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선교사 관련 남북 실무접촉 거부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가 지난 2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북한은 8개월째 억류하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을 갖자는 한국 측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0일 북한에 억류돼 있는 선교사 김정욱 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을 오는 17일 판문점 한국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 것을 제의했지만 북한이 이를 공식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12일 오전 보내 온 통지문에서 김 선교사에 대해 목사의 탈을 쓰고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를 감행하기 위해 비법적으로 잠입했다가 체포돼 북한 법에 따라 처리됐다며, 한국 측이 왈가왈부할 것이 못 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습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북한 당국에 실무접촉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정부는 북한이 우리 국민을 일방적으로 체포해 억류하고 있으면서 우리의 가족 변호인 접견, 그리고 석방 송환 요구는 물론 이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침례교 소속의 김 선교사는 6년 전부터 중국 단둥에서 북한 주민 쉼터와 대북지원용 국수공장을 운영해 왔고 지난해 10월 초 북한에 들어갔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김 선교사에 대해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심리 과정에서 김 선교사가 해외에서 한 북한을 적대시하는 종교 행위와 북한에 지하교회를 꾸리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온 죄를 모두 인정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판결 전에도 김 선교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라며 한국 국가정보원의 지원을 받아 활동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이 문제를 빌미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은 외형상으론 체제 도전세력에 대해선 결코 소홀하지 않겠다, 또 한국의 국정원에 대해 나름대로 압박하는 그런 메시지가 있고 또 다른 차원에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그런 양면성이 있는 전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과거 사례로 볼 때 한국 측 제안에 응해올 지 매우 불투명하다며 국제적십자사나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게 간접 접견 등 협조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선교사에 대한 북한의 조치가 국제 규범은 물론 인류 보편가치인 인도주의 정신을 크게 위반한 일방적 행동이라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