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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김여정 대남 비난 담화...대남·대미 총괄 재확인"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남 발언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남 발언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한국 강경화 외교장관을 비난했습니다. 올해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대미 분야를 관장하면서 북한 정권의 2인자로 자리잡은 한 해였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최근 담화를 통해 한국의 강경화 외교장관을 비난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네 문장의 짦은 담화에서 자신들의 방역 조치에 대해 강경화 장관이 “주제넘은 평”을 했다며,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넣고 싶은 모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강경화 장관은 지난 5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 (IISS) 초청으로 중동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북한이 한국의 코로나 지원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 도전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입니다.

[녹취: 강경화 장관] ”I think the challenge in fact make North Korea more North Korea, close…”

강경화 장관을 비난한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지난 6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이후 6개월만에 나온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를 통해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대미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는 게 다시 확인됐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수뇌부가 한국이나 미국에 껄끄러운 발언을 할 경우 김여정을 내세우곤 했다며, 이번에도 그런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She take a role as bad cop, Kim Jung-eun play…”

2020년은 북한 권력판도에서 김여정이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를 굳힌 한 해였습니다.

올해 32살인 김여정은 2014년부터 5년간 노동당 선전선동부에 있으면서 주로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 실무를 맡아왔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는 담배를 피우는 김 위원장 옆에 재떨이를 들고 서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6월 김여정은 의전 업무에서 손을 떼고 초고속 승진을 했습니다. 10월에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데 이어 12월에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김여정은 올 1월과 4월 김정은 위원장 건강 이상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막후에서 처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1일 평양에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20일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러자 미국과 한국 등 외부에서는 건강 이상설과 중병설, 사망설 등이 나돌았습니다.

그러나 2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과 함께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나 준공테이프를 끊었습니다.

북한 내부 상황을 오래 관찰해온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모종의 건강 문제로 자취를 감추자 김여정이 막후에서 사태를 처리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She does play a gatekeeper role, when he is out she play a role…”

6월 들어 김여정 제1부부장은 대남 공세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6월 4일 첫 담화를 통해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삼아 한국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김여정은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전환한다며 남북 연락채널을 차단했습니다. 그리고 6월16일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이 당시 사건 전개를 보면 김여정은 통일전선부와 외무성, 선전선동부, 조직지도부 등 핵심 4-5개 부서를 관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 따르면 평양에서는 6월 8일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 주재로 대남 부서에 대한 ‘사업총화’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는 당 통전부와 정찰총국을 비롯한 군부, 외무성, 그리고 서기실 등이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은 조직보다 혈연이 중요한 사회라며, 김여정이 선전선동부와 조직지도부 등 여러 부서를 관할하는 것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Propagenda Dept obviously, Organization and Guidence Dept, Office 39….”

김여정이 조직과 선전이라는 노동당의 양대 축을 모두 관장하고 있다는 관측이 사실이라면 이는 1970년대 김정일 후계자 시절 외에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김여정은 또 북한 내부에서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전역에서는 6월초부터 대남 규탄 시위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시위에서는 김여정의 담화를 마치 최고 지도자 교시 받들 듯 낭독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대남 규탄) ”집회에서는 먼저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낭독됐습니다.”

7월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미국에 대해 담화를 내놓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월 7일 북한과의 3차 정상회담 용의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김여정 제1부부장은 사흘 뒤인 10일 담화를 통해 미-북 정상회담이 올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담화 끝 부분에 “미국 독립기념일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김여정이 미국에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7월 10일 담화는 단순한 담화가 아니고 김여정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내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독트린으로 봐야 합니다.”

9월 들어서는 한국의 주도로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연결고리로 하는 미-북 고위급 대화가 추진됐습니다.

9월 22일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온라인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을 촉구했습니다. 이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워싱턴을 방문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을 잇달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종전 선언을 연결고리로 하는 미-북 고위급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감염으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10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하자 폼페오 장관은 예정됐던 서울 방문을 취소했습니다.

다시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불가능해졌고 김여정 워싱턴 방문도 물건너 가고…”

최근에는 지난 2년간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총괄했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1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행한 강연에서 싱가포르 미-북 정상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내년 1월 열릴 북한의 8차 노동당 대회를 거론하며 북한에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비건 부장관] ”We strongly encourage North Koreans to use time…”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미 전략을 맡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 앞에 2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내년 1월 20일 출범할 예정인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와 대화를 재개해 비핵화와 대북 제재를 맞바꾸는 것입니다.

또다른 것은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거나 시간을 끌면서 기존의 핵과 미사일 증강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미국은 대북 제재를 한층 더 강력하게 옥죄려 할 공산이 큽니다.

그러면 북한은 경제난이 악화돼 경제, 사회적 어려움이 한층 커질 수 있습니다.

대미 전략을 책임진 김여정 제1부부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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