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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태풍 피해 현장서 정무국 회의…도 당위원장 교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지역을 찾았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6일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지역을 찾았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6일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내 태풍 피해 지역을 직접 찾아 이례적으로 현지에서 노동당 정무국 회의를 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홍수와 태풍 피해가 겹치면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기 위해 현장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지역을 찾았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현지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당 부위원장들로부터 태풍 피해 상황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받는 한편 피해 복구를 위한 대책들을 결정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화면을 보면 협소한 공간과 좌석 배치, 창문의 모양과 커튼 등으로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에서 개최됐다는 관측입니다.

회의에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봉주·리일환·최휘·김재룡·김형준·박태덕 당 부위원장, 그리고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참석했습니다.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용수 당 부장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정무국 확대회의에서 피해 책임을 물어 함경남도 당 위원장 김성일을 해임하고 후임에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임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한 당국이 지난 3일 ‘마이삭’으로 인한 수 십 명의 인명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강원도와 원산시 간부들을 처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재해

복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해 지역 간부들에 대한 잇단 인사 조치는 희생양을 만들어 책임을 떠넘기려는 김 위원장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정상적이라면 이번의 경우에도 수해복구가 끝난 다음에 공과를 따져야 되는데 현장에서 즉시 간부들을 처벌하고 해임한다는 얘기는 결국 간부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거다, 북한의 국가적인 총체적인 재난 대응 능력의 한계를 수하들에게 떠넘겨서 본인은 책임을 회피하는 김정은식 이미지 정치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어요.”

김 위원장의 당과 정, 군 간부에 대한 잦은 교체 인사는 김 위원장 특유의 통치방식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김 위원장의 이런 인사 스타일에 대해 조급한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잦은 교체가 간부들의 충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또 “수도의 우수한 핵심당원 1만2천명으로 함경남북도에 각각 급파할 최정예 수도당원사단들을 조직할 것을 결심했다”고 강조한 내용의 공개서한을 평양시 당원들에게 보냈습니다.

이미 많은 건설 역량과 군 부대들이 강원도와 황해남북도 같은 다른 피해현장에 동원돼 있다는 이유입니다.

김형석 전 차관은 김 위원장이 서한에서 평양시 당원들에게 호소한다는 표현을 썼지만 북한체제 성격상 강제동원일 수밖에 없다며, 재해가 북한 전역에 타격을 입히면서 당국의 복구 능력이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차관] “그동안엔 군이나 현장 지역 주민들을 동원해서 (복구를) 했는데 그게 안되는 거란 말이죠. 그러니까 그만큼 수도당원사단을 만들만큼 북한 내에서 인력난, 자재난 등 여러 가지가 어려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발빠른 피해지역 방문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홍수와 태풍 피해가 겹치면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이른바 ‘애민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함경남도 새 도당 위원장으로 당 내 서열 1위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의 부부장을 현장에서 전격적으로 임명한 것도 신속한 복구 의지를 보임으로써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중앙 당국에 대한 의존 심리가 강한 함경도 주민들에게 수도당원사단 급파는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할만한 파격적인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층희 소장] “이런 어려울 때 최고 지도자가 이런 행동을 했다, 평양시 당원들 끌어내서 우리를 도와줬다, 그러면 그 지방 사람들한테는 완전히 인기는 엄청나게 올라가게 되는 거고 채근도 회피할 수 있게 되고 그런 거죠.”

한편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정무국 회의를 개최한 것은 신종 코로나를 의식한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조한범 박사는 재난 수습 차원의 긴박한 현장 방문인데 기동성이 떨어지는 열차로 갔고 함경남도 당 청사 같은 곳을 놔두고 굳이 비좁은 열차 안에서 회의를 한 것은 신종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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