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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제재 위반' 북한 주민 미국 인도…북한 "말레이와 국교 단절"


지난 2019년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 씨의 미국 신병 인도를 승인했다. 법원에 나온 문 씨의 변호사 자깃 싱 씨(오른쪽)와 김유성 북한대사관 참사.

북한은 자국민을 ‘불법 자금세탁 관여’ 혐의로 미국에 인도한 말레이시아를 비난하며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북한은 또 사건 배후에 미국의 적대시 책동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성명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17일 무고한 북한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 못할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며 “특대형 적대행위를 감행한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가 미국에 인도한 인물은 문철명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문 씨가 대북 제재를 위반해 술과 시계 등 사치품을 북한에 보냈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며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습니다.

문 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말레이시아 법원은 같은 해 12월 인도를 승인했고,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신병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 씨의 상고를 기각해 이를 확정했습니다.

외무성은 문 씨가 “다년간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대외무역 활동에 종사해온 일꾼으로서 불법 자금세척에 관여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이고 모략”이라며 “말레이시아가 입증할 만한 물증을 한 번도 내놓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송환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 법 기관의 주요 인물들이 현지 미국대사의 술좌석에 초청돼 사례금을 약속받고 ‘무장장비 무상 제공’ 흥정판까지 벌여놓았다며 말레이시아 당국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북한을 고립 압살하려는 미국의 적대시 책동과 말레이시아 당국의 친미 굴욕이 빚어낸 반공화국 음모 결탁의 산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외무성은 “쌍방 사이에 초래될 모든 후과에 대한 책임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이자 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지난 1973년 수교한 나라입니다. 한 때 북한 국적자가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할 정도의 우호국이었습니다.

이 같은 관계는 양측이 강대국에 대항하는 ‘비동맹 외교’ 노선을 공유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지난 1995년 북한에 경수로를 공급하는 협정이 체결될 때도 말레이시아가 협상 무대였고 지난 2000년엔 미-북이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미사일 회담을 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뒤 양국은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고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대사관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위해 2019년 10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18차 비동맹운동(NAM) 회의에 참석한 당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났으나 지난해 말레이시아 총리가 바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하면서 답보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박사입니다.

[녹취: 고명현 박사] “국제 제재와 감시를 피하는 우회로로 많이 활용했었죠 말레이시아를. 사치품 같은 것도 조달했었고. 그런데 그게 지난 10년 동안 확 바뀌어서 지금은 거의 다 중국을 통해서 하는 것 같아요. 김정남 살인 사건 이후로 말레이시아와 단교까지 갈 뻔 했잖아요. 그래서 이미 양국간 외교관계는 굉장히 소원해졌고 명시적으로 발표는 안 했지만 상당히 다운그레이드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북한에 우호적인 그룹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이기도 한 말레이시아와의 국교 단절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한층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외무성의 이번 성명은 특히 북한이 미국의 접촉 시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가운데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해 핵 위협과 인권 문제를 거론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미-북 대화 재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교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교 단절을 선언한 것은 미국을 향해 협상을 재개하려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기존 주장을 보다 강력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말레이시아와의 단교까지 선언하면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미국에게 대북 제재와 관련된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일부를 화해적 방식으로 초기에 풀고 신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모종의 대화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메시지의 차원에서 이것을 강하게 푸시할 가능성은 있어요.”

홍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협상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 중이지만 제재 강화와 인권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면서 북한이 한층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완화 카드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북한도 미국을 겨냥한 행동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기대를 접고 북한이 하던 식의 압박을 통한 현상 변경 그 방법을 추진할 수가 있죠. 그래서 그 첫 조치로 말레이시아와의 단교를 선포했을 수 있고요. 그렇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그런 조치들의 가능성도 좀 열려 있어 보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한 게 미-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과 평가가 있을 수 있다”면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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