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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관들, 북한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즉결총살 인권 침해 해명 요구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북한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국경 지대 즉결 총살 포고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국제법 위반 우려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무리한 정책이 유엔의 책임 규명 작업을 가속화하고 북한 청년들의 반발만 더 키울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모리스 티볼빈즈 비사법적 약식·자의적 처형 특별보고관, 아이린 칸 의사 표현의 자유 증진·보호 특별보고관은 23일 북한 정부에 서한을 보내 국경지대 즉결 총살 포고문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인권 침해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두 조치 모두 북한이 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 등 국제법에 모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서한 발송 48시간 뒤 유엔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특별보고관들은 국경 지대 즉결 처형 포고문은 “법 집행 목적을 위해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고 수단을 가리지 않은 채 생명을 의도적으로 앗아가는 극단적인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특별보고관들 서한] “we would like to highlight that the use of potentially lethal force for law enforcement purposes and intentional taking of life by any means is an extreme measure, which should be resorted to only when strictly necessary, in order to protect life or prevent serious injury from an imminent threat,”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의 일반논평(General Comment) 36조에 따르면 이런 무력 조치는 임박한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정부가 총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경고와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고 살상 행위 통제를 위한 적절한 입법 조치를 해야 한다며, 북한 지도부의 포고문은 이런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채 무력 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뒤 지난해 8월 25일 사회안전성이 하달한 ‘북부 국경 봉쇄 작전에 저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데 대하여’란 제목의 포고문을 통해 승인 없이 국경 완충지대에 접근하는 인원과 짐승은 무조건 사격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또 한류와 미국 등 적대국 문화 콘텐츠를 유입 또는 유포한 주민에게 사형을 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생명권과 의사 표현의 자유 권리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에 따르면 사형은 고의적인 살해 등 가장 심각한 범죄에만 적용되며, 의사 표현의 자유 권리는 국경에 관계없이 자신이 선택한 매체를 통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며 전파할 권리를 포함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모든 사람은 문화적 지식과 표현을 찾고 개발하며 이를 공유할 권리가 있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어떤 제한도 비례성의 엄격한 기본 원칙 등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의사 표현의 자유와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에 대해 용인할 수 없는 규제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규약 이행에 대한 정부의 의무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특별보고관들 서한] “In this regard, we note that the Law poses impermissible restrictions on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and on the right to take part in cultural life and is thus contrary to the international obligations of your Government to the Covenants.”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북한 정부에 이런 법령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한편, 한국과 다른 적대국의 영상물 등 문화 콘텐츠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가 의사 표현의 자유 권리 의무 등 국제 규약과 어떻게 양립하는지 등에 관해 설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이들 법령에 근거해 지금까지 집행한 처형 건수 등 법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한국의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대북 매체인 ‘데일리NK’가 지난달 유엔에 공동 제출한 진정서를 토대로 북한 정부에 공동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27일 VOA에, 이런 서한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유엔이 북한 지도부의 인권 침해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등 추가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유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북한의 국내 법제 변화에 대해 유엔이 팔로업하고 있다! 북한이 계속 이 코스를 유지하면 유엔 안보리에서도 계속 ICC 회부 논의가 있을 것이고, 그러면 북한 입장에서도 좋을 게 하나도 없죠.”

신 법률분석관은 코로나 대응이나 국내법을 이유로 인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한류 등 외국 문화물을 유입하고 유포했다는 이유로 처형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무리수가 오히려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지금 북한 정부는 굉장히 경직된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안정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피로감이 쌓이면 언제 (주민들이) 폭발하고 이에 따라 언제 체제가 전복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 정부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닌가,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앞서 VOA에 보낸 성명에서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 북한 정권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며 이는 세계 역사가 증명한다고 말했습니다.

[필 로버트슨 HRW부국장] “The people know there is a wider world outside North Korea, and no amount of repression will suppress their desire to be part of that world.”

“북한 사람들은 바깥에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어떤 억압으로도 세계의 일원이 되길 원하는 북한 주민들의 염원을 억누를 수 없을 것”이란 겁니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지낸 한국의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의원은 앞서 공개한 동영상에서 북한 정권이 지난 8차 당 대회에서 노동당에 규율 조사부와 법무부를 신설한 뒤 사상교양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한류를 막을 방법이 무력뿐이란 것을 시인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태영호 의원] “이제는 주민들에 대한 사상선동사업이 더는 먹히지 않으니 오직 강제적 조사와 처벌, 목을 치는 방법밖에는 간부들과 주민들을 다스릴 방법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러나 이런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을 개조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다음 달 회의에서 ‘청년교양보장법’ 채택을 예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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