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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에도 계속되는 북한 핵 개발...전문가들 "압박 강도 높여야 vs. 유인책 필요"


유엔 안보리가 2017년 11월28일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내용을 담은 대북결의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각국 대표들이 손을 들어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자료사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북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제재의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 은행에 대한 3자 제재 등 제재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약자에게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하는 식의 제재 체제는 처음부터 ‘나쁜 생각’이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한 해에만 북한에 대해 총 4건의 제재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북한의 잇따른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에 대응한 이 결의들로 북한의 최대 수출품인 석탄 등 광물을 비롯해 주요 외화수입원으로 꼽히던 섬유제품과 수산물 등의 수출이 금지됐습니다.

또 수 십만 명으로 추산되던 해외 북한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고, 북한에 반입될 수 있는 정제유에 연간 상한선이 그어지면서 유류 수급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처럼 지난 4년간 이어져 온 국제사회 대북 제재는 북한의 대외무역을 90% 이상 줄이고, 송금과 같은 단순한 활동마저 어렵게 만드는 등 북한 경제에 제약을 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재의 주 목표인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은 멈추지 못했고, 북한이 기존 제재를 회피해 불법 사이버 활동 등을 늘리는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로이터’ 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언론들은 다음달 공개를 앞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초안에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이어가고 있고, 기술 고도화를 위해 관련 부품과 기술을 입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6월 “북한의 핵 활동이 여전히 심각한 우려사안”이라면서 영변 등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징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사무총장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IAEA 이사회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사무총장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IAEA 이사회 회의에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이 9일 국제사회 대북 제재를 짚어보는 장문의 분석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신문은 “일부 대북 제재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여전히 가상화폐 절취와 수익성이 좋은 사이버 범죄를 포함해 제재를 회피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일부 전문가를 인용해 제재가 이미 비밀스런 국가를 더 안으로 숨게 만들었고, 북한의 핵과 화학 무기 보유량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분명한 징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북한에 가해진 무거운 경제적 압박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단절시키고, 정보와 생각들의 유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은 ‘제재’ 이외에 북한을 구속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재가 최선이 아니며, 제재가 작동하지 않고 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대안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So the assumption seems to be that there's a good answer and that sanctions don't work and they may not be very effective, but what's the alternative?...This is the fundamental problem: proliferation. If a country has the resources and the political will, it's very hard to stop them if they decided that they want nuclear weapons. That's been the whole history of nuclear proliferation.”

매닝 연구원은 ‘핵 확산’이 핵심 문제라면서, “어느 한 나라가 재원과 정치적 동기를 갖고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결심하면 이를 막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제재의 반대 개념일 수 있는 ‘유인책’도 제재와 마찬가지로 효과적이지 않았다며, 북 핵 문제 해결의 실패가 제재 때문이라는 분석을 반박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We've seen what a different approach looks like, and that has not been effective either. Providing North Korea incentives, whether positive incentives or in terms of reduction in sanctions has not brought about denuclearization.”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제재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때만 작동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효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제재가 다른 조치와 함께 사용될 수 있는 여러 ‘도구’ 중 하나로 인식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So, sanctions like military deterrence, like diplomacy, like information operations, like alliances, all of them should be used in conjunction with each other. You don't build a house with a single tool. You use a whole toolbox of tools. So, as people say maximum pressure hasn't worked. Well, neither is diplomacy, but we shouldn't abandon either one.”

제재는 군사적 억지력과 외교, 정보, 동맹 등과 같이 서로 연계해 사용될 수 있는 도구이며, 한 개의 도구로 집을 지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구 전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대북 ‘최대 압박’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외교도 마찬가지라면서, “둘 다 버려선 안 될 것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북한에 실질적인 ‘최대 압박’이 가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No US president has imposed fines on Chinese banks for money laundering for North Korea although the U.S. imposed $9 Billion in fines of British and French banks for money laundering for Iran.”

클링너 연구원은 어떤 미국 대통령도 북한을 위한 자금세탁에 관여한 중국 은행에 벌금을 부과하지 않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과 프랑스 은행들은 이란에 대한 자금세탁 위반을 이유로 9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루지에로 연구원도 대북 제재에 핵심 역할을 하는 중국을 겨냥한 소위 ‘3자 제재’가 중국의 제재 이행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제재가 여전히 작동 가능한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In 2016 and through into 2017, the United States targeted those Chinese individuals, Chinese companies and Chinese banks that were directly helping North Korea. And those sanctions were imposed on China and their companies and individuals and banks. And it forced the Chinese leaders to make a decision.”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분행.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분행.

루지에로 연구원은 2016년과 2017년 미국이 중국 개인과 기업, 은행 등을 겨냥한 제재를 부과할 당시 중국 지도부는 북한을 계속 도울 것인지, 미국의 제재 체제에 동참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결과적으로 자국의 이익에 따라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미국이 자국인 등을 압박하는 상황에 처하면 결국 중국은 북한이 아닌 미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재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인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미국 내 탈북민 지원단체 ‘링크(LiNK)’의 박석길 한국지부장은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에 북한 해외 노동자 금지를 포함한 제재 조치가 북한 내부의 변화 가능성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교류를 할수록 변화한다면서 “(북한을) 외부 세계로부터 분리하면 북한체제의 최악의 성향이나 본질에 놀아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지부장은 제재가 외부 세계와 접촉하고 노출될 기회를 갖는 북한 주민을 줄이게 된다며, 외부 세계는 북한 주민들의 인식과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고, 북한 정권의 이념과 사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대통령 보좌관 출신 전문가는 이 신문에 “(제재의) 본래 목적은 달성되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역량이 강화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또 부수적 피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고, 개혁과 개방 그리고 시장체제를 위한 노력이 더 지연됐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재는 작동하지 않았고, 나쁜 생각이었으며, 기본적으로 게으른 외교정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y don't work, they're a bad idea and they're they're basically lazy foreign policy. I mean, you can't get an adversary or any country to do anything that's against its self-interest. If you are going to use pressure alone, you need a combination of pressure and carrots to get them to entice them into something. It's got to be a win-win situation. North Korea cannot be seen, cannot see itself as losing by entering into a diplomatic relationship with you because you put pressure on it.”

적은 물론 어떤 나라도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들 수 없는 만큼 압박을 사용할 땐 유인책과 함께 사용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미국은 물론 북한도 서로 이익이 되는 ‘윈-윈 상황’이 돼야 한다며, “북한은 압박을 받는다는 이유로 외교관계를 맺는 ‘패배 상황’을 보고 싶어하지도, 그렇게 보여지고 싶어하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처럼 힘이 약한 ‘비대칭 국가’ 입장에선 미국과 같은 강한 나라를 상대할 때 “양보하면 더 약해 보일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따라서 미국은 적국의 입장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으로부터 무언가를 원한다면 “그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줘야 하고, 이는 현 상태에서 제재 완화와 원조”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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