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군사 조직이 있습니다. 바로 백악관통신국(White House Communications Agency·WHCA)인데요.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도, 그곳이 어디든, 단 1초의 통신 지연이나 도청 위협 없이, 이들이 깔아놓은 통신망 위에서 통화하고 지휘 통제권을 행사합니다. 뉴스에 등장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대통령 곁에 늘 있는 WHCA 장병들의 임무, 그리고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백악관에 근무하는 군인들이라고 하면 흔히 의장대나 군악대가 떠오르는데, ‘백악관통신국(WHCA)’이라는 군사조직이 있다고요? 어떤 곳입니까?
기자) 한마디로, 백악관을 위한 통신 관리 전담 부대입니다.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백악관 참모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밀경호국(USSS) 등에 전 음성·영상·데이터 통신을 제공해, 국가지도자의 지휘 통제권을 유지·행사하도록 하는 게 임무인데요. ‘백악관통신국’이라는, 관료적인 조직 이름을 가졌지만, 엄연한 군 부대입니다. 전쟁부 국방정보시스템국(DISA) 예하에 있고요, 백악관 군사실 직속 체제로 운영됩니다. WHCA 소속 장병들은 대통령이 어딜 가든 상시 수행하는 인원에 포함됩니다.
진행자) 통신을 담당하는 장병들이 왜 대통령을 상시 수행해야 하나요?
기자) 대통령의 통신은 제3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통신망에 의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미국 내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해외 순방 길에 오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 DC에 있든, 전용기 안이든, 심지어 예고 없이 분쟁 지역을 방문하든, 그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 통신망을 깔고 마지막에 철수하는 요원들이 바로 WHCA 소속 군인들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뉴스 화면에 나올 때, 깔끔하게 수트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보이잖아요? 이들 중에는 비밀경호국(USSS) 요원들도 있지만, WHCA 소속 군인들도 상당수입니다.
진행자) 사복을 입고 근무하는 군인들인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WHCA 장병들은 대통령을 수행해야 하는 임무 특성상, 전투복이나 정복을 입는 날보다 수트를 입는 날이 훨씬 많은데요. 수트 구입 비용이 지급됩니다. 본인이 원하는 옷을 자유롭게 마련하지만, ‘품위를 유지하는 복장’을 입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수트가 유행을 안타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바뀌는 부분이 있잖아요? 유행 따르는 복장은 입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바짓단이 좁고 상의 허리춤에 여유가 없는, 이탈리아식 수트는 금지입니다. WHCA 내규에 명시된 사항인데요. 대통령을 빈틈없이 수행하면서 눈에 띄는 복장 등으로 주목받지 않아야 하는 겁니다.
진행자) 어쩐지, 대통령 수행원들의 수트는 유행과 상관없이 한결같더라고요. 옷차림으로 이야기가 잠깐 갔는데, 미국 대통령의 통신은 반드시 WHCA 장병들의 손을 거쳐 이뤄지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외 순방의 예를 들어볼게요.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미국을 떠나기 떠나기 몇 주 전부터 WHCA 소속 장병들이 선발대로 투입됩니다. 현지 숙소의 통신망을 완전히 해체하고, 미국에서 가져간 극비 암호화 장비를 설치해 백악관 집무실과 똑같은 수준의 보안 통신 환경을 구축합니다.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공군 1호기)에 탑승해 하늘을 나는 동안에도, 전용기 내부와 백악관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위성 통신 라인을 유지하는 것도 WHCA 장병들의 임무입니다.
진행자) 통신을 누가 엿듣거나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순방 현장에서도 장소마다 면밀히 점검한 뒤에, ‘이곳은 보안 위험도가 높으니 휴대폰 사용을 하지 마시라’는 요청을 대통령에게 하는 것도 WHCA 실무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그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보안 위험도가 극도로 높은 곳에서는,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의 통신 기기를 WHCA가 모두 수거해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 기내에 보관해 두기도 합니다. 에어포스 원은 자체적으로 공중 민감정보통제시설(SCIF)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진행자) 백악관 안에서만 일하는 부대는 아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과 부통령 관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는 물론이고, 대통령이 가는 모든 곳이 WHCA 장병들의 근무지입니다. 대통령과 부통령의 국내 출장, 선거 유세, 해외 순방, 그리고 비행 중인 전용기까지 포함되는데요. WHCA는 기능별로 나뉜 여러 부서가 각자 맡은 영역에서 하나의 임무, 즉 대통령의 눈과 귀, 입이 안전하게 세계와 소통하도록 구현하는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진행자) 대통령이 이동할 때 옆에서 수행하는 군인이 들고 다니는 이른바 ‘핵가방’도 이 부대와 관련이 있나요?
기자) 관련이 있습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핵가방’, 공식 명칭 비상대응가방(Emergency Response Satchel)은 백악관 군사실 소속 군사보좌관이 들고 다니는데요. 이 군사보좌관이 현역 군인이고, WHCA는 대통령이 어디에 있든 핵 지휘통제를 포함한 통신이 끊기지 않도록 기반을 책임지기 때문에, 핵 지휘 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은 맞습니다.
진행자) 극비 통신을 다룬다면, 근무자 선발 과정도 까다롭겠네요. 어떤 장병들이 지원할 수 있나요?
기자) 일단, 신병들은 없습니다. WHCA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를 비롯한 전 군종의 기존 병력에서 자원자를 받아 엄격한 선발을 거쳐 구성되는 ‘합동 복무 부대(Joint Service Provider)’이거든요. 통신, 전자, 위성, 사이버 보안, 군수를 비롯한 각 병과에서 상위에 드는 숙련자들만 지원할 수 있는데요. 현역 WHCA 근무자들이 팀을 이뤄, 주요 기지를 다니며 지원자를 모집하는 게 주요 인력 수급 경로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숙련된 장병들 가운데, 직접 얼굴을 보고 뽑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WHCA 모집 팀이 기지에 오는 이 시기에 맞춰, 희망자들이 각종 서류를 준비하면, 현장 면접 등이 진행되는데요. 관련 병과에서 숙련도가 높은 군인들에게 백악관 근무는 한 번 해보고 싶은 ‘로망’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WHCA 모집 팀이 특정 기지에 올 시점이 되면, 기지 분위기가 술렁이곤 하는데요. 현장 면접에서는 담당 업무의 숙련도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해당 지원자의 국가관과 복무 신조 등에 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나옵니다.
진행자) 면접을 통과하면 백악관으로 이동 배치됩니까?
기자) 아닙니다. 면접을 통과한 뒤에도, 많은 단계를 거쳐야 백악관 근무가 가능한데요. 선발 과정의 핵심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미 연방 정부가 부여하는 최상급 비밀취급 인가(Top Secret / 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TS/SCI)와 그보다 더 엄격한 ‘대통령 지원 병력(Presidential Support Program·PSP)’심사입니다. PSP는 전쟁부 직할 프로그램인데, 직무상 대통령 또는 부통령에게 자주 접근하는 인원을 선발하는 과정입니다.
진행자) 대통령과 접촉할 수 있고, 또 대통령의 내밀한 통신과 핵 기밀까지 다룰 수 있다 보니, 신원 조회 과정이 엄격한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PSP 심사는 지원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부모, 친구, 과거거주 지역의 이웃들까지 전수 조사합니다. 재정 상태, 과거 채무 기록, 정신 건강, 범죄 이력, 과격한 이념 성향 여부, 해외 여행 기록까지 몇 달에 걸쳐 현미경 검사하듯 파헤칩니다. 사소한 흠집이나 거짓말이 단 하나라도 발견되면 즉시 탈락하고요. 이 과정에서 더 까다롭게 따지는 사항이 많은데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지 얼마 안 됐다든가 하는, 어떻게 보면 사소한 사항도 결격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합격하더라도 백악관 근무 기간 내내 철저한 감시와 주기적인 재검증을 받습니다.
진행자) 근무하면서 겪는 고충이나 압박감도 클 것 같네요.
오) 그렇습니다. 만약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통화하거나 군 지휘 통제 명령을 내릴 때 단 몇 초라도 통신 장애가 발생하거나 잡음이 섞인다면, 단순한 기술적 사고를 넘어 국가 안보적 재앙이자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요원들은 백악관 벙커나 순방 현장에서 수십 겹의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고 끊임없이 점검합니다. 현직 WHCA 요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우리의 세계에는 99% 성공이란 없다. 오직 100% 완벽. 아니면 실패뿐이다’라는 것입니다.
앵커)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회담이나 국제회의도 일상적으로 이뤄지면서, 통신 환경이 많이 변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WHCA 장병들의 책임도 더 커졌는데요. 위성·클라우드·모바일 통신이 일상화되면서, 단순한 선로 설치를 넘어 사이버 방어와 도청 방지가 핵심 과제가 됐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대통령이 쓰는 스마트폰과 보좌진의 휴대용 장비까지 보안 관리 대상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장비와 운용 방식은 보안상 거의 공개되지 않습니다.
진행자) 화려해 보이는 백악관 근무의 이면에, 높은 책임과 고도의 긴장감을 감당하고 있는 군인들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과 함께 전 세계를 누비며 깔끔한 수트를 입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물밑에서 보이지 않게 땀을 흘리며 시스템의 절대적 안정성을 지켜내는 게 WHCA 소속 장병들인데요. 최첨단 무기나 스텔스 전투기, 핵항공모함 같은 것들만 미국의 국방력을 지탱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고 통수권자의 지시가 지연없이 전 세계 전선으로 전달되도록 만드는 완벽한 통신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을 지켜내는 WHCA 요원들 복무가, 군의 역할을 넘어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시스템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핵심 동력이 되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 대통령의 입과 귀를 세계와 연결하고 핵 지휘 통제의 최전선을 지키는 백악관통신국(WHCA) 장병들의 숨은 활약상 살펴봤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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