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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연합훈련 3월 보다 축소 실시…"북한 반응 주목"


지난 2일 파주에서 한국 군인들이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일 파주에서 한국 군인들이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올 하반기 미-한 연합훈련은 지난 3월 상반기 훈련보다 규모를 줄여 내일(10일) 사전연습을 시작으로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연합훈련 중단을 압박했던 북한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한 군 당국이 사전연습과 본연습으로 나눠 하반기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갖습니다.

9일 한국 군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한 군 당국은 최근 한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대유행 등의 상황을 반영해 이번 하반기 연합훈련을 지난 3월 상반기 훈련 때보다 참여 인원을 줄여 실시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1부 방어와 2부 반격의 당초 예정된 본연습 시나리오는 조정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연습(CPX)으로 진행합니다.

사전연습으로는 10일부터 13일까지 각종 국지도발과 테러 등의 상황을 가정한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실시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주도로 진행되는 이 훈련은 전쟁 발발 전 국지도발이나 테러 등 돌발적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고 관리해 전쟁으로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진 훈련입니다.

16일에서 26일로 예정된 본연습은 전쟁 발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기에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이 주관합니다.

훈련을 위한 증원 인력 없이 작전사령부급 부대의 현 인원만 훈련에 참여하고 사단급 이하 부대도 참가 수준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한은 16일 본연습 시작 직전에 시기와 규모 등을 공동발표하고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북한군과 유엔군사령부간 직통전화로 북한 측에 훈련 일정과 성격 등을 통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한은 2019년부터 시뮬레이션 훈련인 키 리졸브와 을지 프리덤가디언을 연합지휘소훈련으로 대체하고,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을 폐지하고 소규모 전술훈련으로 전환했습니다.

대규모 실기동훈련이 사라지면서 한반도 전구작전과 연합방위태세 점검은 연합지휘소훈련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훈련 규모가 축소돼 연합 전투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각본만 갖고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해외에서 병력 또는 장비가 들어오고 우리 장비와 상호 운용성 점검도 돼야 하고 그래야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 태세가 되는 건데 지금 그렇게 안 된 지가 벌써 3년이란 말이죠. 실병, 장비 이런 것들이 함께 기동하면서 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장기적으로 안 이뤄진다면 절름발이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앞서 지난 1일 담화를 통해 규모와 상관없이 연합훈련 자체의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8월 미-한 연합훈련이 남북관계의 앞길을 흐리게 할 수 있다며 한국의 관련 결정을 예의주시하겠다고 압박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연합훈련 실시로 인해 북한이 불만을 표출하고 남북관계가 단기적으로 냉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조 박사는 그러나 내부의 식량, 보건 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이 남북 정상 간 합의로 통신연락선을 복원시킨 흐름을 뒤집을만한 도발 행위에는 신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최근의 흐름을 보면 김정은식 선군정치가 이미 시작됐어요. 왜냐하면 모든 시스템이 제대로 안 돌아가기 때문에 군이 방역이나 건설 등에 집중적으로 나서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해 등 여러 위기에서 군이 사실 전면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이 그렇게 지시를 했고요.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북한 군을 앞세워 고강도 도발을 한다거나 무력시위를 한다거나 상응하는 대규모 훈련을 할 그런 여력이 북한에 있다고 보여지지 않거든요.”

북한이 연합훈련 실시를 군사 도발의 명분으로 삼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미국과 한국에 대해 더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 대회 때 국방력 강화와 신무기 개발을 강조한 점을 주목하면서 미-중 갈등 속에 강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하긴 하겠지만 시기를 봐 가며 군사적인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제8차 당 대회 때 분명히 얘기했거든요. 5개년 계획에 플러스 해서 공세적 외교와 국방력 강화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분명히 새로운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는 하겠다고 했고 그것을 그냥 진행하는 거죠. 만약에 하게 되면 8, 9월이에요. 10월 넘어가면 어려워요. 10월이면 중국이 올림픽 분위기로 돌아가기 때문에 하려면 그 이전에 해야 돼요.”

한편 이번 훈련도 규모가 최소화되면서 상반기 훈련과 마찬가지로 한국 측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 FOC 검증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OC 검증을 하려면 검증요원들이 지휘소에 들어가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 거리두기 등으로 훈련 참여 인원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검증요원 참여가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김승겸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본연습 1부와 2부 때 각각 하루씩 사령관을 맡아 연합군을 지휘하며 미래연합사령부의 FOC 예행연습만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한국 군이 앞으로 전작권을 또 한미연합사를 끌어갈 만한 능력이 있느냐 그러기 위해선 적지 않은 훈련이 있어야 하고 특히 전시에 증원되는 대규모 미군을 지휘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되는데 현재로선 그것이 제대로 연습이 됐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고요.”

미-한 양측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들 가운데 연합훈련을 통해 기본운용능력 즉 IOC와 FOC 그리고 완전임무수행능력 즉 FMC 등 3단계 평가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임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2단계인 FOC 검증도 하지 못하면서 임기 내 전작권 전환 혹은 전환 시기를 확정하려 했던 문재인 한국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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