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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일부 대북 인도적 협력 다각 추진…김여정 '연합훈련 담화'로 성사 불투명


이인영 한국 통일장관이 지난 4월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3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했다.
이인영 한국 통일장관이 지난 4월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3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했다.

한국 통일부는 남북한 정상간 합의로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대북 인도적 협력을 재개하기 위한 다각적 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연합훈련 중단 요구 담화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남북 교류의 성사 여부가 매우 불투명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이 지난달 27일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전격 발표하면서 한국 통일부는 북한과의 교류협력 재개를 위한 각종 준비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먼저 지난달 29일엔 남북 당국간 협의를 위한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을 북한 측에 제안했습니다.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화상회의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북한측과 연결하려는 조치였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도 남북한이 안심하고 대면할 회의 장소도 마련한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남북간 안정적인 회담채널이 확보되면 북한 측과 협의할 의제를 1차적으로 30개 항목 정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들 항목엔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신종 코로나 방역과 백신 협력 등이 우선적으로 포함됩니다.

통일부는 이와 함께 한국 내 민간단체의 대북 물자 반출 신청 2건을 승인하면서 지난해 9월 서해상 한국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중단됐던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 승인을 재개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를 통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녹취: 이인영 장관] “앞으로 인도주의 협력에 관련한 사항은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 지속적으로 승인해 나갈 예정이라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통일부는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 협력 사업에 약 100억원, 미화로 870만 달러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관련 부처들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어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교류협력법 취지 요건에 부합하고 북한 취약계층의 인도적 상황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원단체의 선정 기준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일 미-한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통일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대북 협력사업들의 성사 여부가 한층 불투명해졌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단절됐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켜놓은 것 뿐”이라며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은 최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미-한이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 상응 조치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천명한, 외부 지원 의존을 배제한 자력갱생 노선을 감안할 때 북한이 연합훈련이라는 이른바 ‘근본 문제’가 먼저 풀리지 않으면

인도적 협력 등 남북교류 전반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돼야 북한도 상응 조치 할 수 있다, 그 상응 조치라는 게 결국은 인도적 지원 협력이든 교류 협력이든 다른 것들도 다음 단계의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 그런 거죠.”

이달 중순으로 잡혀 있는 미-한 연합훈련을 앞두고 북한은 통일부의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 제안에 아직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의 교류 재개는 당국자간 협의가 전제돼야 하고 “협의를 하려면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통신선 복원 이후 하루 두 차례씩 북한 측과 통화하고 있지만 북한 측이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앞서 4일 기자단에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남북간 인도적 협력을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별개로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그러나 통일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정작 북한이 바라는 내용과 달라 남북교류 재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김정은 정권은 과거 한국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처럼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단체들의 대북 협력사업 재개를 원하는 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 해결을 바라는 것이라며, 이번 통신선 복원은 한국에게서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선 개입 등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김정은은 자기의 최고지도자로서의 존엄을 강조해왔고 그런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자랑해왔는데 지금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민국으로부터 그것도 2018년 정상회담 때처럼 남북간이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치자는 식의 그렇게 긍정적인 남북관계가 형성된 것도 아닌데 남한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위기를 타개한다,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거죠.”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남 유화 제스처에는 한국으로부터의 대규모 인도적 지원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신종 코로나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나빠지고 있는데다 지난해 같은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 상황이 재현될 경우 북한정권 안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또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제재 예외를 인정하는 입장이어서 한국 측의 인도적 지원의 규모에 따라선 이산가족 화상 상봉도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만일 북한이 인도 협력을 받는다면 명분상 이산가족 상봉이 따라 오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그리고 북한도 이미 화상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굳이 평양이나 금강산에 이산가족이 모일 필요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각 시도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각 시도 당 위원회와 평양간에 화상회의가 자주 열리거든요.”

전문가들은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의 한국에 대한 향후 태도에 지난 4월부터 꾸준히 돌고 있는 북-중 교역 해제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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