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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용적 접근으로 외교 모색" vs 북한 "무의미한 접촉 생각 안 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말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한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외교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미국의 대화 제의를 적극적으로 일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공식 발표한 것은 출범 100여 일 만인 지난 4월 30일입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정책 검토 완료 사실을 확인하며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사키 대변인] “Our goal remains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with a clear understanding that the efforts of the past four administrations have not achieved this objective.”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하는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인 접근법(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요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도했던 ‘일괄타결’(grand bargain)이나 앞선 바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일본 등 동맹들과 매 단계마다 협의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점도 밝혔습니다.

북한은 사흘 뒤인 5월 2일 외무성 국장과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놨습니다.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은 ‘외교와 엄격한 억제’를 언급한 4월 27일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문제 삼으며 “(미국에게) 외교란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는 허울좋은 간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외무성 대변인은 미 국무부 대변인이 4월 28일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로 비판한 데 대해 “미국이 떠들어대는 인권 문제란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말살하기 위한 정치적 모략”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들 담화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 기조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해석됐습니다. 다만 이에 앞선 3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보다는 형식적으로 ‘격’을 낮춰 수위를 조절했습니다.

앞서 최선희 제1부상은 3월 18일 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대북 제재와 미-한 연합훈련 등을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는 “미국은 적대가 아닌 해결을 목표”로 하며 “실용적인 조치”, “최대 유연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이라는 원칙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5월 21일 열린 미-한 정상회담에서는 미 정부의 대화 의지가 좀 더 구체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동회견에서 성 김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I’m pleased to announce that Ambassador Sung Kim, a career diplomat and with deep policy expertise, will serve as a U.S. Special Envoy for the DPRK.”

또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의 완전한 이행 촉구”, “북한 인권 상황 개선 협력”을 언급하면서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메시지도 담았습니다.

특히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존중과 함께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 촉진”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정상회담 이후 열흘 만에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것도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국제문제평론가’ 논평을 통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종료된 데 대해 미국의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비난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열린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북한 관련 “제재의 완전한 이행”, “인권 존중 촉구”,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CVIA)” 등의 내용이 포함됐지만,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주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계기로 본격적인 대미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8일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며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대미 메시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신호로 간주한다”며 “직접적인 의사소통” 가능성을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도 21일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성 김 대표] “And hopefully Chairman Kim’s reference to dialogue indicates that it will be the positive response…”

하지만 다음날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잘못된 기대”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22일 담화에서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변하지 않았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When it comes to the comments you mentioned emanating from North Korea where we've seen them we're aware of them, they have not changed our view on diplomacy.

미 정부 당국자도 이날 VOA에 “더욱 직접적인 소통이 뒤따를지 지켜볼 것”이라며 미국은 적대가 아니라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날인 23일 리선권 외무상 담화를 통해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은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대화 재개에 대해 또다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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