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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언급 현저히 줄어…"김정은 내부 문제 집중, 핵 정책 변화 아냐"


지난 3월 한국 수서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서 ‘핵 억제력’을 강조하는 공개 발언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경제난 등 내부 문제 해결에 집중하며 향후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되는데요, 하지만 이것이 북한 핵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1월 초 열린 북한 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군사력 강화 의지를 밝히며 특히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국가 방위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업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하겠습니다.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이 연설에서 ‘핵’이라는 표현이 36번 사용됐고 ‘핵 무력’이라는 단어는 11번 등장했습니다.

때문에 2018년 4월 당 전원회의 때 핵-경제 병진 노선을 끝내고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김 위원장이 다시 국방력 강화 노선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핵잠수함 개발을 선언하고 전략무기 개발 능력을 과시함에 따라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3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무력 도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핵 억제력’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도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전국 노병대회’에 참석해 연설했지만 ‘핵 억제력’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이날은 북한이 대북 전단을 문제 삼으며 일방적으로 차단했던 남북한 통신연락선을 13개월 만에 복원한 날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핵무력을 강조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김 위원장은 또 북한군 건군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말 ‘전군 지휘관·정치일군 강습회’를 주재하면서도 핵 무력과 관련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이달 25일 ‘선군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담화(8월 10일), 또 지난 5월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담화 등에서 ‘절대적인 억제력’, ‘강력한 억제력’ 등 핵 억제력을 시사하는 표현이 등장한 사례는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핵 억제력’ 등 군사력을 부각하는 메시지가 나왔던 군 관련 주요 행사나 계기에서조차 관련 언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 경제난 등 국내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테리 선임연구원] “We know that North Korea's economy is in shambles since they closed. There is a food shortage crisis. We know there is a severe weather issues which have wiped out all their corn rice production. We know Kim Jong un is super focused on covid. So there are all these issues. There is also unexplained health questions surrounding his health, big question surrounding his health...”

코로나 관련 국경봉쇄, 자연재해, 식량난 등으로 ‘북한 경제가 엉망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이런 국내 문제에 골몰해 있으며, 또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 또한 여전히 ‘큰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테리 연구원은 미국 새 정부 초기의 ‘북한 도발 공식’도 맞지 않는 등 북한은 현재 ‘특이한 상황’에 있다고 진단하며, 북한이 수사와 도발을 자제하는 데는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해 미국과의 문을 열어 놓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의 켄 고스 국장도 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언급을 포함해 무력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은 경제가 중요해 김 위원장이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미국이 함께 행동한다면 외교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Kim, by not testing in anything and by not really even mentioning the nuclear program, is really sending the signal that one, the economy is important, his focus and two diplomacy is a possibility provided the United States can get its act together…The next couple of months will be very important because it seems as if North Korea has pushed away from the military first away from the nuclear program, and are focusing more on trying to figure out how to solve the economic piece of the equation.”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등 ‘군사 우선’에서 벗어나 경제난 해법 모색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자신들이 도발한다면 외교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점을 북한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를 어떻게 상대할지 모색 중이라며, 미국의 시선을 끌기 위해 어느 시점에 다시 ‘벼랑끝 전술’을 쓸 수 있지만 지금은 그 단계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누그러진 핵 관련 수사가 북한 핵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거나 유연함을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I think it's almost a zero percent chance that North Korea is going to be flexible on their nuclear program or, you know, decide to give up the program. I think this is all about focus on domestic issues and leaving an opening so they can return to negotiations at some point because they need sanctions relief, right. They need also a vaccine. So why say things to be that's provocative? Just stay quiet. But it doesn't mean we should not interpret it as North Korea shifting or changing their stance on their nuclear program.

단지 현재 경제 문제에 집중하며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한 향후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을 뿐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도발적인 언사를 하는 것보다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테리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27일 VOA에, “미묘한 신호는 사실 아무 신호도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수사 자제 등을 기조 변화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희망 섞인 과도한 해석”이며 실질적 외교적 진전을 이끌지도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27일 VOA에, 노병대회 등 군 관련 행사와 기념일 등에 핵 억제력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은 각종 담화 발표 시 한반도 정세, 군 내부상황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담화 내용과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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