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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태풍 피해에 경제계획 재검토 


북한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로 인해 연말 경제계획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북한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로 인해 연말 경제계획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북한은 어제(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로 인해 연말 경제계획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광산 지역인 검덕지구에 큰 피해가 발생해 경제 전반에 미칠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9일 “태풍 9호 ‘마이삭’으로 인해 함경남도 검덕지구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노동당 중앙군사위는 8일 오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국가적인 피해복구 대책을 토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확대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예상치 않게 들이닥친 태풍 피해로 부득이 국가적으로 추진하던 연말 투쟁과업들을 전면적으로 고려하고 투쟁 방향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4월 정치국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경제계획 수정을 밝힌 데 이어 5개월 만에 또다시 이마저도 변경할 뜻을 언급한 겁니다.

특히 지난번 정치국 회의에서는 ‘일부 정책적 과업들을 조정·변경’을 논의했지만 이번에는 ‘전면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 목표의 전면 수정을 시사한 것은 검덕 지구가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검덕지구는 북한 최대 규모의 납,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비철금속 생산기지입니다. 대북 제재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동해안과 인접한 단천항을 통한 수출이 용이해 북한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검덕지구에서 생산되는 광물들이 철강이나 건설자재, 군수물자 생산에 들어가는 주요 소재로, 김일성 김정일 선대 지도자들이 자주 방문했을 만큼 경제적,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검덕지구에서 최대 광물을 매장하고 있는 대흥청년영웅광산, 용양광산, 백바위광산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2천여 세대의 살림집과 수십 동의 공공건물이 파괴되거나 침수됐습니다. 45개소에 6만m의 도로가 유실됐고 59개의 다리가 끊어졌으며 철길 유실로 교통도 마비됐습니다.

홍민 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검덕지구에서 제대로 된 납 아연 마그네사이트가 생산돼야 그것이 건설이든 철강 생산이든 다른 여타의 산업 부문에 상당 부분 쓸모있게 쓰이는 거거든요. 그런데 5개년 전략 자체를 올해 마무리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 거고 또 한편에선 7기 5차 당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올해의 목표들 여기에도 차질을 빚게 되는 거고.”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연말 투쟁사업의 전면적인 고려’를 언급한 것은 오는 10월 당 창건 기념일까지 완공하려던 평양종합병원이나 완공이 미뤄지고 있는 원산갈마 해안지구의 건설 계획 등을 대폭 수정해 태풍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라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군을 동원해 해당 지역의 피해 복구에 나설 계획입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검덕지구의 피해와 복구건설 규모를 검토하고 복구건설을 군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연말까지 모든 피해를 복구할 국가적 비상대책을 취하라”며 당 중앙군사위 명령서에 서명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가 재난대책 차원에서 열리긴 했지만 회의에서 언급한 ‘연말 투쟁사업의 전면적 고려’가 단순히 경제계획 수정에 그치는 게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금 일단 6월에 보류시켰던 대남 대적 사업이라든지 대미 투쟁사업이라든지 그런 부분들을 포함할 수도 있고 또 북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무기체계라든지 그런 것도 있고 여러 가지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 것 포함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연말 목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김 위원장의 언급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 홍수와 태풍 등 대규모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김 위원장이 피해 현장 중심의 행보를 이어가면서 경제난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재난 국면이 자신의 지도력에 입힐 타격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수해지구도 가고 현장에서 정무국 회의도 하고 미리 사전에 회의도 소집해서 철저하게 대비하라고 이런 것도 얘기해요.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철저히 대비를 했는데 자연재난이 벌어졌고 그걸 또 지도자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와서 본인의 전략물자까지 주고 이렇게 한다고 그러면 그런 리더십 관리 차원에서 보면 아주 영리하게 행동을 하고 있는 거죠.”

한편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는 마이삭 피해 상황만 다뤘기 때문에 뒤이어 상륙한 태풍 10호 ‘하이선’까지 고려하면 해당 지역의 피해 상황이 더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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