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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정원장 "교황 방북 추진"… 전문가들 "성사 가능성 크지 않아"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지난달 30일 바티칸에서 열린 일반알현에서 수녀들을 만났다.

한국 정부가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의 평양 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북, 남북 관계가 얼어붙어 있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은 5일 전라남도 목포 산정동 성당에서 열린 준대성전 지정 감사 미사에 참석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원장은 “김희중 대주교와 알프레드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를 만나 교황께서 평양을 방문하도록 요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교황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개한 건 박 원장이 처음입니다.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오스트리아 국빈방문 중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찾아 막스밀리안 하임 수도원 원장에게 ‘교황 방북’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5월 미-한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윌튼 그레고리 대주교를 만나 교황의 방북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교황 방북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교황청과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흥식 대주교가 한국 성직자로는 처음으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습니다.

유 대주교는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 노력하겠다”며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0월 18일 이탈리아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교황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10월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지난 2018년 10월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정상국가화를 추구하던 때였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당시 김 위원장이 실제 한국 정부를 통해 교황의 평양 방문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정권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2018년 상황은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정말 북한이 그들이 원하는, 사실상 핵 보유국 인정을 받으며 국제사회에 데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전략적 계산에서 교황은 정통성 제고에 굉장히 도움 되는 사람이죠.”

교황도 당시 방북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미-북 관계가 나빠지면서 관련 논의는 흐지부지됐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다시 교황 방북 카드를 수면 위로 올려놓은 것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외관계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우회적 접근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그러나 지금 시점에선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지금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서 국경도 차단한 상태고 또 제재 문제로 인해서 미국과의 대화, 남북 교류가 모두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외적인 위상 보다는 대내 통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교황 방문이 더 어려워졌다 이렇게 평가해요.”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문재인 정부가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정세 속에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상징적 차원에서 교황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도 대화를 위한 대화, 이벤트성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금 단계에선 교황 방북에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한이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황 방북은 억눌린 민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꺼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현재 보면 북한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라고 해서 북한 주민들의 대외 접촉 그리고 대외 문화 수용을 강력하게 억압하고 있습니다. 교황의 방문은 북한 주민들의, 예를 들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열망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대외 접촉에 대한 열망을 현저하게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 외교정책 기조의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박 교수는 한국 정부가 2018년 당시 북한의 긍정적 태도를 다시 한 번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의 북한은 다시 과거의 폐쇄국가로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의 기본적인 외교정책의 기조가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해서 체제가 다른 국가들과도 북한을 존중하면 친선을 맺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게 이번에 다 빠져버렸어요. 그리고 그냥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 유대만 계속 얘기를 했거든요. 그렇다면 큰 틀과 의미에서 더 이상 북한이 2018년에 했던 이른바 보통국가화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겠죠.”

박원곤 교수는 북한의 교황 방북 수용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어느 정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시점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반도 정세와는 별개로 북한이 교황의 평양 방문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도 교황 방북이 대미 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교황 방북 자체가 김정은 위원장의 대내외적 위상에 적지 않게 긍정적일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교수] “북한으로서도 특별히 정세에 얽매일 건 아닌 것 같아요. 현재와 같은 자력갱생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도 교황이라는 세계적 인물이 평양을 방문하면 그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국제정세와 별개로 북한으로선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신 센터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와 함께 교황의 건강 문제가 더 큰 변수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이터’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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