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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 독립기념일에 어떤 메시지 내놓을까


지난 19일 북한 평양에 당 제8차대회가 제시한 과업을 관철하자는 내용의 구호가 걸려있다.
지난 19일 북한 평양에 당 제8차대회가 제시한 과업을 관철하자는 내용의 구호가 걸려있다.

북한이 최근 미-북 대화 가능성을 거듭 일축한 가운데 다음달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어떤 대미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 미 독립기념일을 계기로 군사 도발을 감행하거나 대미 담화를 발표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 북한은 현지 시간으로 7월 4일 오전 9시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이후 6시간 만에 관영 방송의 중대발표를 통해 발사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녹취:조선중앙TV] “대륙간탄도로켓 화성 14형 시험발사 성공. 국방과학원 과학자, 기술자들은 새로 연구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북한은 고각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최고고도와 비행거리가 각각 2천 802㎞, 933㎞였다고 발표했는데, 전문가들은 정상 각도로 쏘면 사거리가 8천km를 넘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최대 기념일인 ‘독립기념일’을 몇 시간 앞두고 처음으로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도발에 나섰던 것입니다.

시점상으로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6월 30일)을 열고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인권 등을 거론하며 강력한 대북 규탄 메시지를 발신한 지 며칠 만이었습니다.

[녹취:트럼프 대통령] “The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of that regime require a determined response. The North Korean dictatorship has no regard for the safety and security of its people, or its neighbors, and has no respect for human life…”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람(this guy·김정은)은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라고 반응했고, 백악관은 당시 휴일임에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7년 7월 화성-14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
북한이 지난 2017년 7월 화성-14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

북한은 이어 7월 28일 화성-15형 발사, 8월 29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9월 3일 6차 핵실험 등 군사적 도발을 이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참모들에게 ‘한국 내 미국인 소개령’까지 거론했을 만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었습니다.

미-북 정상외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듬해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 독립기념일을 맞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 3일 트위터에 “북한과 좋은 대화가 진행 중이며 8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없다”며 달라진 미-북 관계를 과시했습니다.

당시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국무장관이 방북을 준비하는 등 미-북 관계가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Many of you will remember the Fourth of July. Many of you were contacted to have to return to work. But the fact is that our secretary is now getting ready to go on, have his fourth meeting with North Koreans in less than three months…”

하지만 세 차례의 정상 회동 등 전례 없는 외교에도 불구하고 미-북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던 지난해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에 즈음해 복합적인 대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7월 4일에 맞춰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 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일각에서 ‘깜짝’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자 먼저 선을 긋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이날 대함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0일 발표한 담화에서 기존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미국 독립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소장하고 싶다’는 다소 의외의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기원하는 듯한 메시지도 담았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미-북 관계 경색 국면 속에서도 정상 간 친분을 유지하면서 추후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말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하고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잇따라 고위급 담화를 내고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다만 지난 25일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을 기한 대미 비난 발언이나 반미행사 없이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맞는 올해 독립기념일에는 미국을 향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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