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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겨냥 문 대통령 발언, 워싱턴서 "바이든 행정부에 부담" 우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취임 4주년 연설을 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취임 4주년 연설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전단 겨냥 발언이 워싱턴에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인권 가치를 훼손하고 미-한 관계에 부담을 주며 문 대통령의 대미 외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고가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에 부딪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자 “남북합의와 현행법 위반”으로 공개 비판하며 수사 의지를 밝힌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 중시 기조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로 9일 앞으로 다가온 양국 정상회담에도 부담이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제인권 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존 시프턴 아시아국장은 11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도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을 표현하고 이를 어떻게 전송하는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Neither President Moon nor Kim Jong-un seems really understands how freedom of speech works. It doesn't really matter what the content is of the speech, or how it's transmitted.”

시프턴 국장은 “외교적 노력에 번거롭고 문제가 되더라도 한국민들은 자기 뜻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게 핵심”이라며 “이것이 생산적이지 않고, 긴장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란 이렇게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People of South Korea have the right to express themselves, even if it's inconvenient or problematic for diplomatic efforts. That's the bottom line. It may not be productive, it may cause tensions, but that's how freedom of speech works.”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민주당 측 공동위원장인 제임스 맥거번 하원의원이 지난달 15일 열린 대북전단 관련 청문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웹사이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민주당 측 공동위원장인 제임스 맥거번 하원의원이 지난달 15일 열린 대북전단 관련 청문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웹사이트

앞서 시프턴 국장은 지난달 15일 미국 의회 내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개최한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서도 “미국이 대북방송과 시민 사회의 노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대북 정보 유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그동안 통일부 등 관련 부처를 통해 주로 제기돼 왔던 대북 전단 문제를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훗날 역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하겠지만, 이번 연설을 통해 문 대통령이 전단 관련 움직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문 대통령은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대하고 인권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강력히 반대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Years from now, decades from now, centuries from now, history will judge President Moon Jae-in, and now based on this declaration, based on the statement, we know that he's fully aware of what's going on. And we know he is a staunch opponent of sending information into North Korea, he is a staunch opponent of anything that has to do with human rights.”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여기는 또 다른 이유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위협에 대한 즉각적인 후속 조치이자 “자국민에 대한 공격”으로 비쳐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2일 담화에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창룡 한국 경찰청장은 김 부부장의 담화 발표 직후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경찰은 문 대통령이 ‘엄정한 법 집행’을 언급한 당일, 지난달 말 전단 50만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소환해 6시간 동안 조사했습니다.

지난해 7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보내는 전단 일부를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보내는 전단 일부를 들어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북한을 탈출해 한국 시민이 된 자국민의 인권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모두 믿고 있는 인권과 개인의 자유에 반하는 이야기를 듣게 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t was very disappointing to hear those remarks because it really goes against what we all believe in terms of human rights, and individual liberty and freedom. I mean he is actually denying the human rights of Korean citizens. Those escapees from the North are Korean citizens.”

특히 “북한인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이기 때문에 더욱 실망스럽다”며 “북한인들이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고 정보를 통해 희망과 생존을 위한 지식을 얻는다는 사실을 탈북민들을 통해 확인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t's disappointing because we really need to be focused on getting information into North Korea, the Korean people in the North. They deserve that information and we know from talking to escapees that they value that information. It gives them hope, it gives them understanding and knowledge that they need to know to survive.”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문 대통령의 10일 연설과 관련해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너무나 큰 고통과 많은 일을 겪은 탈북민들에게 한반도 분단과 긴장, 냉전적 사고에 대한 책임을 돌리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Blaming division, blaming tension, blaming a cold war mentality on North Korean escapees who suffered so much, and went through a lot to escape and settle in South Korea is preposterous.”

이어 “한반도에서 냉전의 엄연한 현실을 상기시키는 4가지 요소는 남북한의 분단, 최소 12만명이 수감돼 있는 정치범 수용소와 다른 수감 시설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며 “한반도 냉전 구조를 지속시키는 당사자는 인권 운동가들이 아니라 바로 김정은 정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There are four stark reminders of the cold war on the Korean peninsula. The division of North Korea and South Korea, the North Korean political prison camps, where at least 120,000, men, women and children are held and the other detention facilities which of course remind us of the Soviet gulag and German extermination camps. Third,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Fourth, North Korea's ballistic missiles. So, it is not human rights activists who maintain a Cold War atmosphere on the Korean peninsula. It's the Kim regime.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의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도 남북 대화와 미-북 대화를 복원하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역효과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셀레스티 아링턴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단지 전단 살포를 억제함으로써 북한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행정부와의 대화에 복귀시킬 수 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전단금지법을 완고하게 고수함으로써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셀레스티 아링턴 조지워싱턴대 교수] “Given the current conditions, it is hard to imagine that just curbing leaflets would induce the DPRK back to talks with the Moon administration, as its term is running out. So it seems that Moon may lose more than he gains by sticking rigidly with the anti-leafleting law.”

남북한과 일본 등 동북아 정치와 안보를 연구하는 아링턴 교수는 “대북전단금지법을 강조하는 것은 최근 보궐 선거에서 쉽게 승리한 한국 보수층을 자극할 뿐”이라는 국내 정치적 측면을 언급하면서 “이런 상황과 함께 북한이 1년 넘게 한국을 상대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대북전단금지법을 계속 강조하는 이면에 어떤 정치적 계산이 있는지 분명치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셀레스티 아링턴 조지워싱턴대 교수] “Importantly, highlighting the anti-leaflet law only inflames ROK conservatives, who just won the byelections pretty handily, albeit not mainly on North Korea issues per se. As such and given the DPRK's consistent stiff-arming of South Korea for over a year, the political calculus behind emphasizing the anti-leaflet law is not clear to me.”

문재인 대통령의 “엄정한 법 집행” 지침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열흘 앞두고 나온 데 대해서도 미-한 간 안보·경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인권 가치를 불필요하게 건드리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3월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3월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게 될 미국으로선 안보 동맹이자 가치 동맹인 한국 인권의 현주소까지 재점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돼 미-한 정상회담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이번 사안이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 사이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고, 한반도에 사는 그 누구도 보호하지 못하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연구원] “I think this is going to have a problem between President Biden and President Moon because I suspect President Biden has a different view about this, and does not agree with this law that is really doing nothing to protect really anyone on the Korean peninsula.”

또한 “인권을 침해하고 자국민을 공격하는 데 몰두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고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이는 동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은 동맹인 한국과 미국이 오랫동안 공유해 온 가치인 만큼, 이 문제가 동맹 간 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연구원] “And so, this doubling down on violating human rights or attacking Korean citizens is so disappointing and this I think will be discussed. I just don't think it's acceptable for an alliance. Our alliance partners, South Korea and the US share values. We've long shared the values of freedom, individual liberty, liberal democracy, free market economy, the rule of law and human rights for all. And so this could be a real friction point in the alliance.”

다만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미-한-일 간 안보 협력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요한 공식 정상회담 의제에 초점을 맞추되 이 사안은 미-한 간 이견을 드러내지 않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미-한 양국의 언론이나 지도자가 때로 소음을 일으켜도 두 나라는 전략적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해온 만큼, 바이든 행정부도 한국과의 동맹과 한국의 주권을 지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우려한다는 신호를 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Despite a lot of noise in the press both here and in Korea, despite our own leadership at times, we have managed to maintain, preserve and strengthen our strategic alliance with our friends, partners, allies, brothers and sisters in South Korea. So I would expect the Biden administration to be very focused on preserving the alliance and preserving the sovereignty of the Republic of Korea, our great ally, while at the same time perhaps issuing some signals that we are concerned about these developments in South Korea.”

아링턴 교수는 “북한과 다시 관여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희망은 이해하지만, 미국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다소 완곡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미 의회가 청문회를 개최한 것은 정당하고 미국의 북한인권법에도 부합된다”며 미국이 동맹을 배려하면서도 가치에 대한 질문을 분명히 던지고 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셀레스티 아링턴 조지워싱턴대 교수] “While I understand the Moon administration's hope for resuming engagement with the DPRK, I think the US government's subdued questioning of the anti-leafleting law and the US Congress' hearing about it are justified and in line with the North Korea Human Rights Act.”

시프턴 국장도 “진짜 문제는 북한과 협상할 때 인권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갖고 있는 다른 관점을 조정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경시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더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The real issue is can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reconcile what appear to be different viewpoints on how important human rights are in negotiations with the North. Right now President Moon wants to de-emphasize it and President Biden wants to emphasize more. So that's what needs to be reconciled.”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하거나 전단을 살포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12일 현재 미화로 2만 6천 500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대북전단 살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함께 12일 문재인 대통령을 여적죄로 고발한다고 밝히면서 “국민 입에 재갈을 물린 데 이어 아예 감옥에 보내려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980년대 중후반 이후로 미국 의회 등에서 사라진 한국 인권 문제가 30여 년 만에 북한 인권 문제와 함께 워싱턴에서 다시 거론되는 것은 부끄러운 퇴보라고 비판합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이 북한보다 나은 이유는 단지 더 돈이 많고 더 좋은 차와 집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가치에 기반을 둔 나라이기 때문”이라며 “인권이야말로 그런 가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Why is South Korea better than North Korea? Is it because of more money, nicer cars, nicer apartments? No, it is because the Republic of Korea has been established based on a set of values. Human rights are at the core of these values.”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3월 공개된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지독한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동시에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을 표현의 자유의 중대한 제약이라 비판했습니다.

이어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달 13일과 23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한국이 독립적이고 강력한 사법부를 갖춘 민주주의로서 해당 법을 재검토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존중한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의 개정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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