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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대북 원전 추진 의혹 논란…"북한 비핵화 진전 없이 불가능"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회담 당시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회담 당시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이 한국 내에서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됐다가 북한 비핵화의 불확실성이 높아 중단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일부 언론매체들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한반도 신경제 구상 책자와 프레젠테이션에 원자력발전소 관련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그 후속 조치로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작성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사흘 뒤인 2018년 4월 3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위원장에게 신경제 구상을 담은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정상회담 때 건네줬다”며 “그 영상 속에 발전소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고 밝혔지만 원전이라는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런 보도에 한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당 차원의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정권 차원의 보답으로 북한 원전을 은밀하게 추진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1일엔 이 당의 주호영 원내대표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공식 요구했습니다.

한국의 청와대와 유관 부처들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 입장을 내고 부내에서 만들어진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 내용과 작성 경위 그리고 작성 이후의 경과 등을 설명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부내 부서별로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했다”면서 “북한 원전 관련 문서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자료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문서의 서문에 ‘이 보고서가 내부 검토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또 “보고서 결문에선 ‘미-북 간 비핵화 조치 내용과 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 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고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한 이후 추가 검토 필요’라고 검토의 한계를 기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문서가 삭제됐던 데 대해선 “이유를 막론하고 자료 삭제는 유감”이라며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차원의 개입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앞서 월성1호기 원전 관련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원전 관련 530건 자료 삭제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통일부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는 원전이라는 단어나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미국이나 국제사회 모르게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반박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와 관련해 한국형 원전의 원천기술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국이 갖고 있는 한국형 원자력발전소의 모델은 원천기술을 미국에서 받았어요. 그러니까 미국에서 받았기 때문에 미국의 허락이 없이는 나사 하나도 수출할 수가 없습니다. 아랍에미리트나 모든 국가에 수출한 원전은 미국이 다 합의하고 양해한 겁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핵의 평화적 이용 차원에서 원전은 효율적인 전력 생산시설이지만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핵화 진전 없이 북한에 원전 건설을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핵을 통해서 전력 생산이라는 차원에서 북한 핵무기 개발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이것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서 뭔가 진전이 되는 상황에서 제공이 가능한 거지, 비핵화 부분이 진전이 없는 가운데서 이 부분이 진전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안이다.”

김 전 차관은 지난 1995년 한국과 미국 등 관련국들이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기 위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도 앞서 1994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제네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북한담당관이었던 김 전 차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수로 사업이 중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1997년 8월 함경남도 신포에서 착공식을 갖고 순항하던 경수로 건설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국 특사의 방북 당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계획을 시인했다는 미국 측 발표를 계기로 제2차 북 핵 위기가 촉발되면서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03년 11월 공사 중단에 이어 2006년 6월 사업이 미완성인 채로 공식 종료됐습니다.

만성 전력난에 시달려온 북한에게 원전 건설은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필생의 사업으로 여길 만큼 오랜 숙원입니다.

김형석 전 차관입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북한이 우라늄 매장량이 전 세계에서 2위, 3위 정도 될 거에요. 그걸 가지고 경수로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시킨다면 전력 생산 면에 있어서 아주 효율적인 거죠. 초기에 원전을 짓고 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과거부터 경수로 원전을 통한 전력 생산에 대한 수요 그리고 희망이 지속돼 있었던 거죠.”

북한은 지난달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도 전력공업 부문에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조력과 수력발전소 건설에 국가적 힘을 집중하며 핵동력공업 창설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계획들이 언급됐다”고 밝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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