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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수해 곡물 수확 30만t 감소 예상…식량 부족량 최대 122만t”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바비가 통과한 황해남도의 피해 상황 파악을 위해 현지를 둘러봤다며 지난 27일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바비가 통과한 황해남도의 피해 상황 파악을 위해 현지를 둘러봤다며 지난 27일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올해 북한의 곡물 수확량이 최근의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으로 전년 대비 약 30만t 감소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식량 부족량이 최대 122만t 에 이르면서 북한 식량난에 근래 들어 가장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최근의 잇단 홍수와 태풍으로 북한의 농작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농업전문가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연구원장은 31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홍수와 태풍으로 북한 농작물이 전반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 원장] “피해 면적 등으로 봐서 수해로 20만t에서 30만t, 또 바로 그다음 태풍으로 5만t에서 10만t, 그러니까 지난번 수해와 태풍을 합치면 대략 30만t 정도의 (곡물) 생산량 감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권 원장은 북한의 농작물 수확량이 한 해에 보통 450만t에서 500만t 정도라며, 따라서 지난 몇 주간 수해로 평년 곡물 수확량의 10%가 감소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옥수수와 콩 수확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번 태풍이 지나간 만큼, 쓰러진 관련 농작물에 대한 피해 복구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홍수도 이삭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발생했다며, 당시에는 농경지 침수와 유실, 매몰로 벼 피해가 제일 컸다고 덧붙였습니다.

권 원장은 북한의 수확량 감소에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비료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 몫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권 원장] “북한이 5월 기준으로 보면, 비료 도입량이 전년의 5% 정도밖에 안 됩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 자체도 비료 생산 능력이 어렵기 때문이거든요.”

북한이 올 상반기에 수입한 비료는 1만 5천여t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3% 수준에 불과하다고, 권 원장은 말했습니다.

자연재해가 연거푸 닥친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량이 122만t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7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7일 사진을 공개했다.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의 김관호 책임연구원은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북한의 태풍과 홍수로 인한 침수 농경지 면적을 3만 정보로 잡으면, 식량 손실량 8만 4천t에 이른다고 추산했습니다.

[김 연구원] “북한의 헥타 당 식량작물 수량성을 2.8t으로 정했습니다. 2018년 북한의 주요 통계 지표를 보면, 헥타 당 이 수치가 약 2.5t에서 2.8t이거든요. 이 수준은 남한과 비교하면 52%에서 67% 정도에요. 그래서 침수 면적에 이 식량작물 수량성을 곱해서 추정한 것이고요.”

김 연구원은 여기에 지난 5월 한국 통일부가 한반도의 장마와 태풍이 지나기 전 추산한 북한의 올해 식량부족량 86만 t을 더하면 총 94만 4천t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번 북한의 수해 규모를 농경지 13만 정보가 물에 잠긴 2007년 최악의 홍수 당시로 환산하면, 식량 부족량이 최대 122만 4천t에 달할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 연구원]“최근에 유엔기구가 발표하고 있는 북한 식량 상황을 보면, 뭐 고난의 행군 때 보다 조금 나을 수 있다고 해도,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매년 북한은 자연재해 때문에 농업 생산량에 큰 영향을 받는 곳 아닙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이미 어렵습니다. 한 예로 북한의 올해 상반기 비료 수입량은 전년 대비 9분의 1, 10분의 1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홍수와 태풍 뒤 나타날 북한의 식량난이 근래 들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31일 VOA에, 북한 식량 사정이 최근 몇 년보다 더 위태로워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스탠거론 국장] “North Korea’s food situation could be more precarious this year than in recent years. Precautions related to COVID-19 have significantly reduced trade which has limited the amount of food that North Korea has imported as well as some key inputs for domestic food production. Combined with flooding in key agricultural provinces, North Korea is likely to face more significant food shortages this year in recent years.”

스탠거론 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조치로 교역량이 크게 감소해 식량 수입과 식량 생산에 필요한 주요 물품의 투입에 제한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주요 곡창지역을 강타한 홍수까지 더해져 북한이 올해 최근 몇 년 보다 더 심각한 식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스탠거론 국장은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외교정책연구소의 벤자민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확실한 북한 식량 사정은 좀 더 지켜봐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It’s far too soon to tell. Until the typhoons and flooding, conditions looked relatively decent for the crops. Unless they have access to high quality satellite data, and too early to truly assess where things stand.”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태풍과 홍수 발생 전에는 곡물의 조건이 비교적 양호해 보였다면서, 고품질 위성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는 한 북한의 곡물 생산량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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