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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주요 기지 ‘90일 자립 계획’ 추진

미국 전쟁부
미국 전쟁부

미군 기지들이 외부 지원이나 물자 공급 없이 최소 90일간 자력으로 버티는 비상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물류가 완전히 끊겨도 전력과 물, 연료, 통신을 스스로 유지하는 계획인데요. 일명 ‘포트리스(FORTRESS)’ 구상을 본격화하는 겁니다. 왜 이런 계획을 실행하는지, 이게 현행 국제 정세에서 어떤 의미인지,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미군 기지들이 외부 지원 없이 90일간 자력 운영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고요?

기자) 네, 미국 본토에 있는 군사 기지 대부분이 외부 보급 차단 상황에서 90일 간, 그러니까 석달은 독립적으로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고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이 최근 전군에 하달한 정책각서에서 밝혔습니다. 앞서 공개된 ‘포트리스’ 계획을 본격 실천하는 건데요. 미군 시설이 유사시에 전력과 연료를 비롯한 에너지, 물, 통신을 자급하도록 하는 겁니다. 군수 물자는 물론이고요. 90일이라는 시간은 단순 정전 사태 같은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인 공격으로 인프라가 완전히 파괴된 상황을 상정한 겁니다.

진행자) ‘포트리스’ 계획이 뭔가요?

기자) 포트리스(FORTRESS)라는 말은 전쟁부가 확립한 ‘회복력, 병력 자원, 에너지, 보급과 생존성을 위한 연방 작전(Federal Operations for Resilience, Troop Resources, Energy, Supply, and Survivability)’의 영문 약어입니다. 단어 자체로는 ‘요새’라는 뜻인데요. 다시 말하면, 미국 본토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미군 기지들에 보급이 끊겨도, 독립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요새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진행자) 이게 앞서 공개됐던 계획이라고 하셨죠?

기자) 네.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달 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연설한 내용 중에 들어있던 계획입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당시, 대통령이 연초에 하는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과 비슷한 형식으로, 중견 장교와 부사관 약 600명을 소집해 군사연설(State of the Force)을 진행했는데요. 거기서 미군 변혁을 위한 ‘6대 신규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6대 전략 중에 하나가 ‘포트리스 아메리카’인데요. 미군 기지와 시설들이 전력 사용에 있어서, 민간 전력망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정도로만 간략하게 설명했었습니다.

진행자) 연설에서는 간략히 전기 이야기만 했었는데, 전군에 하달한 정책각서에서는 여타 에너지와 물, 통신을 포함한 물류 전반을 독립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를 담은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포트리스를 통해 미군 기지들이 “물자 부족으로 굴복하거나, 기능이 마비되거나, 외부와 단절되는” 상황을 막겠다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정책각서에서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포트리스 계획이 다섯 가지 핵심 축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너지 자립’, ‘공급망과 방위산업 기반의 회복력 강화’, ‘전략 방위 비축물자 확보’, ‘군사시설 방호와 사이버 회복력 강화’, ‘우주와 주파수 영역의 회복력 확보’, 이렇게 다섯 개입니다.

진행자) 왜 지금 이런 계획이 나오고, 실천하는 걸까요?

기자) 국제적인 흐름을 신속하게 반영한 겁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무력 분쟁을 보면요, 인프라를 먼저 파괴해, 주변 군사시설을 마비시키는 전술이 효과를 크게 보는 것으로 관찰됩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면전 상황에서 군사작전 실행에 민간 발전소와 전력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줬거든요.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도 러시아의 소행으로 자주 지목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전’ 공격이 급증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런 공격은 물류망을 겨냥하거나 데이터 케이블과 송유관 등 핵심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적대세력이 미군에 타격을 주기 위해 주변 전력망 같은 인프라를 먼저 노릴 것에 대비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보다 구체적인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군사 전문매체인 ‘공군·우주군 매거진’은 최근호에서 “적들은 우선 군사기지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며, 가장 취약한 표적을 노릴 것이다. 그 표적은 군사시설이 아닐 것이다. 공공 기반시설이 될 것이다”라는 전 미 공군 고위 당국자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미군 기지가 민간 인프라에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 실정인가요?

기자) 그게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전기 사용 하나만 봐도, 미군 기지의 전력은 대부분 민간 상용 전력망에서 나오거든요. 자체 발전 시설을 갖춘 곳이 드뭅니다. 그런데, 전기가 끊기면 통신과 물류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지휘 구조까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얼마나 의존도가 높은지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포트리스 계획에 따라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입니다. 소형 이동식 원자로와 대규모 배터리 저장 장치, 그리고 이것들을 활용한 ‘마이크로그리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마이크로 그리드가 뭔가요?

기자)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는 좁은 지역의 독립적 전력 운용 체계인데요. 미군 당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육군 주도로 전술 마이크로그리드 연구를 다각적으로 강화해왔습니다. 기지가 민간 전력망에서 분리돼도 스스로 전기를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인데요. 평소에는 민간 전력망에 연결돼 있다가, 위기 때는 기지 자체 전력망으로 섬처럼 떨어져 나가는 방식입니다.

진행자) 소형 이동식 원자로 같은 건 현실화되기엔 아직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어디까지 준비돼 있습니까?

기자) 이미 상당히 진척돼 있습니다. 육군에서는 ‘재너스(Janus)’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요. 민간 전문업체들과 협력해, 군사 기지에 소형 원자로를 배치하는 사업입니다. 공군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진행중인데요. ‘엔파이(ANPI·첨단원자력설치)’ 프로그램입니다. 지난달 말 전쟁부 청사인 펜타곤에서 ‘에너지 혁신 엑스포’를 진행했는데요. 소형 원자로는 물론이고, 우주에서 무제한으로 전력을 쏴 보내는 시스템 같이, 미래 에너지 기술의 총아로 불리는 장비들이 실사용 준비를 마치고 선보였습니다. 사흘 동안 100개가 넘는 전시물들이 등장할 정도로 큰 행사였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군 기지 마다 원자로를 둬서 자체적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게 조만간 가능하단 말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미군이 보유한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들에 들어가는 원자로를 지상으로 옮겨놓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원자로들이 실전 배치된 지 수십년 됐지만, 관련 안전 사고는 한 건도 없었는데요. 원자로를 트럭에 탑재해 필요한 기지마다 배치하고, 유사시 이동도 가능합니다.

진행자) 다시 포트리스 계획 추진 이유로 돌아가서요, 민간 전력망에 차질이 생겨서, 미군 기지에 전기 공급이 끊긴 실제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적의 공격을 받은 건 아니고, 자연재해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2021년 텍사스 한파 때 주내 군사 시설 상당수가 며칠간 정전됐습니다. 이렇게 전시가 아니라 날씨에도 기지 운영에 차질을 빚었던 경험이, 포크리스 구상의 배경 중 한 가지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진행자) 다른 문제도 짚어보죠. 보급이 차단될 때, 군수 물자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요?

기자) 유형의 물자들은 비축으로 대비가 가능합니다. 탄약과 연료, 핵심 광물, 전자부품, 예비 부품, 의료 물자를 충분히 비축해 미국 본토 공격 상황은 물론이고, 국제 해상로와 글로벌 공급망이 끊겨도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군 당국이 진행하고 있는데요. 비축 목표량은 전시 소진 속도와, 제조업체가 물량을 다시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정할 방침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구상의 출발점이 미국 본토에서 전쟁이 벌어지거나, 본토가 공격받는다는 가정이잖아요? 왜 이런 가정을 상정한 걸까요?

기자)  그 문제에 관해, 숀 파넬 전쟁부 수석 대변인이 지난 25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렸는데요. “우리는 더 이상 두 대양이 미국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고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포트리스 아메리카를 만들었다”고 적었습니다. 미국 본토는 동쪽의 대서양, 서쪽의 태평양 때문에 적대세력의 전면전 시도가 어렵다는 통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파넬 대변인의 이야기인데요. “그러한 시대에 뒤떨어진 가정은 더 이상 우리가 직면한 위협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전쟁부는 다음 큰 전쟁이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벌어질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비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포트리스에 관해 헤그세스 장관이 작성한 정책 각서의 실천 시간표는 어떻게 나와있나요?

기자) 이달 30일까지 전쟁부 관련 조직이 전담 사무실을 설치하라고 명시했습니다. 이 사무실은 마이클 더피 전쟁부 획득·유지 담당 차관에게 보고하게 되는데요. 익명의 전쟁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미국 내 약 500개 군사 시설의 에너지 수요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500개라는 숫자는 기지 외에 각종 소규모 시설까지 포함하는데요. 에너지 수요 평가 결과가 나오면, 기지마다 90일 자급자족 계획을 보다 구체화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미국 본토 군사 기지들에 전력과 물류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 90일을 자립하는 구상, 포트리스에 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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