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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유엔대북제재위원들 “‘코로나 위기’ 제재 완화 반대...해제 요구는 기회주의적 행동”


지난달 4일 북한 신의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화물열차에 소독액을 뿌리고 있다.
지난달 4일 북한 신의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화물열차에 소독액을 뿌리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로 활동했던 전 위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해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재 완화 요구는 팬데믹 상황을 이용한 기회주의적 행동이거나 인도적 지원 면제 조항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윌리엄 뉴콤 전 전문가패널 위원은 북한에 인도주의적 물품을 보내는 절차가 이미 간소화됐다며, 따라서 추가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뉴콤 전 위원] “The UN’s 1718 Committee has already agreed to further expedite requests for approval of humanitarian exemptions.”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업무를 맡았던 뉴콤 전 위원은 감염증 확산 위기 속에서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유엔 1718 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가 이미 인도주의 지원 면제 신청을 더 신속히 승인하기로 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의장국인 독일은 지난해 12월 VOA에 대북 제재 면제 승인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도적 지원의 경우 제재 면제 심사 신청 후 5~10일 안에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은 인도주의 지원은 원래부터 대북제재 면제 대상이라며, 감염증 확산 사태를 제재 면제의 이유로 드는데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 “No. Sanctions already allows exemptions to transfer goods necessary for the DPRK to fight epidemics.”

“제재는 북한이 전염병과 싸우는 데 필요한 물자가 전달되도록 하는 예외를 허용한다”는 지적입니다.

2011년 10월부터 2016년 4월까지 4년 반 동안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후루카와 전 위원은 “제재 면제는 더 효과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의 목적은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와 기술, 자금, 인력의 흐름을 끊고 북한을 비핵화 외교 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 “The exemptions should be utilized more effectively. Sanction's objective is to terminate the flows of WMD-linked goods, technologies, funds and people, as well as to induce the DPRK to diplomatic engagement toward its nuclear disarmament. We have not achieved any of these objectives, as yet.”

후루카와 전 위원은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8개국은 지난달 26일 유엔 사무총장에게 감염증 확산 방지 노력을 저해하는 제재 완화를 요구해달라고 당부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습니다.

또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최고대표사무소 대표는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을 제재 완화가 필요한 나라로 꼽았고, 대북 지원 활동을 해온 국제 민간단체들도 제재가 지원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호소해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북한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막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이들 국가가 자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언론 간담회에서 “이들 나라 중 몇몇은 자국민이 굶주리는 동안에도 계속 폭탄과 미사일, 핵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문가패널의 일원이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팬데믹 위기 속에서 제재 완화 주장이 나오는 의도에 의구심을 표했습니다.

[닐 와츠 전 위원] “While there have been calls from a few quarters to do so, I do believe they are either opportunistic to capitalize on the pandemic, or lack knowledge of the humanitarian exemptions built into the resolutions, and the UN mechanisms available to authorize humanitarian efforts and/or related goods to be sent to North Korea.”

“일각에서 제재 완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감염증 대확산을 이용하려는 기회주의적 행동이거나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 인도주의 면제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인식 부족 때문이라고 믿는다”는 겁니다.

니츠 위원은 “유엔은 인도주의 노력과 관련 물자를 북한에 보내도록 승인할 장치를 이미 갖추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뉴콤 위원은 유엔 헌장의 비군사적 제재 조항인 7조 41항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진로를 바꿔 스스로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해야만 제재 완화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윌리엄 뉴콤 전 위원] “Sanctions relief, however, should only result from North Korea changing course and removing itself from being a threat to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the criteria of Chapter VII, Article 41 action.”

더 나아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선결 요건에 인권 개선을 포함해야 한다며, 오히려 유엔 제재 범위의 확대를 제안했습니다.

[윌리엄 뉴콤 전 위원] “Personally, I’d also like to require North Korea to stop committing crimes against humanity as a condition for relief but unfortunately that horrific problem has gone unmentioned in the body of sanctions resolutions issued to date.”

뉴콤 전 위원은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인류에 대한 범죄를 중단하는 것을 제재 완화의 조건으로 요구하고 싶다”며, “하지만 불행하게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은 지금까지 그런 끔찍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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