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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신선 복원 후 북중혈맹 강조…김정은식 외교 다각화


북한에서 '전승절'로 기념하는 26일 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중 우의탑을 찾아 헌화했다고,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합의한 데 이어 이번엔 이른바 ‘전승절’을 맞아 북-중 우의탑에 헌화하고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했습니다. 대미 협상 교착과 경제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펼쳐지는 김 위원장식 외교 다각화의 의도를 놓고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이른바 ‘전승절’ 68주년을 맞아 28일 북-중 우의탑을 찾아 헌화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혈연적 유대로 맺어진 북-중 친선은 공동의 위업을 위한 한길에서 대를 이어 굳건히 계승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의탑에 보낸 화환엔 ‘전체 조선 인민의 이름으로 숭고한 경의를 표합니다. 조선 인민을 대표하여 김정은’이라는 글귀를 담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우의탑을 직접 참배해 헌화한 것은 지난해 10월 중국 인민지원군 참전 70주년과 이에 앞서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당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미-중 패권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그동안 노골적으로 보여온 대중 밀착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남북 통신선 복원이 이뤄진 직후 북-중 협력을 과시하는 행보를 보인 데 대해 김 위원장의 대외전략의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자력갱생을 외치며 북-중 국경을 봉쇄하고 남북관계도 단절시켰던 북한이 내부적인 경제난 심화와 대미 협상의 장기 교착 속에서 대외관계 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중 협력을 안전판으로 삼는 한편 남북관계도 통신선 일방 차단을 단행했던 지난해 6월 이전의 상황으로 돌려놓음으로써 안팎의 어려운 상황에 대응할 다양한 카드를 가지려는 의도라는 설명입니다.

신 센터장은 또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선 것은 중국 일변도의 대외관계의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미-중 갈등 국면을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올리는 데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중국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북한은 중국의 속국처럼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 카드를 하나 가지고 있어야지 중국이 북한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 있어서 중국과 친선관계를 강화하지만 북한 나름의 고유의 카드를 가지려고 한다, 이렇게 평가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북한은 과거 냉전시대 중-소 대립 시절에도 등거리 외교를 표방하는 등 전통적으로 대외관계에서 복수의 선택지를 두는 전략을 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미-북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중국을 미리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지금 같은 상황에선 일단 중국에 대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중국과의 협력 만으로 경제 문제를 타개하려는 것은 불안감이 있으니까 역시나 복수의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들을 고민을 하고 만들어나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대남 유화책으로의 선회가 대중 밀착의 일환이라는 다른 견해도 나옵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이 북-중 우의탑을 찾은 행보는 최근 들어 잦아진 현상이라며, 북한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 대북 제재로 경제난 해소에 한국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중국 이외의 선택지가 딱히 없다는 설명입니다.

김 소장은 중국은 올해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고 내년에 있을 베이징동계올림픽 등을 감안해 북한에 도발 자제와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여러 경로로 압박했고 이번 남북 통신선 복구도 북한이 그런 중국에게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도발을 하지 말 것, 북한을 관리하려는 모드가 강해지고 있고요. 북한도 거기에 호응한 것으로 저는 이해를 합니다. 왜냐하면 지난번 김정은 친서를 보면 중국과 전략적 눈높이를 맞추겠다 라고 한 의미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적어도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대신 중국이 북한한테 줄 것을 달라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남북 통신선 복구가 전승절과 맞물려 이뤄진 점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대미 협상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에 주도권을 쥐어보려는 행보로 설명했습니다.

홍 박사는 북한이 원하는 궁극적 목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이를 통한 경제발전이라며 중국과의 관계 강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에 압박과 회유의 전술적 카드를 동시에 쥐어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중 밀착구도는 미국을 일정 부분 압박하고 또 한편에선 북한이 북-미 관계가 잘못되더라도 완충해 주는 장치로서 북-중 관계가 상당히 의미있게 설정될 가능성이 있고요. 또 하나는 미국을 설득하는 역할 그리고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컨트롤 하는 의미 이런 측면에서 남북관계를 유화모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한 부분이 있는 거죠.”

박형중 통일연구원 박사는 북한의 대외전략에서 중국과의 협력은 기본적으로 안고 가는 ‘상수’라며 따라서 북한의 유화적 대남 접근의 의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중 박사는 북 핵 해법과 대북 제재 문제를 놓고 미-북 간 입장차가 그대로인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대남 접근은 미-한 공조의 틈을 벌리고 다가오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이번 북-중 우의탑 참배에는 최근 실각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동행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리병철을 네 명의 군 수뇌부 중에서는 제일 먼저 호명해 군 서열 1위로 복귀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방역 태업으로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리병철을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했고 이후 리병철은 군 서열에서도 뒤로 밀려난 모습이 노출됐습니다.

리병철은 이번에도 노동당 비서들 다음 순으로 호명돼 여전히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는 복귀하지 못했음을 보여줬습니다.

홍민 박사는 리병철이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중시하는 전략무기 개발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조기 복귀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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