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콜로라도’가 호주에 입항했습니다. 이 잠수함은 미국·호주·영국 세 나라 국방장관이2027년 말부터 시작되는 ‘서부 잠수함 순환전력’ 1호함으로 지정한 선체인데요. 한 달간의 정비가 목적인데, 크게 보면 정비 일정을 넘어 호주의 자체 핵잠수함 보유 절차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미국 핵잠수함이 호주에 도착했죠?
오) 네.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공격 잠수함 USS 콜로라도함(SSN 788)이 현지시간 27일, 호주 서부 스털링 해군기지에 입항했습니다. 콜로라도함은 하와이에 모항을 두고 있는 승조원 약 130명 규모인데요. 스털링에서 앞으로 1개월 정비 기간을 진행하게 됩니다. 미 해군 공보실에 따르면, ‘오커스’ 출범 이후 서호주에서 진행되는 네 번째 정비 기간이고, 지난 12개월 사이 세 번째 정비입니다. 이번 정비 기간은 ‘서부 잠수함 순환전력(Submarine Rotational Force-West)’ 가동을 한 해 앞두고 진행하는 거라 의미가 크다고 미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오커스’가 뭔지 먼저 짚어봐야겠네요.
오) 오커스는 지난 2021년 출범한 미국과 호주, 영국의 3자 안보협력체입니다. 호주(AU)와 영국(UK), 미국(US)의 영문 약자를 모아, 오커스(AUKUS)라는 이름을 만든 건데요. 오커스의 핵심은 두 기둥(pillar)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첫 번째 기둥은 ‘핵잠수함’인데요. 호주가 핵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과 영국이 필요 사항들을 제공하는 겁니다. 두 번째 기둥은 ‘진전된 (안보) 역량’인데요. 잠수함과 관련된 수중 활동 기술과 무인함정 기술은 물론이고, 양자 기술, 초지능(인공지능), 첨단 사이버 기술, 극초음속 기술, 전자전 기술 등을 세 나라가 함께 개발하고 실전 배치하는 겁니다.
진행자) 내년에 가동한다는 서부 잠수함 순환전력이라는 건, 오커스의 첫번째 기둥인 핵잠수함에 관한 거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호주가 핵잠수함을 보유하기 전에, 미국과 영국이 보유한 핵잠수함을 서부, 그러니까 호주에 순환 배치하는 게 서부 잠수함 순환전력입니다. 이 과정에서 호주가 자체 핵잠수함 운용·정비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거고요. 내년 말부터 미국 핵추진 공격 잠수함 최대 4척, 영국 핵추진 공격 잠수함 1척을 순환시킬 예정인데요, 그 중에 1호함으로 콜로라도함이 지정됐습니다. 오커스 안보협력이 결실을 맺는 본 궤도에 오르는, 첫 번째 가시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1호함이 벌써 호주에 간 셈이네요?
기자) 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과 웨스 스트리팅 영국 국방장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콜로라도함을, 내년 말에 시작될 서부 잠수함 순환전력 1호함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한 게 26일이었는데요. 바로 다음 날, 해당 잠수함을 정비 목적으로 스털링에 입항시킨 겁니다. 한마디로, ‘내년에 이 잠수함부터 호주에 순환 배치시킬 거다’ 발표해놓고, 곧바로 예행연습에 들어간 셈입니다.
진행자) 오커스 출범 이후 서호주에서 진행되는 네 번째 정비 기간이라고 했는데, 이전 정비와는 다른가요?
기자) 상당히 다릅니다. 현지에서 처음으로 호주 민간 기술자들이 미국 잠수함의 일상 정비를 직접 맡게 되거든요. 호주 국영 조선업체 ASC가 인증한 기술자 30여명인데요. 미국에서 파견한, 하와이 진주만 해군 조선소와 중간정비시설(PHNSY&IMF) 전문가들과 한 팀을 이뤄 작업합니다. 호주 정부는 서호주 기업 15곳도 정비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선 세 차례 정비 기간에는 미국이나 영국 정비 요원이 중심이고 호주는 배우는 쪽이었는데, 이번에는 호주 기술자들이 정비 실무를 직접 맡는 겁니다.
진행자) 앞선 세 차례 정비기간에 미국과 영국 전문가들이 하는 걸 보고 배웠고, 이번엔 호주 정비 인력이 스스로 해내야 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을 정비하려면 원자로를 포함한 엄격한 안전 절차를 지켜야 하는데요. 그만한 기술력이 있다는 점을 호주 인력이 실제 잠수함을 정비하면서 증명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년에 시작될 순환 배치의 예행 연습 격이라고 말씀 드린거고요. 호주 잠수함청(ASA) 버지니아 사업단 측도 이번 정비가, 호주가 서부 잠수함 순환 전력을 시작하는 데 핵심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풀어야할 과제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인력입니다. 핵추진 잠수함 정비는 자격을 갖춘 숙련 인력이 대규모로 필요합니다. 이번 30여 명은 시작에 불과한 규모이고, 이걸 수백, 수천 명으로 늘리는 것이 숙제입니다. 또 하나는 미국과 영국의 잠수함 가용성입니다. 순환 배치할 선체가 충분해야 하는데, 두 나라 모두 건조와 정비 병목이 지적돼 왔습니다. 이번 정비 기간에 오커스가 이런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진행자) 호주 기술자들이 미국 핵잠수함을 정비할 수 있도록 시설도 갖춰졌나요?
기자) 네. 호주가 새로 만든 설비들이 이번에 처음 쓰입니다. 잠수함 세일(sail·사령탑) 주변의 안전 통로, 업그레이드된 접안 시설, 용수 공급 설비, 고압 공기 압축기, 제습 장비 등인데요. ASC 측은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역량이 이런 실전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면서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내년 순환 배치 때 필요한 인력과 설비, 절차를 미리 시험하는 예행연습이라고 확인한 겁니다.
진행자) 내년에 시작될 서부 잠수함 순환전력은 어떤 규모와 구조로 운영됩니까?
기자) 미국 해군 등에 따르면, 스털링 기지에 미국 버지니아급 최대 4척과 영국 아스튜트급 1척이 번갈아 배치되는 구조입니다. 핵심은 ‘순환’이라는 점입니다. 호주는 외국군 기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오랜 초당적 원칙이 있어서요, 영구 주둔이 아니라 돌아가며 머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미국 핵잠수함의 입항은 미-호주 군사력 배치 협정(Force Posture Agreement)에 따라 이행되고요, 영국은 별도 약정으로 참여합니다.
진행자)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서부 잠수함 순환 전력, 미국은 어디까지 준비했나요?
기자) 지난 6월에 미 해군이 잠수함전대 3(CSS-3)을 스털링에서 재창설했습니다. 이전에 하와이에 있던 부대가 호주에서 정비와 군수, 작전 지원의 토대를 만드는 겁니다. 함께 해군지원단(NSA Stirling)도 만들어, 순환 배치되는 인력과 가족을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호주 당국도 이런 작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스털링 기지를 확장하는 데 최대 80억 호주달러(미화 약 56억 3천만 달러)를 투입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통해 직접 일자리 3천 개가량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잠수함과 관련 인력이 호주에 가서 머물게 된다는 점에서, 태평양 안보상의 의미도 크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해군은 서부 잠수함 순환 전력이 태평양과 인도양, 인접 해역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동맹 잠수함의 억제력과 작전 유연성을 키운다고 설명하는데요. 콜로라도함이 들어가 있는 스털링 해군기지는 퍼스 남쪽 가든 아일랜드에 있습니다. 퍼스는 흔히 ‘세계에서 가장 외딴 대도시’로 불리지만, 인도양과 서태평양을 잇는 위치라는 점에서 지리적 가치가 상당하거든요. 하와이와 미국 본토 조선소에 몰려 있던 정비 부담을 나누고, 잠수함 전진 배치 선택지도 늘릴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해군이 잠수함 전력을 빠르게 키우는 상황에서, 연합 수중 전력의 지속성이 억제력의 핵심이 되고 있거든요. 호주가 자체 핵추진 잠수함을 갖기 전부터 연합 수중 작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겁니다.
진행자) 영국 쪽 움직임은 어떤가요?
기자) 영국에서도 서부 잠수함 순환전력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국 왕립해군의 핵잠수함 HMS 앤슨함이 지난 2월 스털링에서 정비를 받았는데요. 영국 기술진과 호주 인력이 처음으로 아스튜트급을 함께 정비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급과 영국 아스튜트급이 번갈아 호주에서 정비를 받으면서, 호주가 양국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들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를 단계적으로 시험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서부 잠수함 순환 전력이, 궁극적으로는 호주가 자체적으로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만드는 과정일텐데요. 오커스 전체 로드맵에서는 어디에 위치합니까?
기자) ‘최적 경로(Optimal Pathway)’의 첫 단계입니다.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기 위해 오커스 세 나라가 2023년 3월에 확정한 단계별 추진 계획의 공식 명칭인데요. 2021년 오커스 출범 후 약 18개월간, 호주가 어떤 방식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얻을 수 있는가를 검토했고, 그 결과로 나온 방안이라 ‘최적’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진행자) 호주 핵잠수함 보유로 가는 출발점인 셈이네요.
기자) 네. 먼저 서부 잠수함 순환 전력으로 호주 인력과 인프라를 키우고, 2030년대 초부터 버지니아급을 호주에 인도해,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직접 운용·정비할 수 있는 ‘주권 준비’ 상태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어서 2040년대에 호주가 건조하는 잠수함 ‘SSN-AUKUS’로 이어지도록 하는 구상입니다. 다만 호주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무장을 할 것이라는 점을 3국이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력만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이지, 핵무기를 탑재하는 용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진행자)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이번 한 달간의 정비 후 콜로라도함은 작전 배치 해역으로 복귀하고, 내년 말에 다시 스털링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서부 잠수함 순환 전력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추가 잠수함 지정과 인프라·인력 확충이 병행될 전망입니다.
미국과 영국, 호주의 안보협력체 오커스가 ‘계획’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가는 신호인, 미국 핵추진 공격 잠수함 콜로라도함의 호주 스털링 입항 소식 살펴봤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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