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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 통화…시진핑 "남북·미북대화 지지"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7년 12월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7년 12월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26일) 밤 전화통화를 갖고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습니다. 시 주석은 남북과 미-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밤 9시부터 40분간 전화를 통화를 가졌다고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8개월 만에 이뤄진 두 정상간 통화에서 양측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두 나라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시 주석은 “남북과 미-북 대화를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정치적 해결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중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또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밝힌 대외적 입장을 보면 미국이나 한국과의 대화의 문을 닫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한반도 정세는 총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화를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을 거듭 지지하고 나선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에 나올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핵무기 증강 계획을 공개하면서 도발 가능성을 높인 데 대한 경고성 메시지이기도 하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북한에게도 중국이 강하게 요구를 하는 거죠. 더 이상 도발하지 말고 너는 할 만큼 했으니까 이제는 대화의 창에 나서서 중국의 이익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정책을 해야 된다고 시진핑이 직접 이야기를 한 겁니다. 그래서 이것은 비단 한국, 일본, 미국에 대해서 중국의 이해를 얘기한 것 뿐 만 아니고 북한에 대해서 강하게, 어떤 의미에선 경고이기도 하죠.”

시 주석의 발언은 한국에 대한 압박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시 주석의 발언이 남북 협력에 앞서 미-한 합동군사훈련 등 근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8차 당 대회 언급을 무시하지 말라는 한국에 대한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당 대회에서 북한이 근본적인 남북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본질적인 것을 하기 위해선 한국 측에서 그에 대한 행보를 보이고 미국과 같이 한-미 채널을 동원해서 진전이 있어야 그게 계속해서 지속될 수 있을텐데 그런 맥락에서 이런 메시지가 들어간 게 아닌가 이렇게 판단이 됩니다.”

김흥규 소장은 시 주석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발언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선택지를 제한하는 효과를 함께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중국에 유리한 대북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소장은 미국의 바이든 새 행정부가 동맹 복원을 통한 대중 압박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는 한편 북한의 도발을 최대한 억제하는 한반도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북한의 군비 증강과 위협을 빌미로 해서 한-미-일이 삼각동맹 형태로 또는 군비경쟁을 하는 것을 원치 않고 그리고 두 번째는 한반도에서 골치 아픈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바이든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아직 정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미-중 관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라는 메시지인 거죠.”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미-한 정상 통화에 앞서 한-중 정상 통화가 먼저 이뤄진 점을 주목했습니다.

이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나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문제 등 국내 현안에 골몰하고 있는 틈을 노려 중국이 발빠르게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도모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미국 내 상황이 지금 대외관계를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중국이 미리 그래도 가까운 한국에 대한 우호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속히 대외관계를 취하기 전에 한-중 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 가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거죠.”

한편 한-중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지난해 신종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성사되지 못했던 시 주석의 방한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통해 변함없는 방한 의지를 보여준 데 사의를 표하면서 “코로나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기에 방한이 성사되도록 양국이 계속 소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시 주석은 “국빈방문 초청에 감사하다”며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조속히 방문해 만나 뵙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통화는 외교채널을 통해 양 정상이 신년 인사와 함께 2021~2022년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성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교환하는 방안을 지난해부터 실무적으로 협의한 끝에 성사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중 정상 통화가 미-한 정상 통화에 앞서 이뤄진 데 대해 “시 주석과의 통화는 신년인사 차원이고 바이든 대통령과 있을 통화는 취임축하 통화로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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