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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연루 리정철, 말레이시아서 불법 조달 임무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체포됐던 리정철(가운데)이 지난 2017년 3월 쿠알라룸푸르 세팡 경찰서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고 있다. 리정철은 이 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2017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에 연루됐던 북한 국적자 리정철이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면서 북한 정권의 각종 조달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그의 활동을 통해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북한의 불법활동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광범위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정철은 지난 2017년 김정남 암살사건 당시 유일하게 체포됐던 북한 국적자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당시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리정철을 붙잡아 조사한 뒤 그가 김정남 암살에 이용된 화학무기 ‘VX’를 제조 등에 주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후 이민법 위반 등을 이유로 추방한 바 있습니다.

이런 리정철의 말레이시아 거주 당시 행적이 최근 영국의 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영국 합동군사연구소는 리정철이 말레이시아에서 사용한 전화 등 전자기기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리정철이 말레이시아는 물론 중국을 넘나들며 북한의 조달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에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2013년 혹은 2014년부터 현지 기업의 정보통신(IT) 전문가 자격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말레이시아에 거주했지만, 실제론 북한군 등의 조달 임무를 수행했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정철은 조선인민군이 소유한 조선신광경제무역총회사와 조선봉화무역총회사 등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방식으로 각종 무역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때 수십 만 달러어치의 팜유나 비누를 구매하거나 25만 달러 상당의 와인 구매를 준비하는 등의 흔적을 남겼으며, 또 크레인과 기계류와 같은 대형 장비에 대한 구매를 시도하고, 사이버 범죄를 통한 의료 영상 소프트웨어와 위성 추적 기술을 판매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정철은 중국업체는 물론 중국에서 활동 중인 북한인 등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들의 도움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리정철은 북한으로 자금을 운반하는 역할도 맡았던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조선봉화총회사 소유의 자금 수만 달러를 중국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중국 다롄을 거쳐 남포항으로 수십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운송하는데 리정철이 관여한 기록이 확인된 겁니다.

이처럼 보고서는 리정철과 관련된 세부 내용들을 통해 북한이 해외에서 진행 중인 각종 불법행위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이뤄지는지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를 통해 말레이시아와 중국에 있는 불법 네트워크가 훨씬 더 광범위하다는 점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정철은 현재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미 법무부는 지난 9월 리정철과 그의 딸인 리유경 그리고 말레이시아인 간치림을 기소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들이 북한의 고객들을 대신해 물품을 구매하면서 미 달러를 거래했고 이를 감추기 위해 위장회사를 이용했다면서, 대북제재 위반과 금융 사기, 자금세탁 공모 등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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