래 행위’이지만, 물건을 사기 위해 나서는 ‘쇼핑’은 ‘감정적인 경험’이라는 건데요. 사람들이 물건을 보고, 고르고, 감상하고, 느끼는 이 감정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가 업체들로선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겁니다.

상점 직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사람들의 손이 많이 닿는 곳을 계속 소독하는 한편, 계산대 앞에는 투명막을 세워둬서 최대한 사람들의 직접 대면을 차단합니다. 또 가게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손님의 수가 제한돼 있고, 가게 안에서도 약 2m라는 사회적 거리를 지켜야 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손님들이 최대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메이시(Macy’s)’ 백화점 뉴욕 지접의 캐시 힐트 부회장은 강조했습니다.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마스크 뒤에 가려진 모습은 코로나 사태 이전과 변함이 없다는 겁니다. 마스크 뒤로 여전히 미소 짓고 있고, 손님들에게 따뜻한 환영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 또한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힐트 부회장은 백화점의 이런 풍경이 물론 좀 어색하긴 하겠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과 똑같은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쇼핑은 감정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화장품 판매 분야인데요. 손님들은 상점에 진열된 화장품을 직접 써 보면서 이게 나한테 잘 어울리나, 안 어울리나 결정하게 되죠.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견본품을 여러 사람이 쓰는 것이 위험해졌는데요. 메이시 백화점에선, 화장품 판매대 직원들이 손님이 선택한 색상을 얼굴 모양 종이에 그려서 발색이나 느낌을 보게 합니다.

또 화장품 전문 판매점인 ‘울타(ULTA)’에선 손전화 앱 기능으로 원하는 립스틱이나 화장품을 입력해 넣으면 가상으로 화장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는데요. 울타의 아일린 자이스머 씨는 지금은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게 바로 안전이라고 했습니다.

직원들은 출근해서 일하기 전에 반드시 체온 등 기본 검사를 한다는 건데요. 상점에 있는 시간에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고 상점 안에서의 사회적 거리 두기 역시 필수라고 했습니다.

이런 제한은 있지만, 몇 달간 집에서 나오지 못하다가 다시 쇼핑을 할 수 있게 된 손님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집에서 나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하던 것들, 그러니까 쇼핑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정말 좋다고 했고요.

반면, 쇼핑하러 나온 건 좋지만 여전히 여러 사람과 가까이 있는 건 우려된다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가 가져온 새로운 쇼핑문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일부 주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크게 증가하면서, 정상화 조처를 철회하고 다시 완전 봉쇄에 들어가는 곳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경제 분석가인 마크 햄릭 씨는 이런 움직임으로 더 많은 소매업체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특히 소매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보인다며, 파산을 신청하거나, 아니면 매장의 수를 줄이는 업체들도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유명 의류 업체인 제이크루(J. Crew)나 고급 백화점인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JC 페니 백화점(J.C. Penney)도 파산신청을 했는데요. 남아 있는 소매업체들은, 그래도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쇼핑 문화를 확립해가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줌 놀이터 연극 축제(Playground Zoom Fest)'에 참여한 극단의 온라인 가상 공연 장면.
'줌 놀이터 연극 축제(Playground Zoom Fest)'에 참여한 극단의 온라인 가상 공연 장면.

“두 번째 이야기, 온라인으로 옮긴 연극 무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소매업체들도 타격을 입었지만, 극장 산업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해, 무대 위에 올림으로써 관객들과 소통했던 공연업계는 무대 공연이 완전히 중단됨으로써 거의 생존의 위기에 놓였다는데요. 미 서부 캘리포니아의 극단들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활동 중인 연극배우 마이클 바렛 오스틴 씨는 안타까운 소식이 한둘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공연 도중이나, 단 몇 회의 공연을 남겨두고, 혹은 이제 막 공연을 무대에 올렸는데 코로나 사태로 공연이 중단된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첫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 된 작품도 있다고 하네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국의 뮤지컬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공연계 대부분이 내년 봄으로 재개장을 미루고 있습니다. 창작 감독인 에릭 팅 씨는 미국의 공연계가 더 어려운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요.

미국의 공연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데요. 코로나바이러스의 취약군이 바로 노년층이다 보니,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공연장을 찾을지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는 겁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극단들은 대부분이 비영리 단체로, 아주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는데요. 팅 씨는 이런 극단은 아이디어 하나로 쇼를 이끌어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비영리 단체 극단들은 이윤보다 사명감으로 운영되는데 그렇다 보니 얼마나 공연의 표가 많이 팔리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관객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경험할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겁니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고전, ‘리어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엘리자베스 카터 감독 역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백인 남성이 주로 맡았던 배역들을 여성이나 유색 인종의 배우에게 맡겼다고 하는데요. 공연을 취소할 생각도 없다고 했습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에서 다시금 인종에 대한 토론이 시작됐고, 이 문제에 대해 통감하고 있다는 겁니다.

흑인 여성 감독인 카터 씨는 어떻게든 이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배역 선정도 했다고 합니다. 배우들이 집에 조명등을 설치해 놓고 온라인 영상으로 연기 시범을 보였다고 하네요.

한편, 일반 공연 무대가 아닌 온라인 무대를 활용해 관객들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는데요. 매년 대형 공연 축제를 기획했던 짐 클라인먼 예술 감독은 올해는 온라인 화상대화 방식인 ‘줌(Zoom)’으로 무대를 옮겨 ‘줌 놀이터 연극 축제(Playground Zoom Fest)’를 기획했습니다.

온라인 공간이긴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자신의 창의적 에너지를 나누고 있다는 건데요. 배우들이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기술적인 문제로 가상의 배경 화면 전환이 안 될 때도 있지만, 실제 무대 공연에서 조명이나 음악이 제대로 안 나오는 실수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겁니다.

온라인에서도 어떻게든 쇼는 계속되고 있는 건데요. 하지만 에릭 팅 감독은 온라인이 현장 무대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연극이 됐든, 음악 공연이나 춤 공연이 됐든 현장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공연자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건데요. 모두가 숨을 죽이고 함께 보고 경험하는 그 호흡을 줌에는 결코 담을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다시 무대가 열릴 때까지, 이런 온라인 공연은 극단들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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