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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직 관리들 "북한 여행금지해제 신중해야…미국인 억류 반복 우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윔비어가 지난 2018년 5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심포지엄에서 증언했다.

미국 전직 관리들이 시한 만료를 앞둔 북한 여행금지 조치에 대해 북한 당국의 국제법 준수 의지가 담보돼야 해제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상습적인 미국인 억류가 되풀이될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에서 인권 문제를 다뤘던 전직 관리들은 북한 여행금지 조치 해제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국인 여행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법적 장치가 여전히 미비한 데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북한 정권 차원의 약속도 전무하다는 비판과 우려가 깔렸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북한과 미국의 교류는 분명히 중요하고 장려돼야 하지만, 북한을 여행하고 그곳에서 가족과 재회하며 사업과 교육, 원조 활동을 하는 미국인들은 정치적 환경에 따른 용납할 수 없는 이유로 위협, 체포, 가혹한 판결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 “Engagement between North Koreans and Americans is certainly important and should be encouraged but it must go hand in hand with assurances that Americans who travel to North Korea, reunite with families there, do business, teach and provide aid will not be subject to intimidation, arrests and harsh sentencing on unacceptable grounds dependent on the political climate.”

또한 “미국인들이 억류될 경우 정기적인 (영사) 방문을 포함해 북한에서 미국의 이익보호국 역할을 하는 스웨덴의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미국인들에 대한 북한의 거듭된 정치적 억류와 가혹한 처우, 즉 9년 동안 15명을 억류했던 전례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 “Americans must also have confidence that they will have access to the protecting power for the US in North Korea —Sweden, including regular visits should they be detained. North Korea’s repeated political detentions and harsh treatment of Americans—the arrest of 15 over a 9 year period—must not repeat.”

실제로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의 마르티나 아버그 소모기 2등 서기관은 지난 2017년 2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억류돼 있던 미국인 4명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길이 없고,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설명도 전혀 들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억류 미국인들에게 가족과 지인이 보낸 편지와 일상용품마저 전달해주지 않아 이를 현지 스웨덴대사관 내부에 그대로 쌓아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과거 억류 미국인에 대한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의 면담 요청이 번번이 묵살되고 있다며 영사 접견이 반복적으로 차단되는 데 대해 여러 차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억류 미국인들의 영사 접견을 차단한 것은 국제법 위반입니다. 1963년 체결된 ‘영사 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체포, 구금된 외국인이 자국 영사의 면담을 요구할 경우 즉시 해당국 정부에 이를 통보하고 영사 접견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 2017년 6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 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엿새 만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같은 해 9월 여행금지 조치를 발령한 뒤 매년 이를 연장하고 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은 오토 웜비어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솔직히 설명하고 가족에 보상해야 한다”며 “기본적인 국제 기준에 따라 자국 영토에 있는 외국인의 안전을 보호할 것이라는 보장을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 “North Korea owes an honest accounting of what happened to the American student Otto Warmbier as well as compensation for the family. North Korea must give assurances it will protect the security of foreigners on its territory in accordance with basic international standards.”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는 지난 2019년 5월 3일 워싱턴에서 열린 납북자 토론회에서 “나에게 북한은 지구의 암이고 우리가 이 암을 무시한다면 사라지지 않고 우리 모두를 죽일 것”이라며 아들을 억류한 뒤 사망에 이르게 한 북한 정권을 규탄했습니다.

전직 관리들은 다음 달 1일 재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해제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씨가 지난 2018년 5월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환영을 받았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씨가 지난 2018년 5월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환영을 받았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미-북 간 변화가 거의 없다”며 “대통령이 여행금지 조치를 연장하는 지시를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Very little has changed between the U.S. and the DPRK…I expect that the President will issue a directive extending the travel ban.”

국무부도 지난 19일 미국 민간단체들이 북한 여행금지 조치 해제를 요청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해외에서 미국인들의 안전과 보안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북한 여행주의보는 여전히 유효하고, 국무부는 미국인들에게 북한 여행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미국 내 대북 인도주의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17일 국무부 관리와의 면담에서 북한 여행금지 조치 해제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킹 전 특사는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다음 달 1일 만료되든 재연장되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미국인들은 북한을 여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통령이 여행금지를 해제한다 해도 북한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편집증적인 두려움 때문에 이미 거의 모든 북한 출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When it expires on September 1 of this year, it really does not make any difference whether or not it is extended. Americans will not be traveling to North Korea. Even if the President were to terminate the travel ban, North Korea's COVID pandemic paranoia had led Pyongyang to prohibit almost all travel in and out of the North.”

아울러 “인도주의 업무에 종사하는 미국인들도 북한의 매우 취약한 의료 시스템을 감안해 북한 여행에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Furthermore, I suspect that even Americans involved in humanitarian work in the North are also very cautious about traveling there given the very fragile healthcare system.”

또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구호 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미국 내 대북 지원단체들의 호소에 대해서는 “기존 여행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 여행을 희망하는 미국 시민은 특별여권을 신청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여행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북한 정부가 타당한 인도주의적 여행 필요성을 가진 미국 시민들을 받아들인다면 미국 시민들도 여행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Even under the existing travel ban, American citizens who wish to travel to North Korea can apply for a special U.S. passport for travel to the DPRK. If there is a need for such travel, and if the North Korean government would admit American citizens who had a legitimate humanitarian need to travel, American citizens could receive permission to travel.”

미국 친우봉사회 다니엘 재스퍼 워싱턴사무소장은 지난 23일 VOA에 미국의 조치는 “북한 내 일반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들에 또 다른 관료적 장애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지난 3월 VOA에 “우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노력을 주도해왔다”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지원, 제재 면제 승인 유효 기간의 연장, 그리고 인도주의 기관들의 제재 면제 신청 절차를 더욱 쉽게 만들기 위한 지침 개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북한 여행 결정을 정부 시책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전직 관리들도 북한 방문의 위험성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며 여행자들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북한) 여행금지가 해제되기 바란다”며 “미국인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그곳을 여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 여행의 위험성에 대해 미리 이야기 듣고 이해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I do hope to see the travel ban expire. I think Americans should be able to travel there as others do, but they should be briefed and understand the risks.”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미국 정부가 미국인들의 안전한 북한 여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심지어 북한으로부터 미국인들이 학대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을 수 있다면” 북한 여행에 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다른 나라 사람들 간의 교류가 많을수록 좋다는 게 나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Yes, assuming that the Administration determines that Americans can travel there safely and perhaps even receive assurances from North Korea that they will not be mistreated. My general view is that the more interaction between North Korea and people from other countries, the better.”

하지만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으로부터 받는 ‘확약’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십 년에 걸쳐 거듭 확인했다며,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가 선행되기 전에는 여행 금지를 비롯한 어떤 제약도 풀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쌓아놓은 약속 위반의 산더미를 조금씩 깎아내리기 시작하면 미국, 한국, 그리고 다른 서방국가들은 기존의 제한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AEI 선임연구원] “I would think maybe the US, the ROK, and other western countries can think about relaxing some of the existing restrictions once the North Korean side starts chipping away at the little mountain of broken promises it has littered the hill with.”

이어 “일단 북한 측이 선의의 행동을 보여줘야 우리도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약속을 어기고 합의를 파기하는 쪽은 북한이었기 때문에, 그런 조치가 가능하게 하려면 북한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AEI 선임연구원] “Once we see some good faith behavior on the North Korean side, we might be able to have some trust building measures, but we need some behavior on the North Korean side to get that rolling because they have been the side that has broken promises, walked away from guarantees and abrogated agreements. And until that syndrome is repaired, we have to wonder what's the point of making new agreements that will be broken on the field where the old ones were.”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의 그런 (약속 위반) 증후군이 바로잡힐 때까지, 우리는 이미 깨진 기존 합의들이 흩어져 있는 현장에서 또다시 깨질 새로운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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