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의 대북 소송과 관련한 문건이 외교 경로를 통해 북한 측에 잇따라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관련 문건들은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전달되고 있는데, 이 북한대표부가 북한에 법원 문건을 전달하는 유일한 공식 통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가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 서류를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전달했다고 잇따라 공식 확인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PACER)에 따르면 국무부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최근 문건에서 북한을 피고로 하는 2건의 소송과 관련해 소환장과 소장, 소송 통지서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소송은 ‘요나 베차렐 브리프’와 ‘릴리안 라대 클레먼스’ 사건으로, 모두 국무부가 외교공한, 즉 외교 문건을 작성해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서류가 송달됐습니다.
‘요나 베차렐 브리프’ 사건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내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 시민들과 유가족 등 50여 명이 지난해 9월 제기한 소송으로, 요나 베차렐 브리프 씨 등 당시 부상을 입거나 숨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원고로 참여했습니다.
소장에는 이란과 이란혁명수비대, 시리아, 북한 등을 피고로 명시하고 있으며, 원고들은 이들 국가가 하마스의 공격에 물질적 지원과 자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지난 5일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이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북한에 전달하도록 한 문건을 외교공한에 담아 지난 6월 24일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전달했다고 법원에 인증했습니다.
이 외교공한은 6월 17일 작성됐으며, 북한이 해당 소송의 피고라는 점과 더불어 해당 소환장과 소장을 전달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이 외교공한을 통한 서류 전달이 미국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따른 절차라는 점도 명시했습니다.
또 다른 ‘릴리안 라대 클레먼스’ 사건에서도 지난 6월 17일 작성된 외교공한이 같은달 24일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전달됐다고 국무부가 5일 확인했습니다.
‘릴리안 라대 클레먼스’ 사건은 이라크 내 미군 시설에 대한 공격과 관련된 별도의 소송입니다.
소장에 따르면 2007년 9월과 10월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미군 시설인 캠프 빅토리 등이 로켓 공격을 받았으며, 원고 측은 당시 북한이 이란에 로켓을 공급하고 이란의 자체 생산 능력 구축도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7년 10월 10일 캠프 빅토리 공격으로 미군 병사 릴리안 라대 클레먼스 등 연합군 인원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소장에 적혀 있습니다. 원고 측은 당시 사용된 107mm 로켓과 관련해 북한의 지원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국무부가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법원 문서를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전달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라 확인돼 주목됩니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 5일 VOA에 북한을 상대로 한 ‘알칼릴리’ 소송에서도 법원 문건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확인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 국무부, 북한에 ‘4억8천만 달러’ 배상 판결문 전달 확인알칼릴리 사건은 중동 등지에서 테러 공격 피해를 입은 미국인 47명이 북한과 이란을 상대로 버지니아 동부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으로, 최근 법원은 북한과 이란이 배상금 총 4억 8천667만 5천340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또 지난 3월에도 국무부가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북한에 납치된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 사건과 관련한 판결문을 전달한 사실이 법원 문건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의 공식적인 외교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도 미국 법원의 대북 소송과 관련해서는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한 문서 전달이라는 제한적인 법적 절차가 계속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통상 미국인의 대북 소송은 북한의 ‘무응답’으로 인해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로 최종 결론이 납니다.
다만 이를 위해선 피고에게 소송 내용이 정식으로 고지돼야 하고, 피고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공식 확인돼야 합니다.
또한 궐석 판결이 내려진 뒤에도 판결문이 피고인 북한에 최종 전달됐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판결 집행 절차에 나설 수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