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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북한 곡창지대, 40년 만에 최대 강수량...식량난 심화”


‘지구관측 국제 농업 모니터링 그룹’ GEOGLAM이 북한 곡창지대의 강수량이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자료제공: GEOGLAM 보고서 캡처(UCSB Climate Hazards Center)
‘지구관측 국제 농업 모니터링 그룹’ GEOGLAM이 북한 곡창지대의 강수량이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자료제공: GEOGLAM 보고서 캡처(UCSB Climate Hazards Center)

집중호우와 태풍의 영향으로 북한 곡창지대의 강수량이 40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국제기구가 밝혔습니다. 9월 말까지 평년보다 많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북한의 식량난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작황 기간인 4월에서 9월 사이 북한 남부 곡창지대의 강수량이 1981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지구관측 국제 농업 모니터링 그룹 (GEOGLAM)’이 10일 특별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 기간 내린 비의 대부분은 8월에 집중됐다며, 8월 1일에서 6일은 4호 태풍 ‘하구핏’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렸고, 이후 8월 둘째 주까지 많은 비가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황해남도의 경우 1981년 이래 가장 강수량이 많았고, 황해북도와 평안남도 전체, 평안북도, 함경남도, 강원도 일부 지역은 강수량이 가장 많거나 최소한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구는 위성영상에 기반한 농업 가뭄지수 측정자료 (CHIRPS)를 바탕으로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센티넬-1 위성이 8월 6일 포착한 황해북도 침수 현황. 자료제공: GEOGLAM 보고서 캡처 (JRC ASAP)
센티넬-1 위성이 8월 6일 포착한 황해북도 침수 현황. 자료제공: GEOGLAM 보고서 캡처 (JRC ASAP)

8월 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면적은 농경지 3만9천ha였으며, 이 가운데 논 600 ha도 포함됐다고 북한 매체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이어 8월 27일 8호 태풍 ‘바비’로 평안남도와 황해도에 폭우가 쏟아져, 자라고 있는 농작물이 손상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8월 호우가 집중된 지역들이 북한 수확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가장 피해가 심각했던 황해남도는 북한 최대의 쌀과 옥수수 재배 지역이며, 이 기간 큰 피해를 본 평안북도는 제2의 곡물 생산 지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9월 들어서는 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하이선이 강원도와 함경도에 추가적인 비 피해를 입혔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GEOGLAM은 올해 북한 일부 지역의 강수량은 2007년에 발생한 폭우 때보다 더 많지만, 수해는 2007년 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2007년에는 남서부 곡창지대의 농경지 22만3천여 ha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태풍 마이삭이 뿌린 폭우로 물에 잠긴 원산 시내 영상을 전했다.
지난 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태풍 마이삭이 뿌린 폭우로 물에 잠긴 원산 시내 영상을 전했다.

GEOGLAM은 9월 말까지 평년보다 많은 비가 예상된다며, 이 때문에 올해 작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밝혔습니다. 옥수수 수확은 8월 말, 벼 수확은 9월 말 시작되는데 이 기간 폭우로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GEOGLAM은 광범위한 홍수 피해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까지 감안하면 올해 북한의 식량 안보가 지난해보다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좋지 않은 작황에 올해는 폭우 피해까지 겹쳤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뭄과 홍수로 2018년 수확량은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이듬해에도 북한이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고 설명했습니다.

GEOGLAM은 지난 2011년 주요 20개국 농업장관들이 공동으로 세운 국제기구로, 위성과 지상 관측을 통해 작황 정보를 제공하며 수확량을 전망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유엔, 수재민 지원 준비 마쳐

한편 여름 내내 북한에 비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수재민들을 지원할 준비를 마치고 북한 당국의 요청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쉬마 이슬람 대변인] “UNICEF has pre-positioned supplies for health, nutrition and water and sanitation ready to be deployed immediately upon request by the government. The UN and humanitarian organizations remain in contact with the government and stand ready to support as it assesses the impact and begins recovery.”

쉬마 이슬람 유엔아동기금(UNICEF)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10일 VOA에, “보건, 영양, 식수 위생 지원품을 북한에 배치해 놨으며 당국의 요청을 받으면 즉각 분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유엔과 인도주의 기구들은 북한 정부와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피해 현황이 파악돼 복구가 시작될 때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슬람 대변인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사상자에 대한 보고는 없다”며 “정부 보고에 따르면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유실됐으며 나무와 전신주가 쓰러졌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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