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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배 북한 억류 장기화…북한 의도 불투명


The Dalai Lama, seated with oceanographer Walter Munk (2nd L) and Congresswoman Loretta Sanchez (R), speaks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The Dalai Lama celebrates his 80th birthday.
The Dalai Lama, seated with oceanographer Walter Munk (2nd L) and Congresswoman Loretta Sanchez (R), speaks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The Dalai Lama celebrates his 80th birthday.
북한이 지난 몇 달 사이 미국인과 호주인을 각각 억류한 뒤 귀환시켰지만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 석방 요구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 모두 엇갈린 신호를 보내는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케네스 배 씨가 함경북도 나진에서 체포된 건 2012년 11월 3일, 억류된 지 16개월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후 억류됐던 미국인 메릴 뉴먼 씨와 호주인 존 쇼트 씨에 대한 처우와 대조적입니다.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억류된 미국인 메릴 뉴먼 씨는 42일 만에, 종교 활동을 통한 정부 전복 혐의로 구금된 호주인 존 쇼트 씨는 보름 만에 풀려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는 북한 당국이 유독 한국계인 배 씨만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총장은 27일 ‘VOA’에 북한이 배 씨를 정치적 협상물로 이용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총장] “They haven’t achieved the ransom that they want from him whether it is money or whether it is a change in policy…”

미국으로부터 배 씨의 몸값에 해당하는 정책 변화 혹은 현금을 얻어내지 못해 배 씨를 계속 붙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배 씨의 귀환을 위해 총력전을 벌였지만 북한은 이에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해 8월과 지난 달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을 초청하고도 번번이 이를 철회해 버렸습니다.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 미 연방 하원들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배 씨 석방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고, 바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배 씨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 씨에 대한 판결 이후 노동하는 모습과 입원 생활을 공개하고 기자회견까지 주선하면서 석방 교섭 신호를 보내 온 북한이 정작 미국의 적극적인 손짓을 외면하는 형국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 미 정부 당국자는 ‘VOA’에, 케네스 배 씨가 한국계라는 사실이 장기 억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국적과 관계 없이 한국계의 행위에 더 민감히 반응하면서 이를 더욱 위중한 ‘배신’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 미국인 석방 교섭 실무를 담당했던 이 당국자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부처 간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북한 지도부가 미국인 억류에 대해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배 씨는 북한에서 최장기 억류 미국인이자 노동교화소에 수감된 유일한 미국인이 됐습니다.

특히 수감 생활 도중 건강이 악화돼 지난 해 8월 병원에 입원했던 배 씨가 올해 초 다시 노동교화소로 이송되면서 가족과 지인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북한에 5개월 간 억류됐던 미국 언론인 유나 리 씨는 1년 넘게 배 씨 귀환 운동을 측면 지원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지적했습니다.

[녹취: 유나 리 씨] “친구도 방문할 수 없는 그 외국 땅에서 혼자 감금돼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그 가족들 모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16개월 동안. 빨리 북한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미국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참여해서 배준호 씨를 석방해 주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유나 리 씨는 그동안 케네스 배 씨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을 주도하고, 관련 동영상을 제작해 미국인들의 관심을 촉구해 왔습니다.

현재 배 씨와 접촉하면서 가족들의 편지와 의약품 등을 전달하는 역할은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대행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27일 ‘VOA’에 지금까지 배 씨에 대한 스웨덴대사관 측의 영사 접근이 10차례 이뤄졌다며, 지난 2월 7일 이후 한 달 넘게 배 씨와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배 씨의 귀환이 늦어지면서 몇몇 미국 인사들은 석방 교섭을 위한 방북을 제안했습니다.

로버트 킹 특사의 방북이 두 차례 무산된 이후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와 워싱턴 주 출신 릭 라슨 연방 하원의원이 각각 대북 특사를 자청했지만 북한은 역시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배 씨 석방이 미-북 관계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순 없지만 이 문제 해결 없이 양국 간 대화나 교류 역시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케네스 배 씨의 구명을 탄원하는 서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배 씨의 아들 조너선 씨가 지난 해 5월 세계 최대 탄원전문 사이트인 ‘체인지닷오그’에 개설한 탄원창에는 27일 현재 16만 2천 명이 서명을 남겼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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